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향한 엘르 패닝
제72회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엘르 패닝. 그녀가 레드 카펫에서 디올의 드레스를 입고 과거를 추억했다.
지난 5월 25일 봉준호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긴 제72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을 비롯한 총 아홉 명의 심사위원은 전원 동의로 <기생충>에 최고의 영예를 안겼다. 쟁쟁한 심사위원 중에서도 특이할 만한 인물은 칸 영화제 역사상 최연소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스물한 살의 여배우, 엘르 패닝. 평소 패션을 사랑하는 그녀는 매일 레드 카펫에서 화려한 스타일을 뽐내기도 했다.
패닝이 고른 레드 카펫 룩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건 지난 21일 열린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신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상영을 위해 선택한 룩. 새하얀 오간자 블라우스에 검정과 짙은 파랑의 플리츠 스커트는 디올의 오뜨 꾸뛰르 작품이었다. 디올의 여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가 패닝을 위하여 디자인한 드레스. 어딘지 이 스타일이 익숙하게 느껴졌다면, 사진가 윌리 메이월드가 1947년 당시 파리 센강변에서 촬영한 흑백 이미지가 떠오를 법하다. 즉 패닝의 이번 룩은 무슈 디올이 1947년 선보인 화이트 바 재킷과 풀 스커트의 ‘뉴 룩’을 2019년을 위해 새롭게 해석한 셈. 72년 전과 차이가 있다면 패닝은 검정 라피아 모자로 마무리했다는 것.
이번 칸 영화제에서 가장 인상적인 레드 카펫의 순간을 창조한 이 룩을 완성하는 과정을 디올이 특별히 공개했다. 스커트를 완성하기 위해 50m가 넘는 길이의 튤을 사용했고, 200시간이 넘는 긴 시간이 걸렸다. 화이트 블라우스가 공방에서 보낸 시간은? 장인들이 150시간을 넘기며 이 블라우스를 완성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야말로 디올의 오랜 전통이 그대로 담긴 룩이 엘르 패닝을 통해 되살아난 셈. 블라우스와 스커트만으로 과거로 시간 여행을 다녀온 듯한 엘르 패닝의 선택이 유난히 인상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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