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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모 호숫가 마을의 평화로운 카페

2023.02.21

코모 호숫가 마을의 평화로운 카페

이탈리아인들이 사랑하는 코모 호수와 수변 마을의 모습.

이탈리아인들이 사랑하는 코모 호수의 전경.

호수를 여행하는 것만큼 낭만적인 일도 없죠. 우리나라는 인공호는 많지만 자연 호수가 드문데요, 이탈리아에는 크고 작은 호수가 1년 내내 관광객을 유혹합니다. 특히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州)는 다양한 형태의 호수가 많기로 유명한데요. 코모(Como) 호수는 이탈리아인들이 특히 사랑하는 대표적인 호수입니다. 정치인 주세페 마치니가 사랑했으며, 알레산드로 만초니 같은 대문호부터 루치아노 파바로티, 지아니 베르사체, 데이비드 베컴, 조지 클루니, 폴 맥카트니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이 코모 호숫가에서 휴양을 즐기며 창작의 영감을 얻곤 하죠.

험준한 알프스산맥의 빙하 침식으로 형성된 코모 호수.

코모 호수는 사람 '인(人)' 또는 알파벳 ‘Y’를 거꾸로 세운 것과 비슷한 모양입니다.

호수 이름의 유래가 된 코모는 근처에 자리한 여러 마을 가운데 가장 부유하고 1년 내내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특히 고도로 발달된 이곳의 실크(Silk) 산업은 밀라노가 패션의 도시가 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죠. 코모 호수는 이탈리아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인 동시에 유럽에서 가장 수심이 깊은 호수입니다. 사람 ‘인(人)’ 또는 알파벳 ‘Y’를 거꾸로 세운 것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요. 서쪽 끝에는 코모, 동쪽 끝에는 레코(Lecco), 북쪽 끝에는 콜리코(Colico)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호수가 자기 마을에 속한 것이라고 우기며 코모라는 이름 대신 자기 마을 이름을 호수 앞에 붙여서 부르기도 하죠.

코모 호수 근처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벨라지오의 골목길.

아름다운 마을 벨라지오에서 바라본 코모 호수 풍경.

하지만 코모 호수 근처에 자리한 마을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는다면 단연 벨라지오(Bellagio)입니다. 세 갈래 호수의 물줄기가 만나는 한가운데 자리한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이죠. ‘코모 호수의 진주’라고도 불리는데요, 호숫가의 수많은 동네 중 유일하게 알프스와 호수 사이로 일출과 일몰을 전부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새벽의 물안개와 알프스의 만년설, 온화하게 일렁이는 물결과 별로 가득한 밤하늘, 생각만 해도 로맨틱하군요.

코모 호수 근처 벨라지오 마을에 있는 평화로운 카페, 바 로시.

바 로시(Bar Rossi)는 이런 벨라지오의 가장 평화로운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카페입니다. 주세페 마치니 광장의 아케이드를 따라 걷다 보면 볼 수 있는 이 카페는 1905년에 안토니오 로시(Antonio Rossi)가 개점한 이후 114년의 역사를 간직해왔습니다.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간판의 서체를 바라보며 문을 열면 복잡하게 조각된 마호가니 원목 캐비닛과 바닥 타일의 아르누보 양식 패턴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순간 이동을 한 듯한 기분이 들게 하죠.

114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바 로시의 내부 모습.

114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바 로시의 외부 모습.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바 로시.

바 로시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호숫가가 잘 보이는 창가 쪽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카푸치노와 크루아상을 주문하죠. 기다리는 동안 후각에 온 신경을 집중해봅니다. 100년이 넘은 마호가니 캐비닛의 나무 향과 빵 굽는 냄새, 커피 머신에서 뿜어 나오는 커피 향이 뒤섞인 공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옆 테이블에 앉은 노인의 잡담과 각국에서 온 여행자의 다양한 언어, 커피 머신의 밀크 스팀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하죠.

100여 년 전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한 바 로시의 옛 공간이 매력적입니다.

바 로시의 갓 구운 크루아상과 풍부한 거품의 카푸치노.

주문한 카푸치노와 크루아상이 나오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입가에 푸근한 할머니 미소를 머금은 점원이 풍부한 거품의 카푸치노와 초콜릿 크루아상을 건넵니다. 카푸치노를 음미하며 주위를 둘러볼까요? 캐비닛 유리장 안에 형형색색으로 진열된 홍차 티백은 과거에도 이곳이 유서 깊은 티하우스였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상류층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죠. 밀라노 부르주아나 미국인, 영국인도 자주 방문했지만 코모 호수의 어부들도 일을 마친 뒤 농어와 음식을 먹고 맛 좋은 커피를 마시며 재충전하던 곳이었으니까요.

바 로시의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코모 호수의 풍광.

바 로시 밖으로 내다보이는 주세페 마치니 광장.

바 로시 테라스의 낭만적인 모습.

2015년부터 이 카페를 운영해온 4대 주인 지오바니 카실로(Giovanni Casillo)와 안토니오 브루스키니(Antonio Bruschini)는 카페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벨라지오 전통 빵인 ‘마탈로크(Pan Mataloc)’와 바 로시의 3대 주인이었던 지아니 비안키(Gianni Bianchi)가 40년 동안 만들어온 대표 칵테일 ‘코라지오시(Coraggiosi, ‘힘내!’라는 뜻)’의 레시피를 전수받아 여전히 지역 주민과 방문객에게 선보이고 있죠. 어디론가 떠나고 싶나요?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벨라지오의 아늑하고 사랑스러운 이 카페를 추천합니다.

    에디터
    김미진
    글/사진
    이현승(가구 디자이너 & 공간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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