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적 발상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생각해낸 최초의 하이 주얼리 컬렉션은 과거를 향한 그의 열정에서 탄생한 시적 힘이 있다.
로마의 구찌 디자인 본사인(라파엘이 설계한) 커다란 16세기 건물에 있는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 사무실에 들어서면, 여러분은 이른바 그의 창조적 우주의 ‘아름다운 혼돈’ 속으로 들어서게 된다. 프레스코화로 뒤덮인 높이 치솟은 천장 아래, 방대한 석조 바닥에 온통 흩어진 아주 작고 정교한 18세기 여성용 구두와 미키 마우스와 그레믈린 인형, 앤티크 화병, 페르시아 러그를 비롯한 다양한 수집품과 함께 사방에 레퍼런스 북과 패션 잡지가 쌓여 있다. 그 방은 과거와 현재, 역사와 대중문화가 다층적으로 혼재되어 있다. 바로 그처럼 강력한 혼합은 2015년에 미켈레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어 구찌를 오늘날처럼 유명한 패션 하우스로 탈바꿈시킨 이후 구찌의 특징이 되고 있다.
미켈레가 이곳 로마에서 태어나 성장했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닐 것이다. 구찌가 집이라고 부르는 자갈이 깔린 거리 끝에는 아주 오래된 다리가 하나 있다. 2세기에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에 의해 건설된 이 ‘산탄젤로 다리’는 17세기에 베르니니가 만든 10개의 바로크 양식 대리석 천사상으로 장식되어 있다. 로마는 수천 년 동안 영향력을 발휘하며 종종 상충되는 다양한 층을 이루었고, 미켈레의 구찌도 마찬가지다. 2018년에 80억 유로가 넘는 수익을 올린 이 브랜드는 이러한 시대정신의 과격한 패션관을 활용해왔다. 바로 젠더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참고할 만한 문화적 레퍼런스를 뒤섞으며, 전통적인 아름다움보다 진정한 아름다움에 가치를 부여한다.
성공을 향한 여정에서 발을 헛디디는 일도 있기 마련이다. 올 초, 구찌는 모델의 입술 윤곽을 새빨갛게 칠해 흑인 분장을 떠올리게 한 마스크 스타일의 스웨터로 인해 문화적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 브랜드는 다양성과 포용성 확보를 위해 글로벌 책임자와 지역 책임자를 고용했다. 또 라고스, 멕시코시티, 뉴욕을 비롯한 세계 전역의 대학에 다문화 디자인 부문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재빨리 강구했다.
오랫동안 다문화주의를 포용해온 브랜드로서 이번 흑인 분장 논란은 이례적인 일처럼 보인다. 미켈레는 자신이 창조 중인 시대에 대한 민감성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물건에 대한 그의 애정조차(우리가 그의 사무실에서 끝부분에 금 장식을 두른 스모킹 재킷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앤티크한 초록 벨벳 소파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는 ‘쓰레기통’이라는 단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일회용 소비 문화에 대한 그의 거부감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집도 이곳과 똑같아요. 물건을 위한 피난처죠.” 그는 매우 정교하게 뒤죽박죽 뒤섞인 물건을 가리키며 말한다. “우리가 우리 손으로 만든 물건은 인류의 힘을 나타내죠.”
미켈레의 물건을 향한 열정은 자연스럽게 보석으로까지 확대된다. “보석은 인간에게 가장 가까운 걸작품이에요.” 그는 말한다. “그것은 집이나 그림, 천장이 아니에요. 말 그대로 그것은 우리가 걸치는 거죠.” 그가 자신의 개인 소장품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그의 대화에는 ‘아름답다’든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식의 황홀한 속살거림이 넘쳐났다. “저는 어린아이들처럼 그것들을 새롭게 발견하고 있어요.”
미켈레의 50만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그가 습관적으로 손가락에 잔뜩 끼고 있는 반지에 익숙할 것이다. 오늘도 그는 밝은색 매니큐어를 칠한 각 손가락에 앤티크 반지와 앤티크 스타일에 영감을 받아 그가 직접 디자인한 반지를 특색 있게 믹스해서 끼고 있다. 조각한 카넬리안 스카라베를 부각시킨 고대 이집트의 금반지가 정교하게 세공된 영국 튜더 왕조풍의 반지와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보석이 박힌 눈과 진홍색 기요셰 하트가 달린 에나멜 두개골이 특징인 매우 정교한 1960년대 코도냐토의 메멘토 모리 반지는 그의 오랜 파트너이자 도시계획 분야 교수인 조반니 아틸리가 그를 위해 만들어 선물한 소박한 골드 밴드 링과 대조를 이룬다.
이러한 취향은 디자인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가 수집한 당혹스러운 19세기의 눈 해부 모형 덕분에 핑키 링이 만들어졌다. 여러분을 노려보지 않을 때 그 반지는 ‘랄로’라는 미켈레의 닉네임과 함께 뒤쪽에 새겨진 그의 황도 별자리가 드러나 보인다. 단언컨대 미켈레가 해리 스타일스와 함께 지난 5월 ‘멧 갈라’를 주최했을 때, 엘리자베스 시대의 영웅 월터 롤리 경의 웅장하고 멋진 모습을 떠올리게 만드는 해리 스타일스의 ‘진주 귀고리’를 디자인한 사람도 분명 미켈레였다.
그는 특별히 영국과 프랑스의 앤티크 보석을 매우 좋아하고 여러 시간을 들여 영국 런던 메이페어의 앤티크 보석 중개인들을 샅샅이 찾아다니며 그들이 간직한 스토리를 알아낸다. “저는 역사를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그걸 구실 삼아 더 많이 배우죠. 보석은 대개 크기가 아주 작지만 많은 의미가 담겨 있어요.” 그는 고대 로마와 그리스 보석뿐 아니라, 조지 왕조 시대와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애도를 위해 착용했던 보석을 수집한다. “그것들은 한 사람의 스토리예요. 그것들은 마치 짧은 시 같아요.”
보석을 향한 그의 깊은 정서적 애착을 고려하면, 미켈레가 구찌의 명품 주얼리 컬렉션을 디자인하는 데 관심을 보인 것은 필연이었다. “구찌가 제 영혼의 한 조각이라고 한다면, 거기에 당연히 주얼리도 있어야죠.” 하이 주얼리는 예술과 기교의 궁극적 표현이다. 까르띠에와 부쉐론 같은 유서 깊은 주얼리 하우스와 샤넬과 디올 같은 패션 하우스 등 전 세계에서 겨우 몇 안 되는 하우스만이 이 정도 수준의 보석을 만들어낸다. 이들은 가장 희귀한 보석을 찾아내 정예부대 보석 장인들과 협업을 통해 일곱 자릿수의 가격표를 붙일 수 있는 유일무이한 보석을 만들어낸다. 이제 구찌도 지난 파리 오뜨 꾸뛰르에서 200점 정도 되는 최초의 럭셔리 주얼리 컬렉션을 공개하며 이 대열에 합류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이미 이 브랜드의 눈길을 끄는 코스튬 주얼리에 친숙할 수 있지만, 구찌의 하이 주얼리는 우아하고 차분하다. 미켈레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시대에서 가져온 요소를 혼합한다. 이를테면 그는 런웨이에서 ‘지기 스타더스트’ 레퍼런스를 16세기 러프 칼라에서 영감을 받은 펑크 칼라와 믹스한다. “저는 ‘여러분이 어느 노부인의 귀중품 보관함을 열어봤는데, 거기에 다양한 시대의 아름다운 물건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생각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장신구 하나는 미켈레 자신의 소장품에서 그가 가장 좋아하는 보석 한 점을 활용한다. 바로 끝에 공작 깃털이 달린 화이트 골드 화살이 ‘보석 박힌 심장’을 가로지르며 십자가 형태를 만드는 조지 왕조 시대 후기의 브로치다. 또 진한 콘플라워 블루 탄자나이트와 선샤인 옐로 베릴이 다이아몬드와 대조를 이루며 커다란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는 일부 보석상에서 하듯 시대를 앞서가야 한다는 부담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그들은 과거의 것과 유사할까 봐 두려워해요. 그들은 죄책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아니에요. 왜 우리는 다른 시대의 물건을 만지작거리면서 거기에다 컬러와 명암, 특이한 원석을 더하지 못하는 거죠?”
그 밖에도 화려하게 장식한 십자가 주변에 무시무시한 턱에 값비싼 보석을 물고 있는 사자 머리가 장식된 빅토리아풍의 다이아몬드 화환도 인상적이다. 우아하면서도 차분한 팔찌는 사탕 가게에서 고른 듯한 카나리아 옐로와 그라스 그린 투르말린, 바이올렛 사파이어, 파이어리 오렌지 만다린 가닛, 무지갯빛 오팔 덕분에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다양한 컬러를 뒤섞어서 보석 하나하나에 생기를 불어넣는 거죠.” 미켈레에게 보석 선택의 기준은 컬러와 선명도에서 얼마나 강렬한 느낌을 주는가에 있다. “아름다운 투르말린이 에메랄드보다 더 좋을 수 있어요.”
이 디자이너는 보석 선정에서부터 파리의 방돔 광장에 있는 구찌 단독 주얼리 매장의 개점에 이르기까지 이번 컬렉션의 모든 단계에 관여하고 있다. 물론 모든 세부 사항은 그가 아끼는 역사적 레퍼런스로 가득 차 있다. 선별된 그룹의 구찌 고객들과 공유하기 위한 디자인 구아슈를 담은 정교한 금 양각 가죽 프레젠테이션 책자 폴더는 미켈레가 그것을 한때 나폴레옹 3세의 정부이자 그녀 자신이 예전에 방돔 광장에 은둔해 사는 주민이었던 카스틸리오네 백작 부인에게 전달한다고 상상하며 제작한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젠더 플루이드한 구찌 세계에서는 이러한 창작품은 남녀 모두가 걸칠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 “남성과 여성의 주얼리가 달라야 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말이에요.” 다이아몬드로 치장한 조지 왕조 시대의 귀족들과 20세기 초에 최신 유행을 창조할 귀중한 보석 상자를 갖고 방돔 광장에 정착한 인도 왕국의 군주 마하라자들을 가리키며 미켈레는 말한다. “제가 구찌에 초대받는 고객이었다면, 저는 이 목걸이 가운데 하나를 갖고 싶을 거예요.” 그는 디자인을 훑어보며 말한다. 그가 또다시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 그 순간에 푹 빠져 있는 게 분명하다.
- 글
- Rachel Garrahan
- 포토그래퍼
- Paolo Roversi
- 모델
- Sara Grace Wallerstedt@The Society
- 헤어
- Rudi Lewis
- 메이크업
- Aude Gill
- 네일
- Roberta Ro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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