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패션계의 ‘걸갱’ 트렌드

2019.10.29

by 송보라

    패션계의 ‘걸갱’ 트렌드

    어느 좋은 가을 날, 친구들이 다 똑같이 베이지색 트렌치 코트를 입고 나와 당황한 적이 있나요? 한때 ‘패션 강국 코리아’라는 반어적인 타이틀과 함께 여자들이 죄다 비슷한 옷을 입는다고 비난받던 때가 있었죠. 하지만 유행의 최전선으로 불리는 런웨이와 패션쇼장 앞의 스트리트 패션에서는 친구들과 똑같이 옷 입는 게 아주 쿨한 현상이 되고 있어요. 새로운 시대의 ‘걸갱’ 혹은 ‘세일러문’이라 불리며 마치 빅토리아 시크릿 쇼의 마지막 장면처럼, 비슷한 패션의 여자들이 런웨이를 활보합니다. 이 신선한 스타일링법을 이제 막 끝난 2020 S/S 런웨이와 스트리트 웨이에서 찾아봤습니다. 이젠 비웃지 말고, 몰개성이라 비난하지 말고, 친구들과(세 명 이상이면 좋죠!) 똑같이 입고 만나보세요. 여자들의 패션 연대가 불러일으키는 묘한 자신감은 덤입니다.

    뮈글러 2020 S/S 런웨이의 질 코틀레브

    발맹 쇼에서 올리비에 루스테잉이 던진 메시지는 룩 13번 티셔츠에 적혀 있던 “Own who you are!”입니다. 똑같은 모양의 선글라스에, 크레파스처럼 찬란한 컬러를 입은 소녀 군단은 그 멘트와 함께 우리에게 철학적인 질문도 함께 던집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자신을 소유할 수도 있겠죠?

    언리얼에이지 2020 S/S

    ‘각도’를 주제로 패션쇼를 풀어나간 언리얼에이지. 같은 옷(예컨대 스쿨 룩!)이 다른 각도에서 보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모델 세 명을 통해 동시에 보여줬어요. 같은 아이템이지만 다른 차원의 시각으로 입는 것, 이거 왠지 흥미진진한 패션 놀이가 될 것 같지 않나요?

    지지 하디드, 캔디스 스와네포엘, 다우첸 크로스가 짝을 이룬 판타스틱한 워킹! 빅토리아 시크릿의 엔젤들이 막스마라의 파워 우먼으로 환생한 것 같죠. 엔젤보다 더 우리의 마음을 쿵쾅거리게 만듭니다.

    사실 이 걸갱 스타일의 원조는 런웨이가 아닌 스트리트입니다. 통일된 패션을 보여주던 파리 <보그> 에디터 그룹부터 러시아 패션 군단으로 불리던 맥시멀리즘 패션 그룹 등 과거 쇼장 밖에서는 또 다른 걸갱들이 존재했죠. 그리고 이번 컬렉션 기간, 여전히 카메라의 주목을 받는 거리 위의 걸갱을 포착했습니다. 그들에게 걸갱 스타일의 팁을 얻어보죠.

    컬러와 패턴은 통일된 패션을 만드는 제1 구심점이 됩니다. 자세히 뜯어보면 다 다른 아이템이지만 블랙 앤 화이트 패턴으로 통일해 걸 그룹처럼 보이죠.

    쌍둥이는 같은 패션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죠.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치 한 룩을 필터만 바꾼 것처럼 보여주는 영혼의 쌍둥이이자 패션의 쌍둥이입니다.

    같은 아이템이라도 어떤 스타일링을 가미하느냐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풍기죠. 같은 듯 다르고, 그래서 더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걸갱처럼요!

      프리랜스 에디터
      김민정(CR_EDIT)
      포토그래퍼
      Jonathan Daniel Pryce, Darrel Hunter, Søren Jep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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