황금사자를 품은 리투아니아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미술전(58th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 La Biennale de Venezia)이 개막했다. 비엔날레는 미술 행사로 이탈리아어로는 ‘2년마다’라는 뜻이 있다. 격년으로 전 세계의 미술을 모아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는 대규모 전시를 연다. 베니스 비엔날레, 휘트니 비엔날레, 상파울루 비엔날레를 세계 3대 비엔날레로 여긴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총감독이 직접 기획하는 본 전시(국제전)와 각 국가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국가관 전시로 나뉜다.
이번 비엔날레는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 관장인 랄프 루고프(Ralph Rugoff)가 총감독을 맡았다. 총감독이 내세운 전시 주제는 ‘흥미로운 시대를 살아가기를(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이다. ‘난세에 사람으로 살기보다 태평기에 개로 사는 게 낫다(寧太平犬, 不做亂世人)’는 ‘가짜 중국 속담’에서 차용했다. 인터넷이 범람하며 시공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가짜 뉴스라는 것이 등장하는 이상하지만 재미있는 시대를 다룬다.
지난 5월 8일 늦은 밤, 인스타그램 라이브 알람이 셀 수 없이 울렸다. 리투아니아 국가관 오픈을 생중계하려는 여러 미술 매체였다. 퍼포먼스 작품이라 이미지보다 영상으로 남기려는 노력이 보였다. 리투아니아 국가관은 <해와 바다 (마리나)(Sun & Sea (Marina))>를 선보였다.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 큐레이터인 루시아 피트로이스티(Lucia Pietroiusti)가 감독한 작품이다. 루자일 바치우케이트(Rugilė Barzdžiukaitė), 바이바 그레이니트(Vaiva Grainytė), 리나 라플리테(Lina Lapelytė) 세 작가가 참여했다.
라이브 창을 열어보니 전시장 안에는 인공 해변이 있었다. 인공 해변을 무대 삼아 배우 20여 명이 ‘휴양객’ 연기를 하고 있다. 수영복을 입고 피크닉 매트 위에 누워 낮잠을 자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무심한 자세에서 뿜어내는 강력한 목소리로 합창을 끊임없이 이어갔다. 관람자는 오페라를 보듯 위층에서 그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어디선가 보았던 소피아 코폴라(Sofia Coppola)의 휴양지가 떠올랐다. 카리브해 서쪽 작은 어촌 마을. 넓고 여유로운 해변이 있고 햇빛이 걸리는 청록색 바다가 있는 곳. 현재의 삶에서 벗어나 느긋함을 맛보고 싶을 때 갈망하는 풍경이다. 음악이 있고 느리고 가볍고 예쁘기에 이상향으로 삼은 풍경. 빠르고 무겁고 못생긴 일상과 멀리 있는 풍경.
하지만 합창을 귀 기울여 들어보면 이 퍼포먼스는 일상보다 더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가사는 일광욕을 하며 화상 걱정에서 시작하지만, 기후 환경의 재앙을 경고하며 마무리 짓는다. 어쩌면 이곳은 미래 북극의 모습일 수도 있다. 지구라는 행성의 곳곳은 온난화로 해변처럼 말라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진지한 내용을 기발한 발상으로 풀어낸 리투아니아 국가관은 베니스 비엔날레의 금메달로 불리는 황금사자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비엔날레는 5월 11일부터 11월 24일까지 베니스 남동쪽의 카스텔로 공원(Giardini di Castello)과 아르세날레(Arsenale)에서 열린다. 리투아니아 국가관은 그중에서 해군 단지 안에 자리한다. 황금사자상 발표 이후 줄이 길다는 소식이다. 두어 시간을 기다리는 날도 있다. 열기가 가라앉을 때쯤 방문하면 극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황금사자상 수상 이후 루시아 피트로이스티(Lucia Pietroiusti) 감독의 SNS에 올라온 사진. 트로피와 감독과 세 작가의 손. https://www.instagram.com/p/BxUhty2lyPq/
김한들 큐레이터/국민대학교 겸임교수
- 에디터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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