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도심 속 사랑스러운 채소시장

2019.07.02

도심 속 사랑스러운 채소시장

2012년 혜화동에서 시작한 서울 속 파머스 마켓, 마르쉐@는 확실히 좀 특이한 시장입니다. 숭숭 구멍 난 루콜라, 이름조차 처음 듣는 토종 마늘(코끼리마늘?!)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는, PK마켓이나 SSG푸드마켓의 매끈함과는 정반대의 기준으로 상품 가치가 정해지니까요. 게다가 판매원이 모두 농부라는 점도 희한합니다. 대부분의 도시 생활자들에게 농촌은 고속도로를 달릴 때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요, 농부는 말 한마디 나눠본 적 없는 직업군일 뿐이죠. 도시인들에게 마르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농부를 만나보는 자리일지도 모릅니다.

갈 때마다 엇비슷한 사람이 계절 따라 옷만 바꿔 입고 활보하고 있다는 점도 독특해요. 마르쉐@ 단골들은 어떤 종류의 중독에 빠져 매회 양손 가득 집에서 챙겨온 장바구니를 이고 지고 집으로 돌아가니까요. 이제까지 먹어본 채소가 모두 맹물처럼 느껴질 정도로 마르쉐@ 농부들의 작물은 진하게 농축된 맛을 냅니다. 갓 수확해 가져온 작물에서만 느낄 수 있는 펄떡대는 신선함도 비교 불가죠. 서울 인근의 근교농뿐 아니라 제주도까지 전국 곳곳에서 날을 잡고 상경한 80여 농부가 돌아가며 참여하는 곳이 바로 마르쉐@입니다.

마르쉐@ 이보은 대표는 농부가 키운 작물뿐 아니라 맛까지 전달하는 것이 마르쉐@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설명합니다. 마르쉐@의 농부들은 다품종 소량 생산, 자연 농법 등 기존 유통 시스템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방식을 고수하죠. 잊혀가는 토종 작물을 지키는 이들이기도 합니다. “마르쉐@는 더 다양한 식재료를 생산하는 소농들의 지속 가능성을 열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농부와 소비자의 삶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이 그녀의 설명.

농부는 작물에 대해 가장 잘 알 뿐 아니라 먹는 방법도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농부가 알지 못한 새로운 작물을 요청하거나 익숙한 작물을 새롭게 먹는 방법을 제안할 수 있고요. 즉 농부와 소비자가 나누는 대화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식재료의 확장에 꼭 필요한 연결 고리입니다.

마르쉐@는 스스로 정한 그 소명을 더 가까이 파고들어 전파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는 ‘채소시장’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채소만으로 구색을 맞추고 몸집은 훨씬 줄인 경량급 파머스 마켓이죠. 매달 첫 번째 토요일 성수동 ‘성수연방’에서, 네 번째 화요일에는 합정동 무대륙에서 열립니다. 매달 두 번째 일요일, 혜화동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리는 마르쉐@ 농부시장은 그대로 유지하니 한 달에 세 번 마르쉐@를 만날 수 있는 셈이죠.

지난번 마르쉐@ 채소시장에서 사온 젤리토마토를 먹으며 이 원고를 쓰는 중입니다. 준혁이네 농장이라는 생산자에게 다양한 토마토 품종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같은 젤리토마토라도 키운 방법과 수확한 시기, 심지어 어느 가지에서 땄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놀라운 사실도 배웠고요. 아무래도 이번 주 토요일 또다시 성수동으로 향해야겠습니다. 그곳에는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할, 오직 거기서만 다시 맛볼 수 있는 ‘맛’이 있으니까요. 고백이 늦었네요. 저 또한 마르쉐@ 중독자입니다. 마르쉐@는 그런 곳이고, 마르쉐@의 농부들은그런 이들이거든요.

    포토그래퍼
    Courtesy of Marche@
    컨트리뷰팅 에디터
    이해림(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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