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샤넬 니트의 미학

2020.02.04

샤넬 니트의 미학

스웨터의 기원은 스포츠웨어입니다. 그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뱃사람들이 보온과 보호를 위해 입던, 특수 방수 처리된 진청색 털실로 짠 ‘건지(Guernsey)’ 혹은 ‘간지(Gansey)’ 스웨터에서 유래했죠.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스웨터를 입은 건 19세기 후반입니다. 골프나 테니스, 보트, 자전거 타기 등 스포츠 활동이 인기를 끌면서 활동성 있는 니트웨어가 인기를 끌게 된 거죠.

이후 빅토리아 시대, 복식에 대한 지나친 규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성 복식 운동(Rational Dress Movement)’이 일어나면서 1870년대 들어 울과 코튼 소재의 니트 원단 혹은 울 실크 혼방 소재로 만든 남성용 언더셔츠와 조끼를 운동복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운동선수들이 즐겨 입은 이 옷의 원단이 바로 ‘저지’입니다. 저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기존 니트 제조사는 저지 속옷 대신 저지 소재의 아우터웨어 생산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죠. 니트 기계의 발전은 니트 의류 가격을 낮추고 보편화하는 데 한몫했고요.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기 위해 ‘이성적인’ 드레스를 입은 여자의 그림.

1920년대와 1930년대에 걸쳐 스웨터는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웨일스의 황태자는 1922년 골프복으로 페어 아일 스웨터를 입어서 크게 유행시켰습니다. 남자 친구인 아서 카펠의 옷에서 영감을 얻은 코코 샤넬은 1916년 방직공 자크 로디에가 스타킹을 만들기 위해 짜놓은 저지 원단을 사들여 여자들을 위한 일상복을 만들기 시작했죠. 마드모아젤 샤넬이 늘 추구하던 움직임이 편하고 착용감이 좋은 옷을 만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샤넬 여사는 1924년에는 러시아 발레단의 <블루 트레인> 공연을 위한 의상을 니트로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1913년 도빌에서 코코 샤넬과 아서 카펠.

장 콕토의 <블루 트레인> 댄서들.

두 가지 색이 들어가는 샤넬의 투톤 캐시미어 카디건은 스코틀랜드의 배리 니트웨어에서 제조합니다. 배리 니트웨어는 1903년 월터 배리와 로버트 카르셀이 세운 공장으로, 원래 질 좋은 스타킹을 만드는 걸로 유명했지만 1920년대 들어 니트웨어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그리고 25년이 넘도록 샤넬의 캐시미어 의상 제작을 도맡아오다가 2012년에 샤넬로 인수됐죠. 배리 니트웨어의 작업자들은 10대 때부터 이곳에서 경력을 쌓은 장인들입니다. 이들은 40가지가 넘는 작업 절차를 거쳐서 하나의 의상을 완성하죠. 각 부위를 하나의 몸통으로 이어주는 작업, 네크라인 재단, 스티치에 바늘을 끼워 넣는 작업 등 각 과정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집니다.

배리 니트웨어가 샤넬의 투톤 카디건을 만드는 과정.

배리 니트웨어가 샤넬의 투톤 카디건을 만드는 과정.

배리 니트웨어가 샤넬의 투톤 카디건을 만드는 과정.

배리 니트웨어가 샤넬의 투톤 카디건을 만드는 과정.

배리 니트웨어가 샤넬의 투톤 카디건을 만드는 과정.

배리 니트웨어가 샤넬의 투톤 카디건을 만드는 과정.

완성된 샤넬의 투톤 카디건.

칼 라거펠트는 그동안 컬렉션에서 다양하게 변주한 니트웨어를 선보였습니다. 예술적인 패턴부터 정원의 화초 문양까지 다양한 무늬를 넣고, 숄더 패드와 래글런 슬리브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원석을 달기도 했죠. 때로는 보드랍고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하고, 때로는 패셔너블한 샤넬의 니트웨어는 비르지니 비아르에 의해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2019 S/S 오뜨 꾸뛰르 쇼장의 알마 조도로브스키.

2019 S/S 오뜨 꾸뛰르 쇼장의 안나 무글라리스.

샤넬 뷰티 행사에 참석한 카밀라 모로네.

2019 F/W 쇼장의 셀린 살레트.

샤넬 디너에 참석한 샬롯 카르뎅.

스텔라 맥스웰.

2019 크루즈 쇼장의 로라 베일리.

    시니어 디지털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Courtesy of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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