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 그 끝
“밥은 먹고 다니냐?”
우리나라 최대의 미제 사건이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송강호의 대사입니다.
원래 대본에 있던 대사는 “그런 짓을 하고도 밥이 넘어가냐?”였다고 해요. 송강호는 애드리브로 본인의 대사를 살짝 바꿨는데요, 그 이유에 대해 “만약 범인을 만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이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장면은 스크린 너머 관객 혹은 관객 속에 있을지도 모를 범인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영화는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고, 관객들의 분노도 그만큼 높아졌어요. ‘그놈’을 꼭 잡아야 한다는 여론도 크게 일었죠.
<살인의 추억>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 작품입니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에서 10명의 여성이 희생된 희대의 살인 사건. 워낙 큰 사건인 만큼 많은 인력이 투입됐고, 수사가 계속됐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어요.
야속하게 시간은 흘러 2006년, 마지막으로 1991년 4월 발생한 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났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그렇게 역사의 안갯속으로 사라지나 싶었던 이 사건의 매듭이 드디어 풀렸습니다.
용의자가 30년 만에 확인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데요. 많은 이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용의자는 50대 남성으로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라고 합니다. 용의자는 90년대 초 강간 살인을 저질러 무기수로 수감 중인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뒤늦게나마 용의자를 특정하게 된 데는 경찰의 끝없는 추적과 DNA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 7월, 당시 피해 여성에게서 나온 DNA를 국과수에 분석 의뢰했는데요. 그 결과 채취한 DNA와 일치한 대상자가 있다는 통보를 받은 겁니다.
안타깝게도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나 용의자는 그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이기 때문에 용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가능성도 고려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을 허망하게 하고 공포스럽게 만들었던 이 사건의 용의자. 30년이 지난 이제는 그에게 물을 수 있게 됐습니다. “밥은 먹고 다니냐?”
- 에디터
- 오기쁨(프리랜스 에디터)
- 포토그래퍼
-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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