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의자 입문을 위한 안내서
피에르 잔느레, ‘오피스 암체어'(1950년대)
피에르 잔느레는 1951년 인도의 한 도시계획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이 의자를 다자인했습니다. 다른 고급 의자처럼 동물 가죽과 비싼 나무를 쓰는 대신, 인도 전통 공예에서 흔히 쓰이던 티크나 대나무 같은 재료로 이 의자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사실 이 의자는 원래 사무실에서 쓰던 의자였습니다. 20세기 초반 인도의 공무원들이 서류 작업을 하기 위해 앉던 의자였지만 21세기 주거 공간 어디에 갖다놓아도 공간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룹니다.
장 푸르베, ‘스탠더드 체어'(1934)
나무로 된 등받이와 시트 부분, 철제로 연결된 다리. 많은 한국 사람이 이 의자를 보면서 학교에서 보낸 12년 의무교육의 추억을 떠올립니다. 실제로 이 의자는 병원이나 학교에 대량으로 납품되던 의자이기 때문에 이런 기시감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죠. ‘표준(Standard)’이라는 이름 자체가 많은 것을 이야기합니다. 대량생산을 목표로 했기에 화려함 대신 기능성을, 조형적인 실험 대신 의자의 가장 기본적인 원형을 구현한 의자입니다. 2002년부터 가구 회사 비트라(Vitra)가 복각해 다시 생산하고 있습니다.
한스 베그너, ‘Y체어 CH24′(1949)
덴마크 출신의 디자이너가 명나라 시대의 중국 의자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의자는 어떻게 보면 북유럽 느낌이 들면서 또 어떻게 보면 동양적인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등받이 부분의 Y 모양이 새의 가슴뼈(Wishbone)를 닮았다고 하여 위시본 체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한스 베그너는 가구 디자이너 이전에 스스로를 목수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의자는 시크하기 이전에 편안하고 견고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의자는 그의 말처럼 목공적으로 아름다운 동시에 편안한 곡선으로 앉으면 누군가에게 안긴 듯한 안정감을 주는 의자입니다.
사카쿠라 준조, ‘라운지 체어'(1957)
집 밖에서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의자에 앉아서 보내지만 사실 집에 오면 우리는 여전히 좌식 문화에서 살고 있습니다. <나 혼자 산다> 속 연예인들도 밥을 먹을 때면 소파에서 내려와 바닥에 앉아 소파를 등받이 삼아 밥을 먹습니다. 사카쿠라 준조는 좌식 생활에서 ‘의자에 앉는다’는 의미를 생각하며 이 작품을 디자인했습니다. 방석 같은 시트와 편안한 등받이, 바닥에 앉는 것같이 낮게 디자인한 이 의자는 우리의 좌식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사카쿠라 준조는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일본인 제자 세 명 중 한 명입니다. 건물을 만드는 건축가가 가구를 함께 디자인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건물 어디에 어떻게 머무는지가 그들의 주요한 관심사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 프리랜스 에디터
- 신현호
-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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