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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맞이 비빔면 6종 전격 분석

2023.02.21

여름맞이 비빔면 6종 전격 분석

라면을 그리 즐겨 먹지 않는 대신, 철마다 식재료 창고에 짜장라면과 비빔면을 채워둡니다. 양말을 챙겨 신는 초가을 무렵부터 샌들을 꺼내기 시작하는 다음 해 늦봄까지는 짜장라면을 끓이고, 여름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할 때부턴 비빔면을 끓이죠. 올해는 특히 선택지가 더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팔도 비빔면을 기준으로,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하나하나 비벼봤어요.

팔도 비빔면

시식을 위해 다른 비빔면을 먹다가도, 팔도 비빔면을 입에 넣으면 왜인지 모를 안도감이 듭니다. 단맛과 매운맛이 서로를 배려하는 듯한 비빔장의 맛은 적절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죠. 별다른 건더기가 없는 게 용서될 정도입니다. 대충 끓여도 꼬들꼬들한 면발과 너무 질척이지 않는 적당한 농도의 소스는 면을 비벼놨을 때 군침이 도는 압도적인 비주얼을 완성하죠. 팔도 비빔면에 골뱅이나 삼겹살 등을 올려 먹는 ‘베리에이션’ 아이디어도 많지만, 사실 그렇게 되면 이 아름다운 균형이 좀 깨진답니다. 비빔장을 더 넣지 않는 이상, 지금 이대로가 좋습니다.

농심 미역듬뿍초장비빔면

물이 다 끓기 전에 미역 플레이크를 먼저 넣어야 합니다. 이때 주방에 미역 냄새가 퍼지는데, 인스턴트라 믿을 수 없을 만큼 의외로 유혹적인 ‘집밥’의 향기가 나죠. 미역을 강조하기 위해 면도 옅은 초록색을 띠는데요. 한입 입어 넣어보면, 새콤함이 강조된 초장과 씹는 맛이 살아 있는 미역이 잘 어우러진답니다. 확실한 여름의 맛이죠. 다만 삶은 면을 헹구고 물기를 짜낼 때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건더기가 많아 물기가 흥건한 비빔면이 되기 일쑤. 손가락 사이사이 미역이 들러붙는 귀찮음을 이겨내고 물기를 확실하게 짜내야 더 맛있습니다.

풀무원 탱탱비빔쫄면

튀기지 않은 면 시리즈를 내놓는 풀무원의 쫄면입니다. 의외로 긴 시간(5분) 동안 면을 끓여서 한 그릇을 완성하면, 첫눈엔 특별할 것이 없어요. 쫄면 치고 건더기 플레이크의 크기와 양이 너무 작고 적어서 오히려 옹졸한 느낌도 들죠. 분식집에서 먹는 쫄면보다는 찰기가 덜하지만, 하나의 장점이라는 씹는 맛이 꽤 살아 있는 두툼한 면발 정도입니다. 매운맛이 전혀 없어 편안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도 누군가에게는 긍정적인 측면이 될 수 있을 것 같군요. 양배추를 얇게 채 썰어 한 움큼 추가하면 맛의 빈자리가 확실하게 채워질 것 같습니다.

삼양 열무비빔면

열무만큼 비빔면과 잘 어울리는 식재료도 없습니다. 이 비빔면의 이름을 처음 보고서는 ‘이런 아이디어가!’ 하고 놀라며 당장 구입한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기대는 첫 입에서 와르르 무너졌죠. 파프리카 추출물을 넣어 붉은색을 띠는 면은 쉽게 퍼지고 소스는 질척였거든요. 소스의 단맛이 너무 강한 데다 기름 맛이 감도는 편이어서 먹다 보면 좀 느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개운하지 않은 열무는, 열무의 제 기능을 했다고 볼 수 없지 않을까.. 팔도 비빔면 다음으로 역사가 오래된(91년생) 라면인데 아쉬움 가득입니다.

오뚜기 와사비진짜쫄면

와사비 소스와 비빔장 소스가 따로 들어 있는 쫄면입니다. 건더기 중엔 달걀 프라이 모양의 귀여운 어묵도 포함돼 있어요. 디테일에 신경 쓴다는 게 이런 건가 하는 만족감이 시작부터 차오르죠. 완성한 쫄면은 우선 맵습니다. 중간쯤 먹었을 때는 콧물이 나오기 시작할 정도로 꽤 매워요. 와사비의 톡 쏘는 매운맛뿐 아니라 비빔장 자체의 매운맛이 강한데요. 소스 양이 꽤 많아 채소류나 토핑류를 듬뿍 올려 비벼 먹어도 됩니다. 비빔면 ‘베리에이션’ 요리를 시도해볼 생각이라면 이 제품이 딱이에요. 다만 매운맛이 무서운 이들은 피하는 게 좋겠죠.

오뚜기 함흥비빔면

함흥냉면의 맛에 어떻게 도전한다는 건지, 우려가 먼저 들었던 비빔면입니다. 결론은 대만족. 소스에서 함흥냉면의 맛을 구현했다기보다는, 신기하게도 면발에서 냉면의 뉘앙스가 풍깁니다. 삶은 면을 자세히 보면 다른 비빔면에 비해 꼬불꼬불한 느낌이 덜하고 면발도 얇은 편. 무엇보다 약간 뚝뚝 끊어지는 느낌으로 단단한 면발이어서 희한하게도 냉면 느낌이 나요. 짜장라면 마지막에 넣는 기름 수프가 이 제품에도 들어 있는데, 이 기름이 고소한 맛을 확 끌어올려준답니다. 채 썬 배를 더한다면 냉면 부럽지 않은 한 그릇이 완성됩니다.

    에디터
    조소현
    포토그래퍼
    Courtesy Photos
    손기은(프리랜스 에디터, 술 중심의 문화 공간 '라꾸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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