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에 후니훈 그림이?
2000년대 초반, “비트박스에 필요한 것은? ‘북치기 박치기’”라는 문구가 나오는 이동통신사 TV 광고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유행어를 만든 이는 래퍼로 활동하던 후니훈! 한동안 비트박스로 인기를 얻은 그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나중에는 SBS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 출연하며 배우로도 잠시나마 활동했죠.
후니훈은 2007년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를 시작하면서 활동을 잠시 멈췄습니다. 2년 후 돌아온 그는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 OST 작업에 참여하며 카메오로 출연했습니다. 이후 솔로 앨범도 발표했지만 과거의 인기를 되찾기는 어려웠죠. 2011년에는 뮤지컬 <파라다이스 티켓>에 출연하는가 하면, 이듬해 Mnet <쇼미더머니>에 출연했으나 안타깝게도 본선 무대 첫 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그렇게 서서히 이름이 묻혀가던 그는 사실 전혀 다른 분야에서 활동 중이었습니다. ‘지비(Zibezi)’라는 이름으로 화가로 활약 중인 것! 심지어 그가 그린 그림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나왔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기생충>에서 중요한 소재가 되는 박 사장(이선균 분)의 아들 다송이가 그린 그림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이 그림을 두고 꽤 의미심장한 대화가 오가기도 합니다.
그는 완성된 작품이 나오기까지 수도 없이 많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나중에는 봉준호 감독에게 미안하지만, 정말 못하겠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봉테일’ 봉준호 감독은 후니훈으로부터 10가지 그림을 받으면 “몇 가지 그림을 섞어서 표현해달라”고 주문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후니훈은 자신이 로봇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그런 와중에도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건 다름 아닌 외부에 <기생충>에 들어갈 그림을 그린다는 말을 못한 것입니다. 심지어 와이프한테도 1년 동안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속 시원하고 뿌듯하다고 하네요.
그림을 그리는 동안 마음고생을 했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후니훈이 그린 작품 여러 점을 모두 작품에 활용해 다송이 방 안에 걸었기 때문이죠. 선택받지 못한 그림조차도 소품으로 방 안에 걸려 있다고 하니, 영화를 보는 동안 그림을 눈여겨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 같네요.
- 에디터
- 오기쁨(프리랜스 에디터)
- 포토그래퍼
- 후니훈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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