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로 배우는 여자들의 회사 생활
사회생활, 참 힘듭니다. 상사한테 치이고 후배에게 또 시달리죠. 아무리 여성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시대가 왔다고 해도 아직 100% 인정해주는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남자보다 승진 기회도 더 적고, 임금도 적은 게 사실이죠. 여성가족부가 최근 내놓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여성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245만원가량 되는데요, 이는 남성의 69% 수준에 머무르는 결과입니다.
이런 사실을 뒤로하더라도,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사막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일을 잘하고 싶은데 방해 요소가 많을 때, 어디에선가 걸림돌이 나타날 때. 심지어 같은 여자가 스트레스를 줄 때. 어디 아무도 없는 대나무 숲에라도 달려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하고 외치고 싶죠.
회사에 다니며 지치고 힘든 영혼들을 위한 사이다 같은 드라마가 있습니다. 포털 업계의 경쟁을 그린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검블유)>입니다. 그동안 회사 생활을 그린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의 역할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도 성공하지 못했고, 일이 잘 풀리다가도 어려움이 닥쳐오면 어디선가 ‘잘생긴 남자 실장’ 혹은 ‘멋있지만 외로운 남자 대표’가 와서 다 해결해줬어요. 그리고 사랑에 빠져 결국 해피 엔딩. 능력이 있어도 남자 주인공의 도움을 받아야 행복한 결말로 갈 수 있었죠.
하지만 <검블유>는 결이 좀 다릅니다. 일단 대표도, 이사도, 본부장도 모두 여자들이죠. 그것도 예쁘고 잘나가고 능력 있는 여자들 임수정, 이다희, 전혜진.
세 여자 주인공은 회사를 이끌어가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살려 척척 일을 해냅니다. 부당할 때는 목소리를 내고, 아이디어를 내세우는 데 자신감이 넘치죠.
물론 드라마이다 보니 중간에 위기가 꼭 한 번씩 찾아옵니다. 보통 이런 타이밍이면 실장이나 대표가 나타났겠지만, <검블유>에서는 서로서로 도와주죠. 이끌어주고 밀어주며 위기에서 탈출합니다.
물론 경쟁업체에서 일하는 이들은 서로를 질투하고 이기려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서로에게 든든한 ‘빽’이 되어주죠. “사과하지 마세요, 본인 잘못 아니니까”라며 시크하게 위로도 건넵니다. 또 “왜? 내가 욕망에 눈이 멀면 왜 안 되는데?”라며 많은 사람이 입 밖에 내지 않던(못한) 말도 속 시원히 내뱉습니다. 악에 받쳐 눈물을 흘리고 욕을 하더라도 감정을 숨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분이 풀릴 때까지 쏟아내죠.
잘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나오면서 아끼는 후배들에게 “나한테 배운 거 하나도 빠짐없이 다 써먹고 내 약점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해.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들은 니들이니까 맥없이 밀리지 마. 내 이상을 해내”라고 말하는 여자 선배라니, 정말 멋있지 않나요?
또 새로 간 회사에서 자기와 일하기 싫다는 사람을 설득하는 방법도 심플합니다. “난 당신이 필요해. 내 방식 싫은 거? 인정. 나 멋없는 거? 인정. 그래도 책임은 내가 질 테니까 그냥 따라와”라고 말할 수 있는 강단과 용기. 물론 실력과 자신감을 갖춰야 나올 수 있는 말이지만, 이런 상사라면 믿고 따를 수 있을 것 같네요.
존경했지만 이제는 앞길을 막으려는 선배 때문에 곤란하고, 시댁 어른들 때문에 힘이 들고,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주인공들. 모두 내 얘기가 될 수도, 내 주변 사람의 얘기가 될 수도 있죠.
비록 회사에서 열 받는다고 드라마처럼 이단 옆차기를 할 수는 없지만, 퇴근 후 맥주 한 캔 따서 <검블유>를 보며 스트레스를 풀 수는 있어요. 아, 잘생긴 연하남과 로맨스는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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