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꼭지를 허하라
지난 6월 2일 일요일, 해가 뜰 무렵. 뉴욕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본사 건물 앞 애스터 플레이스에 나체의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소셜 미디어의 검열에 저항하는 퍼포먼스를 위해 모인 이들이었는데요. 아티스트 스펜서 튜닉(Spencer Tunick)이 미국 전국검열반대연합(National Coalition Against Censorship, NCAC)과 손잡고 #WeTheNipple 캠페인을 위해 항의성 누드 사진 작업을 기획한 것이었죠. 예술의 표현으로서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누드 사진을 허하도록 회사의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시위였습니다.
일요일 시위에 참가한 이들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확대한 남자 유두 사진 스티커로 신체 주요 부위만 가렸습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남성의 유두 노출은 허용하면서 여성의 유두 노출을 금지하는 시대착오적이고 성차별적인 누드 정책을 비난하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이번 캠페인을 위해 TV 진행자 앤디 코언, 아티스트 안드레스 세라노, 배우 겸 사진가 아담 골드버그,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드러머 채드 스미스, 휘트니 비엔날레에서 주목받은 젊은 작가 폴 므파기 세푸야와 스펜서 튜닉이 기꺼이 자신의 유두 사진을 ‘기부’했죠.
이번 시위의 아이디어를 낸 사진작가 스펜서 튜닉은 몇십 년 동안 대규모의 누드 사진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의 활동은 전 세계적으로 누드 작업을 하는 작가와 누드 관련 법령에 많은 영향을 미쳤죠. 튜닉 역시 요즘 아티스트처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작업물을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개하기 전에 매우 꼼꼼한 검열 과정을 거쳐야 하죠. “포스팅이 허용된 사진은 나의 작업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내 눈에는 픽셀화된 유두가 오히려 그 작품을 성인물처럼 보이게 만드니까요. 21세기 예술가로서 나 또한 인스타그램의 파급력에 많이 의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공유하는 매거진과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 작품을 검열당하는 건 내 영혼이 파괴되는 것과 똑같아요.”
캠페인을 함께 진행한 미국 전국검열반대연합 NCAC의 프로그램 디렉터 스베틀라나 민체바는 전 세계 수십억 사용자들을 고려해서 ‘점잖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 사이의 경계를 짓는 것 또한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본사 앞에서 열린 전라 시위 며칠 후 페이스북은 결국 예술가, 교육자, 미술관 큐레이터 등과 함께 자사의 나체 사진 가이드라인을 재고하는 회의를 여는 데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책을 바꾸겠다는 확답 없이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들어보겠다는 정도죠.
사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2018년 4월에 한 차례 정책을 변경한 적이 있습니다. 나체를 표현한 회화나 조소 작품을 포스팅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나체를 담은 순수 예술 사진은 금지한다는 내용이었죠. 단, 나체를 표현한 회화나 조소 작품을 찍은 사진은 허용하고요. 더불어 남성의 신체에는 해당하지 않는, 여성 유두가 노출된 이미지 또한 금지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는데요.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모유 수유나 시위, 유방 절제술과 관련된 유두 노출 사진은 예외적으로 허용했습니다. 명확하고 엄격한 기준을 세우려고 노력한 듯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논란의 여지만 더 키운 느낌적 느낌입니다.
NCAC가 페이스북의 계정된 정책에 반하여 벌이고 있는 #WeTheNipple 캠페인 시위에는 여성 인권 단체 ‘Grab Them By The Ballot’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의 설립자인 던 로버트슨은 CNN과 인터뷰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정책은 일관성이 없다고 비난한 바 있죠. 페이스북이 여성의 나체를 바라보는 세계관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나체의 여자가 마치 범죄자처럼 다뤄지거나 부끄러운 것처럼 여겨진다고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 시니어 디지털 에디터
- 송보라
- 포토그래퍼
- GettyImagesKorea, Courtesy Photos,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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