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마음을 치유하는 인형 아트

2019.05.29

by 김나랑

    마음을 치유하는 인형 아트

    국제 섬유 비엔날레의 아시아 유일 참가 작가
    올해로 6회를 맞는 네덜란드의 ‘2019 국제 섬유 비엔날레(2019 Rijswijk Textile Biennial)’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유일하게 정희기 작가가 선정되었습니다. 본 비엔날레는 섬유 예술의 현대성을 반영하는 권위 있는 행사이자 전 세계 아티스트가 주목하는 이벤트입니다. 오는 6월 18일부터 10월 6일까지 네덜란드 라이스바이크시 ‘라이스바이크 뮤지엄(Museum Rijswijk)’에서 열리죠. 이곳에서 한국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니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정희기 작가는 문학적 접근을 바탕으로, 천과 실∙바늘을 이용해 삶을 기록하는 작가입니다. 문예창작을 전공한 정희기 작가는 “바느질이 곧 글을 쓰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죠.
    이번 비엔날레가 선정한 작품은 인간과 반려동물의 사랑과 죽음에 관한 메모리얼 시리즈입니다.
    네덜란드 현대미술 평단은 정희기 작가 특유의 따뜻하고 시적인 표현에 주목한 것이지요.
    개인적으로 이 작가를 오랫동안 지켜봤습니다. 특히 한 전시에서 각자 유년의 인형을 기억해내며 마음을 치유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렇듯 온기를 품은 작가입니다. 어딘가 외롭고 헛헛하다면 그녀의 작품을 주목해도 좋을 듯합니다.

    그녀의 작품을 감상해보시죠.

    ShaSha / hemp cloth, polyester thread, pp cotton filling / 40×37×28cm / 2017
    선고를 받고 난 뒤 6개월이 지나자 샤샤 몸에는 크고 작은 종양이 곳곳에 생겼고 코 옆에 생긴 종양은 콧구멍 한쪽을 막아 숨 쉬는 것조차 힘겹게 만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생식기 쪽과 꼬리까지 종양이 번져 점차 살아 있는 것을 힘겨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샤샤의 종양에서 나온 고름과 피가 집 안 곳곳에 묻었다. 우리는 4월 어느 날 샤샤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그날따라 샤샤는 차 안에서도 울음소리 한번 내지 않고 덤덤했다. 자신이 곧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샤샤는 주사 두 방을 맞고 숨을 멈췄다.

    I am sorry / stock fabric, pp cotton filling, Cotton thread / 120×180cm / 2016
    그들의 마지막을 지켜주지 못한 여운은 오래도록 이어진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면서 가장 많이 한 말은 “미안해”였다.

    Aoki / hemp cloth, used, polyester thread, pp cotton filling / 9×28×26cm / 2017
    아오키는 체구가 작고 통통한 요크셔테리어였다. 나이가 들고 치아가 빠지고 나니 저절로 혓바닥이 밖으로 나왔는데, 늘 ‘메롱-’을 하고 있던 아오키의 혓바닥은 공기에 닿아 바싹 말랐다가, 침을 묻히고 나면 금방 촉촉해졌다. 죽기 직전에는 통통했던 아오키의 혓바닥도 가늘어지고 건조해져 바스러질 것 같았다. 긴 혓바닥을 내민 아오키의 별명은 ‘아오깽이’였다. 지금도 가끔 아오키의 울음소리와 입 냄새가 기억난다.

    에디터
    김나랑
    포토그래퍼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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