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세는 카우보이 패션
음악부터 패션까지, 카우보이와 웨스턴의 강렬한 모래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2019년의 노래를 뽑는 게임은 이미 끝이 났다. 릴 나스 엑스(Lil Nas X)의 ‘Old Town Road’는 무려 19주 동안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이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제 막 스무 살 생일을 보낸 애틀랜타 외곽 출신의 소년은 노래 한 곡으로 단번에 미국 음악계의 정상에 올랐다. 그의 음악만큼 흥미로운 건 스타일. 컨트리 뮤직을 재해석한 뮤지션답게 공식 석상과 무대에 오를 때면 카우보이 스타일을 고집한다. 8월 26일 열린 MTV VMA 어워드의 레드 카펫 역시 마찬가지. 반짝이는 은빛 수트와 붉은색 새틴 수트를 거침없이 차려입은 모습은 이전에 우리가 알고 있던 카우보이 스타일에 신선한 충격을 준다.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는 이 노래 때문일까. 지금 음악계와 패션계에는 새로운 웨스턴 스타일이 대세로 떠올랐다. 카디 B(Cardi B)는 블루페이스(Blueface)와 함께한 ‘Thotiana Remix’ 뮤직비디오에서 아주 섹시한 카우보이 스타일로 변신했고, 솔란지(Solange)는 19세기부터 텍사스를 지킨 흑인 카우보이를 기리는 ‘When I Get Home’으로 자신의 뿌리를 살펴보았다. 얼굴을 가린 카우보이로 유명한 오빌 펙(Orville Peck), 중독성 강한 멜로디의 뮤지션 포스트 말론(Post Malone) 역시 웨스턴 스타일을 적극 차용하고 있다.
사실 이들이 카우보이와 웨스턴 스타일을 차용한 최초의 뮤지션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카우보이 스타일이 특별한 건 백인의 남성성을 대표하는 고전적인 웨스턴 스타일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 예를 들어 릴 나스 엑스는 흑인 남성 뮤지션으로서는 흔치 않게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SNS로 밝혔고, 오빌 펙 역시 퀴어임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솔란지는 백인 문화 속에서 잊힌 흑인 카우보이를 기리기 위해 뮤직비디오를 만들기도 했다. 물론 카디 비는 자신의 방식대로 카우보이 스타일을 차용했다. 이 모든 건 이른바 ‘말보로 맨’으로 전해오던 백인 카우보이 문화에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음악에서 시작된 웨스턴 바람은 금세 패션계로 옮겨왔다. 내년 봄 컬렉션을 선보인 알렉산더 왕은 랄프 로렌이 지니고 있던 미국적인 스타일을 도회적으로 해석했고, 셀린의 에디 슬리먼은 미국 서부와 프랑스의 시골 패션을 절묘하게 믹스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세련되게 카우보이 스타일을 선보인 건 새로운 라벨 핍스(Phipps). 마크 제이콥스와 드리스 반 노튼 밑에서 일하던 미국 디자이너 스펜서 핍스(Spencer Phipps)가 2017년에 시작한 브랜드. 카우보이, 캠핑, 트레킹 등의 스타일을 믹스한 컬렉션은 지난 파리 남성복 패션 위크 중 가장 인상적인 쇼로 꼽히기도 했다. 그야말로 음악부터 패션까지 웨스턴 바람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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