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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패션 위크를 멈춰라!

2020.02.04

by 송보라

    런던 패션 위크를 멈춰라!

    영국의 기후변화 방지 운동 단체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이 출범한 지 6개월 만인 지난 4월 런던 중앙의 5개 지역을 점령했습니다. 그것은 근래 영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평화 시위였습니다. 11일 동안 계속되는 동안 수천 명의 운동가들이 행진했고 다리를 막았으며 옥스퍼드 서커스 한가운데에 분홍색 배를 정박하기 위해서 단결했습니다. 총 1,130명의 시위자들이 구속됐고 1만여 명의 경찰과 대치했죠.

    그 후로 이 운동은 세계적인 흐름이 됐습니다. 베를린 지점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 관저 밖에 줄을 섰고 파리의 시위자들은 센강의 쉴리 다리를 막았습니다. 뉴욕에서는 언론사를 압박하기 위해 <뉴욕 타임스> 본사 건물 밖의 교통을 마비시켰고요.

    영국 수도에서 열린 또 다른 시위는 런던 패션 위크의 취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쇼가 열릴 장소와 서머셋 하우스의 영국패션협회 본사를 타깃으로, 9월 13일부터 17일까지 시위를 벌입니다. 시위의 마지막은 ‘런던 패션 위크: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제목의 장례식.

    시위에 앞서 <보그>는 멸종 저항의 운동가 사라 아놀드(Sara Arnold)와 제시 브린튼(Jessie Brinton)을 만나 그들의 계획과 함께 패션 산업을 왜 적으로 보는지에 대해 들었습니다.

    런던 패션 위크를 위해 계획 중인 ‘장례식’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사라 아놀드: 일부 언론은 우리가 런던 패션 위크를 없애려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지 않아요. 우리가 계획하는 시위는 상징적입니다. 런던 패션 위크 마지막 날인 9월 17일 오후 5시에 트라팔가 스퀘어부터 180 더 스트랜드까지 걸을 계획이에요. 180 더 스트랜드에 도착하면 우리는 ‘다이 인(시위 중 죽은 것처럼 드러눕는 행위)’을 할 겁니다. 거리에 드러누워서 길을 막을 거예요. 장례식은 이 비극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생명을 기리는 거죠. 사람들이 애도하고 반성할 자리를 마련하자는 취지입니다.

    제시 브린튼: 지금은 눈에 띄는 움직임이 중요한 시대죠. 우호적일 수는 없었습니다. 다른 모든 것은 이미 시도한 상태였으니까요. 1970년대부터 지속 가능성에 대해 말해왔지만 먹히지 않았어요. 이제 우리는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합니다.

    패션 산업 관계자들이 어떻게 대응하기를 바라나요?

    사라 아놀드: 이번 한 번으로 런던 패션 위크가 사라질 거라고 기대하진 않지만, 우리는 좋든 싫든 이런 것들이 사라져야 한다는 걸 사람들에게 인식시켜야 해요. UN 사무총장은 우리가 2020년 말까지 코스를 변경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패션 산업 관계자들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죠. 만약 패션 위크가 다음 시즌에도 계속된다면 데드라인을 넘어서는 겁니다. 갑작스러운 기후변화가 속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계속 나빠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산업을 중단시키려 하죠. 게다가 런던 패션 위크는 매우 영향력이 큽니다. 경고음을 듣고 한 사람이 일어나면 다른 사람들도 따를 거예요. 우리는 패션 산업이 그 한 사람이 돼야 한다고 보는 거죠.

    멸종 저항의 시위는 뉴욕과 밀라노, 파리 패션 위크 기간에도 열릴 계획인가요?

    사라 아놀드: 멸종 저항은 영국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전 세계에 퍼져 있습니다. 다른 도시의 멤버들과 교류하고 있고 전 세계 지부에 패션을 보이콧하는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전달하고 있어요. 하지만 어떻게 할지는 그들이 직접 결정할 겁니다.

    패스트 패션 또한 보이콧할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사라 아놀드: 과거에도 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쇼핑몰로 가서 ‘다이 인’을 했죠. 계속 그들을 공격하고 있지만 런던 패션 위크에서는 산업 전체를 대상으로 합니다. 패스트 패션이 최악의 가해자지만 그렇다고 럭셔리 패션이 예외는 아니니까요. 런던 패션 위크에 참여하는 패션 브랜드는 그들이 산업을 이끈다고 생각할 테니 당연히 우리의 시위에 반응할 겁니다.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디자이너들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요?

    사라 아놀드: 우리는 과거 캐서린 햄넷, 마티나 스페틀로바, 패트릭 맥도웰, 피비 잉글리시 같은 몇몇 디자이너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그들이 계속 우리를 지지하길 바랍니다. 또한 영국패션협회의 캐롤린 러시와도 어떻게 우리가 패션 산업 내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논한 적이 있죠. 우리는 180 더 스트랜드의 ‘긍정적인 패션 공간(Positive Fashion Space)’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기를 바랍니다. 토크 타임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데요. 왜 비폭력적인 방식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지를 포함해, 과학과 사회적 관점에 대한 전반적인 접근이 될 겁니다.

    런던 패션 위크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요?

    사라 아놀드: 우리는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10월 7일에 열릴 거리 시위에 모두가 참여한다면 실현될 겁니다. 웨스트민스터 같은 런던 내 주요 건물을 가능한 한 오래 봉쇄하려고 합니다. 세 가지를 요구할 거예요. ‘진실을 말하라, 지금 당장 행동하라, 정치를 넘어서라’. 그리고 우리는 정부가 10월까지 우리의 요구에 대해 개선 사항을 발표하기를 바랍니다.

    제시 브린튼: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계획을 강행할 겁니다. 우리는 성장할 거예요. 과학이 바뀌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시위는 오직 한 방향만 바라볼 겁니다.

    <보그>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사라 아놀드: 여러분도 10월에 동참하세요. 일을 멈추든 일을 거리로 가지고 오든 상관없어요. 만약 회사에서 높은 위치에 있다면 당신의 팀원들이 일을 멈추고 시위에 동참하게 해주세요. 그들이 구속된다면 그들을 지지해주세요.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올수록 우리의 요구를 빨리 받아들일 겁니다.

    제시 브린튼: 우리 모두는 새로운 관점에서 세계를 돌보고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환경 문제가 뉴스에 나오면 반응하지만, 금세 다른 뉴스에 의해 잊히고 당신은 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생활하겠죠. 나 자신조차 그럴 때가 있으니까요. ‘기능적인 부인(Functional Denial)’이라고들 하죠. 하지만 기후 온난화는 현재 일어나고 있고 지금이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시니어 디지털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GettyImagesKorea
      Radhika Se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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