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유발자
EDM을 시끄럽게 만든 선구자 페데 르 그랑, EDM 뮤지션 중 멜로디 메이킹을 가장 잘하는 그룹 써드 파티. 그들에게 디제이가 유독 단순하게 옷을 입는 이유까지 물었다.
FEDDE LE GRAND
EDM이 ‘시끄럽다’는 사람들이 있다. 록 기타가 거칠다고 싫어하는 것처럼 말이다. 호불호가 어떻든 시끄러운 EDM은 다시 한번 전자음악의 부활을 가져왔다. 청춘들은 장르와 시대를 막론하고 일단 센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페데 르 그랑은 EDM을 시끄럽게 만든 선구자 중 하나다. 2006년 내놓은 ‘Put Your Hands Up for Detroit’는 사포로 긁는 듯한 거친 베이스 라인을 쓰고도 영국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같은 접근을 반복한 ‘Let Me Think About It’도 2007년 영국 싱글 차트 2위에 올랐다. 두 곡은 초창기 일렉트로 하우스로 분류된다. EDM 열풍은 일렉트로 하우스가 2000년대 후반 급부상하며 시작됐다.
13년이 흘러 음악 스타일은 달라졌지만 완성도만큼은 한결같다. 무엇보다 언더그라운드 출신답게 급격한 상업화의 와중에도 쉽게 중심을 잃지 않았다. 그는 대중과 동떨어지기도 싫어하지만 유행에 너무 휩쓸리지도 않는다. 탁월한 균형 감각의 소유자다.
한국을 많이 찾은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한국 팬들은 당신을 ‘페데 킴(Fedde Kim)’이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혹시 알고 있었나? 아니, 사실 몰랐다. 그게 좋은 뜻이었으면 좋겠다.
여러 차례 왔으니 다양한 장소를 방문했을 것 같다. 어디가 가장 기억에 남나? 여전히 서울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다. 다양한 요소가 정말 멋지게 뒤섞인 곳이다.
일렉트로닉 뮤직에 매료된 이유가 궁금하다. 관객에게 선사하는 에너지 때문이었다. 다른 음악에서는 그런 에너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세계 최고의 디제이 중 네덜란드 출신이 정말 많다. 네덜란드 부모들은 자녀가 디제이가 되겠다는 말을 들으면 대개 어떤 반응을 보이나? 지금은 디제이가 대중에게 인기를 얻는 직업이지만, 내가 시작할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아서 부모님의 반응이 좋지는 않았다. 그 당시 아버지는 내가 망상에 사로잡혔다고 생각했다. 나를 늘 지지하는 엄마만 빼고.
‘Put Your Hands Up for Detroit’가 2006년 영국 싱글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지 13년이 지났다. 그 후로 당신의 음악 스타일도 상당히 변했다. 그 곡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 그 곡을 생각하면 아직도 정말 행복하고 자랑스럽다. 오리지널 곡을 더 이상 틀지는 않지만, 리믹스 버전으로는 여전히 틀고 있다. 내 음악 경력에서 정말 중요하고 꼭 기념해야 하는 곡이다.
사람들은 ‘Put Your Hands Up for Detroit’가 현재의 일렉트로 열풍을 예견한 노래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때는 그런 유의 일렉트로 사운드가 유행할 때가 아니었다. 어떻게 그런 노래를 만들었나? 혹시 디트로이트 테크노에 바치는 오마주였나? 원래는 펑키한 하우스를 만들고 싶었지만 한편으론 거기에 새로운 요소를 가미하고 싶었다. 맞다, 그건 디트로이트 테크노에 바치는 오마주였다. 그 당시 내가 페스티벌에 다닐 때 그런 음악을 듣고 있었으니까. 물론 노래 자체는 테크노 음악이 아니다.
‘So Much Love’ 유튜브 조회 수가 1,400만을 달성했다. 그 노래를 들으면 제목이 말해주듯 사랑의 감정과 행복한 기분이 느껴진다. ‘So Much Love’를 통해 어떤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나? ‘So Much Love’는 정확하게 바로 그런 노래이면서 하우스 음악이다. 그곡은 사람들을 한데 자연스럽게 모아주는 역할을 할것이다. 여러분이 가진 배경이 어떻든, 음악은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니까.
EDM 전문 음원 사이트 ‘비트포트’ 기준으로 가장 사랑받는 당신의 음악은 ‘Rhythm of the Night’이다. 코로나의 1993년 고전을 리믹스한 곡이다. 현재 스타일을 거슬러서 올드 스쿨로 돌아가려고 한 이유는 뭔가? 그건 나에게 찾아온 기회와 더 깊이 관련이 있다. 누군가 당신에게 그런 멋진 고전을 리믹스해달라고 부탁하면 도저히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좋은 디제잉’은 뭘까? 음악으로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음악 이야기로 사람들을 어느 한 장소에서 전혀 다른 장소로 진짜로 데려가는 거다.
세계의 멋진 클럽을 많이 방문해봤을 텐데, <보그 코리아> 독자에게 한 곳만 추천해준다면? 여러분이 브라질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그린 밸리’에 꼭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분위기가 정말 끝내준다.
올해 활동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으악, 계획이 줄줄이 잡혀 있다. 일단 신곡을 많이 출시할 예정이다. 이제 곧 여름이 시작되고 앞으로 4개월 동안 정말 많은 페스티벌이 열릴 거다. 여름이 지나면 아시아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물론 한국에도 다시 올 수 있기를.
THIRD PARTY
흔히 EDM을 비트 중심 음악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히트곡 기준으로는 ‘좋은 멜로디’라는 공통점을 추릴 수 있다. 멜로디는 장르를 초월해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요소다. 써드 파티는 EDM 뮤지션 중 멜로디 메이킹을 가장 잘하는 그룹 중 하나다. 장르의 최대 관건이 멜로디인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계열에서 꾸준히 선두 그룹에 속해왔다. 마틴 개릭스와 협업한 ‘Lions in the Wild’는 히트곡을 넘어 명곡이라 지칭해도 손색없다. 그룹은 ‘업리프팅(Uplifting)’ 감흥을 담아내는 데에 주력한다고 말했다. 사전에서 ‘희망을 주는’으로 번역되지만 댄스 신에선 위로와 함께 일으켜 춤추게 만드는 행복 에너지의 상승을 말하기도 한다. 힘을 주는 서정적 멜로디 덕분에 한국에서도 인기가 좋다. 인기를 반영하듯 7월에 넬과 협업한 곡도 발표한다. 써드 파티의 ‘Northern Lights’를 넬의 김종완이 다시 부른 버전이다. 녹음을 위해 한국을 찾은 써드 파티를 만났다.
EDM 열풍의 물꼬가 트이던 2010년에 데뷔했다. 그전엔 뭘 했는지 궁금하다. 나(조니)는 공항에서 일했고 해리는 호텔에서 일했다.
결성 전부터 투어 라이프를 준비한 건가?(웃음) 공항에서 일하다가 디제이가 됐고 여전히 공항과 호텔에 있다(웃음). 나는 공항 시큐리티로 일했고 해리는 호텔에서 물류 관련 일을 했다.
디제이보다 프로듀서로 먼저 데뷔했다고 들었다. 첫 번째 공연이 마이애미에서 열린 윈터 뮤직 컨퍼런스(WMC)였다. 그때까지도 공항과 호텔에서 일하고 있었다. 첫 공연 뒤 갑자기 바빠졌고 디제이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이 아주 빨리 전환됐다. 사실 첫 공연 이전엔 디제잉을 해본 적이 없었다. 공연이 잡히고 연습했다.
써드 파티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는 음악과 관계없는 의미다. 왜 선택했나? 원래 세 명이었다. 써드 파티 로고가 세 줄인 것도 그래서다. 그런데 한 명과 조율이 잘 안 돼 두 명이 남았지만 애초에 구상한 브랜딩이 맘에 들어 유지하기로 했다. 아, 우리는 세 번째 멤버를 갖고 있다. 바로 음악이다.
전 세계 페스티벌과 클럽을 종횡무진하는 중이다. 1년 중 투어를 얼마나 하나? 공연과 여행까지 합하면 1년에 절반 정도다. 나머지 50%는 스튜디오에 있다. 우리는 투어 일정이 길고 스튜디오에 있는 시간이 짧은 것은 싫다. 둘 다 프로듀싱을 좋아한다. 써드 파티를 결성하고 뮤지션이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여행과 디제잉은 그다음이다. 어떤 디제이는 90%를 투어에 할애하고 10%를 스튜디오에 머문다. 물론 그가 어떻게 하든 상관없다. 다만 우리는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시간이 많기를 바란다.
마틴 개릭스와 협업한 ‘Lions in the Wild’는 히트곡을 넘어 클래식이 됐다. 어떤 매력 덕분에 사람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걸까? 해리가 주요 멜로디를 쓰자마자 ‘이건 히트하겠다’라는 강렬한 예감이 왔다. 다른 음악은 시간이 지나야 확신이 드는데 ‘Lions in the Wild’는 듣자마자 잘될 것 같았다. 단순하지만 독특한 멜로디 덕분인 것 같다. 우리는 가사를 쓸 때 대규모 페스티벌에서 관객이 쉽게 이해하고 소리 지르며 따라 부를 것을 염두에 두는데, 그 점도 작용한 것 같다. 마틴이 참여한 것도 한몫했다. 엄청 규모가 큰 페스티벌에서 자주 틀었으니까.
10년 가까이 음악을 하다 보면 스타일이 바뀌기도 하는데. 써드 파티는 꾸준히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를 하고 있다. 이 장르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 같다. 어떤 아티스트는 처음엔 좋아하는 장르로 시작했다가 스타가 되면 스타덤을 유지하기 위해 잘되는 것을 따라간다. 지금 유행하는 사운드는 이미 수많은 사람이 하고 있다. 나만의 것을 잘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뿐이고 정답은 없다.
요즘 많은 디제이가 팝 EDM으로 달려가고 있다. 써드 파티는 손꼽히는 멜로디 메이커인데도 이번 <Together> 앨범 역시 팝 EDM은 없다.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 건가? 의도하진 않았다. 우리의 사운드를 유지하다 보니, 그리고 팬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다 보니 그렇게 됐다. <Together> 앨범의 ‘Northern Lights’가 그래도 팝 EDM과 가까운데, 의도하진 않았지만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됐다. 그런 곡이 나오면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콜드플레이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다. 콜드플레이의 긍정적이고 희망적인(Uplifting) 면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희망을 주는 음악을 만드는 게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 크리스 마틴도 항상 그 부분을 얘기한다. 희망과 위로는 우리 음악의 DNA다. 팬들에게도 우리 음악과 함께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새로운 노래를 만들 때 항상 그 점을 생각한다.
7월에 넬과 협업곡을 발표한다. 어떤 음악인가?<Together> 앨범에 수록된 ‘Northern Lights’를 넬이 다시 부를 예정이다. 한국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게 한국 팬들에게 선물이 될 것 같아 늘 구상 중이었는데 매니저에게 넬을 소개받았고 아주 마음에 들어 추진하게 됐다. 우리 노래의 보컬 부분을 넬의 김종완이 다시 부른다. 새롭게 론칭하는 커넥티드(CO-NECTD) 레이블의 첫 번째 곡이라고 들었다.
인터뷰 끝나고 사진 촬영이 있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있나? 예전에 스튜디오에만 있을 때는 관심이 없었는데 투어를 다니며 좋은 걸 많이 보니 점점 늘고 있다. 특히 한국 사람들이 옷을 정말 잘 입는다. 여러 곳의 패션 스타일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로커나 래퍼를 보면 무대에서 화려하게 입는다. ‘무대 의상’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디제이는 유독 심플하게 입는다. 캐주얼 혹은 올 블랙으로. 특별한 이유가 있나? 클럽에서 예거마이스터 같은 술을 마시다가 쏟았을 때 검은색이 최고이기 때문이다(웃음). 글쎄, 정확히는 모르겠다. 어두운 클럽에서 검은 옷을 입으면 시선을 덜 끌기 때문 아닐까. 페스티벌에서는 주목받아야 하지만 클럽에선 사람들이 음악을 듣게 하는 것이 목적이니까. 여전히 잘 모르겠다(웃음).
- 에디터
- 김나랑
- 포토그래퍼
- 김영훈, Courtesy of Fedde Le Grand
- 컨트리뷰팅 에디터
- 이대화(음악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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