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타마유라’에서 찾은 오차즈케의 비밀

2019.07.08

‘타마유라’에서 찾은 오차즈케의 비밀

일본 만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접하던 오차즈케. 하지만 막상 먹어보면 실망스러웠죠. 짭짤하고 감칠맛 나는, 부스러기 같은 고명을 얹은 밥을 떫은 찻물에 말아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거든요. ‘한국 사람들이 입맛 없을 때 냉수에 밥 말아 먹듯, 일본 사람들은 티백을 우려 밥을 말아 먹는구나’ 생각했을 뿐이에요. ‘타마유라 티 바’에서 차를 마셔보기 전까지는요.

타마유라 티 바 내부.

타마유라 티 바 내부.

‘타마유라’는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이 지난해 리뉴얼 오픈하면서 새롭게 선보인 일식당입니다. 모던한 티 룸이 있고 티 클래스도 있죠. 여섯 명 정원으로 격주 운영하는 프라이빗한 클래스입니다. 1인당 7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예약이 쉽지 않아요.

참가해보니, 그럴 만하더군요. 일본에서 최고급으로 손꼽히는 잎차, 맛차, 바로 볶아 만드는 호지차에, 배가 부를 지경으로 자꾸만 나오는 와가시(화과자)라니! 게다가 와가시는 타마유라의 사토 히로히토 셰프가 계절을 담아 매일 아침 인원수만큼만 빚습니다. 사용하는 차는 17세기부터 차를 재배해온 교토의 유서 깊은 가문의 것. 후쿠오카의 맛차도 맛볼 수 있는데요. 요즘 찻자리가 하나의 유행이 되면서 꽤 괜찮은 차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늘었지만, 이곳의 차는 진짜 차 맛을 단번에 알게 해주는 가장 완성도 높은 레벨에서 골라온 것입니다. 어설픈 백 번의 경험보다 제대로 된 한 번의 경험이 더 좋은 공부가 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죠.

만족도 높은 클래스인 데엔 모던한 티 룸 인테리어와 맞춤한 격식 느슨한 다도 분위기도 한몫합니다. 바닥에 무릎 꿇지 않고, 편안하게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어 자유롭게 대화하면서 넓은 테이블에 펼쳐진 차 세상을 맛보면 되거든요. 일본 차의 역사, 지역별 차의 차별성 등 입문자를 위한 차 상식뿐 아니라 전통 다도 시연을 통해 맛있게 차 우리는 법도 ‘확실히’ 알려줍니다. 궁금한 건 언제든 질문하고 명석한 답을 들을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로, 실생활에서 어떻게 차를 우리면 좋을지 눈높이와 상황에 맞는 절충적인 방법도 얻어올 수 있고요.

낯선 이들과 인상 깊은 찻자리를 마치고 떠나는 길에는 티 클래스에서 맛본 차를 집에서 다시 음미해볼 수 있도록 정성 들여 포장한 차 선물도 손에 들려줍니다. 티 클래스에서 배운 대로, 집에서 다시 차를 우려 마시다 보면 저절로 냉장고에서 밥을 꺼내게 된답니다. 왜 일본 사람들이 그토록 찻물에 밥을 말아 먹었는지, 드디어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좋은 녹차에서는 다시마 육수처럼 진하게 농축된, 향긋한 감칠맛이 납니다. 오차즈케의 진정한 의미는 감칠맛 좋은 육수에 말아 먹는 고소한 밥이었습니다.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Courtesy of Tamayura
    컨트리뷰팅 에디터
    이해림(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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