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보그>가 만난 뉴 페이스 모델

2020.02.04

by 송보라

    <보그>가 만난 뉴 페이스 모델

    2020 S/S 시즌 패션쇼가 시작됨과 동시에 모델계에도 새로운 물결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셀린 런웨이의 익스클루시브 모델이 되거나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새로운 구찌 걸이 된다면 패션계에서 주목받기 어렵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Z세대에게 모델이란 런웨이를 걷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으며 무언가를 대변해야 합니다.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이 중요시되는 가운데 신인 모델 일곱 명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타시 오기어 Tash Ogeare

    나이: 19

    출신: 자메이카, 포틀랜드

    데뷔: 셀린 2019 F/W 런웨이

    에이전시: 프리미어 모델 매니지먼트

    인스타그램: @tashogeare

    셀린 2019 F/W 런웨이로 데뷔한 타시는 에디 슬리먼 특유의 쿨한 파리지엔 분위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자메이카 출신의 열아홉 살 소녀는 이만과 나오미 캠벨의 뒤를 잇고 싶어 하죠. “다른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면서 커리어를 쌓고 싶어요.” 그녀는 2017년 후반에 자메이카의 한 에이전시에서 진행한 오디션에 참가했고 에이전시 대표의 눈에 띄어 캐스팅됐습니다. 그녀가 모델이 될 수 있었던 건 모두 엄마 덕분. “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엄마는 내가 모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용기를 줬어요. 나의 꿈을 늘 지지해주셨죠.”

    점점 더 많은 패션 브랜드가 다양성을 지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충분치 않다고 타시는 말합니다. 영향력 있는 모델로 성장해서 패션계가 더 포용적인 곳이 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 그녀의 꿈. 모델을 꿈꾸는 소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더 강해지고,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세요. 그리고 절대 꿈을 포기하지 마세요!”

    짠 바이분 Jan Baiboon

    나이: 24

    출신: 태국 방콕

    데뷔: 샤넬 2018 크루즈

    에이전시: 윌레미나

    인스타그램: @jbaiboon

    이미 샤넬의 단골 모델인 태국 출신의 짠 바이분은 런웨이뿐 아니라 화보 촬영에도 재능을 발휘합니다. 한때 자신의 키가 콤플렉스기도 했지만 그녀는 모델로 일하면서 자신감을 얻었죠. “7년 전 방콕에서 열린 모델 대회에 나갔어요. 수상하진 못했지만, 그때 스카우트됐죠.” 그녀는 모델이 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던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고등학교 때도 반에서 제일 키가 컸고 그래서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고 느꼈으니까요. 모델 일을 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나의 롤모델은 리우웬이에요. 모델을 꿈꾸는 아시아 소녀들 사이에서는 그녀가 우상이죠. 나 역시 그중 하나였고요. 패션계가 모델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가졌으면 해요. 키가 크고 마르지 않아도 모델이 될 수 있도록요.”

    미치 그린 Mitch Greene

    나이: 26

    출신: 영국 런던

    데뷔: 크리스토퍼 케인 2019 F/W

    에이전시: 셀렉트 모델 매니지먼트

    인스타그램: @m_itj

    크리스토퍼 케인 런웨이로 데뷔한 미치 그린은 런던 출신 모델 특유의 조용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느긋한 성격에 채러티 숍에서 쇼핑을 하는 타입이죠. 이번 시즌에도 큰 욕심 없이 자신에게 온 기회에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뭐든 일단 해보는 스타일이라서 모델도 하게 된 거죠.” 그녀는 특정 인물을 롤모델로 꼽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에게 솔직한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친절함도요! 매일 친절함을 연습하면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크람 아브디 오마르 Ikram Abdi Omar

    나이: 23

    출신: 스웨덴 스톡홀름

    데뷔: 몰리 고다드 2018 F/W

    에이전시: 프리미어 모델 매니지먼트

    인스타그램: @ikramabdi

    “자신의 꿈을 이루려 할 때 헤드스카프가 제약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어린 소녀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스물세 살의 아브디 오마르는 흔들리지 않는 확신과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자신의 위치와 영향력도 잘 알고 있죠. 오마르는 몰리 고다드 쇼로 데뷔해 얼마 전에는 <보그> 아라비아 2019년 4월호 커버에 할리마 아덴, 아미나 아단과 함께 등장하기도 했죠. 패션계의 진짜 파워가 되기 위해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고 있습니다. “평소 모델에 관심이 많았어요. 패션계에는 여전히 표현에 한계가 존재한다고 느껴요. 더 포용력 있는 분위기로 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이 그랬듯 모델을 꿈꾸는 소녀들에게 남기는 충고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계획을 세우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 길을 열심히 따르면 꿈이 현실이 될 거라고요.”

    로즈 레딩 Rose Redding

    나이: 21

    출신: 영국 런던

    데뷔: 헌터 오리지널 2016 S/S

    에이전시: 티타늄 매니지먼트

    인스타그램: @rose._redd

    모델 출신 부모님을 둔 로즈는 타고난 모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패션계에서 커리어를 쌓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균형이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죠. 진짜 보헤미안의 영혼을 가진 로즈는 지속 가능성부터 동물 보호에 이르기까지 환경에 대한 이슈를 최우선으로 둡니다. “어릴 때부터 가능한 한 많은 곳을 여행하고 다른 문화를 경험하는 게 꿈이었어요. 엄마는 모델을 관두고 전통 사티아난다 요가를 가르쳤는데,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정말 많은 영향을 주셨죠.” 엄마는 삶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식물, 태양, 달, 별과 한 몸이 되라고 가르쳤고 그런 가르침 덕에 그녀는 다른 사람을 바꾸려 하지도 않고 자신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됐습니다. “내가 번 돈을 사람 때문에 고통받는 동물을 위해 쓰고 싶어요.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은 친구와 가족을 둔 덕분에 끊임없이 자극을 받고 믿음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로즈는 식물을 길러보라고 추천합니다. 그 과정에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거라고요.

    우르바시 움라오 Urvashi Umrao

    나이: 23

    출신: 인도 구자라트

    데뷔: 아직 런웨이 데뷔 전

    에이전시: 티타늄 매니지먼트

    인스타그램: @urvashi_umrao

    우르바시 움라오는 캐스팅되기 직전까지 모델은 발리우드 스타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신입생 때 뭄바이의 대학 캠퍼스에서 스카우트됐는데요. 처음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외모로 눈에 띄었다는 게 가장 신이 났다고 합니다. 그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처음 만난 슈퍼모델은 코코 로샤였어요. 보자마자 그녀에게 완전히 반했는데, 특히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어요. 나 역시 나의 믿음에 대해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우르바시는 어린 10대 모델이 30대, 40대 혹은 더 나이 든 여자들을 위한 제품을 광고하는 것이 젊음을 이상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나이 든 모델도 있어야 해요. 나이 들수록 돋보이는 아름다움도 있으니까요. 지혜도 시간이 지나야 얻을 수 있는 거죠.” 모델계처럼 겉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자신감을 잃기 쉽습니다. 그녀 역시 외모로 자신을 폄하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다른 모델과 비교하는 것도 자제하고요.

    델피 맥니콜 Delphi McNicol

    나이: 20

    출신: 영국 런던

    데뷔: 구찌 2019 F/W

    에이전시: 더 하이브 매니지먼트

    인스타그램: @delphi_mc

    왜 델피 맥니콜이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최애’ 모델이 됐는지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녀의 외모는 미켈레가 추구하는 구찌의 미학과 ‘통하니까’요. 하지만 델피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스무 살 런더너는 구찌의 미학보다는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유대감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킹스턴의 채러티 숍에서 쇼핑을 하다가 캐스팅됐어요. 아빠의 낡은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누군가 나에게 모델의 가능성을 봤다는 게 충격이었죠!” 델피 역시 모델이라는 독특한 개념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비틀스, 엠아이에이, 알렉산더 맥퀸, 쿠사마 야요이 등 평소 좋아하던 뮤지션과 예술가, 디자이너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그들이 평범한 사람에서 영향력을 가진 사람으로 바뀌는 과정을 ‘공부’했죠.

    그녀는 재활용 소재와 중고 옷을 입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 되는 변화를 환영합니다. 더 많은 브랜드에서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소재와 기술을 사용하길 기대하고요. “앞으로 그런 브랜드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델피는 세상에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것이 정치적인 것이든 사회적인 것이든 환경적인 것이든 간에요. “나 역시 세상과 나 자신에게 일어나는 좋은 변화를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그런 것들이 더 나은 나를 만드니까요.”

      시니어 디지털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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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shua Gra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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