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미니홈피, 사라지나?
2000년대를 휩쓴 ‘싸이월드 미니홈피’.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가득 담긴 보물 상자이자, 다른 이에게는 절대 열어서는 안 될 판도라의 상자이기도 하죠.
미니홈피는 홈, 프로필, 사진첩, 다이어리, 방명록 등의 메뉴가 있었습니다. 특히 사진첩은 아마 많은 이들의 순간이 담겨 있을 거예요. 차마 두 눈 뜨고 보기 어려운 셀피, 이전 연인과 알콩달콩 러브 모드였던 사진, 외모 흑역사 모먼트까지 지나간 시절이 차곡차곡 쌓여 있겠죠.
다이어리는 또 어떻고요. 그 당시에는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나무숲’ 역할을 했죠. ‘썸 타는’ 상대가 알아주길 바라면서 “내 마음이 들리니?”라는 문구를 써놓기도 하고, 있어 보이는 척 허세 글을 써놓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볼 수 있지만, 나만 볼 수 있는 것처럼 적어 내려간 수많은 글을 기억하시나요?
도토리로 샀던 수많은 BGM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바꿔놓았던 BGM. 음악적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BGM 리스트는 곧 ‘나’이기도 했어요. 그 시절의 ‘싸이 감성’이었죠.
일기장이자, SNS이자, 아카이브 역할까지 했던 싸이월드 미니홈피. 이제 이 이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려는 걸까요? 불과 얼마 전까지 접속되던 싸이월드가 11일 현재 접속되지 않고 있습니다.
싸이월드는 2000년대 중후반까지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페이스북, 트위터, 마이스페이스 등에 밀려 빠르게 자리를 잃었습니다. 직원들의 임금 체불, 경영난 등에 시달리던 싸이월드는 줄곧 변화를 시도하며 “새로워질 싸이월드를 기대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죠.
변화를 위해 지난 2015년 방명록과 일촌평 등은 미리 백업할 수 있도록 기간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후 2016년 삼성의 투자를 받아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노력을 펼쳤으나, 좀처럼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99년 말 만들어진 싸이월드 도메인 ‘www.cyworld.com’의 주소가 만료되는 것은 만 20년을 맞는 다음 달 12일. 만약 그때까지 도메인 소유권을 갱신하지 않으면, 싸이월드는 이제 영원히 사라지고 맙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남겨둔 미니홈피 속 사진과 글 역시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겠죠.
현재 네티즌들은 싸이월드 사진만이라도 백업할 수 있도록 잠시라도 열어주길 바라는 상황. 소중한 추억을 무사히 지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에디터
- 오기쁨(프리랜스 에디터)
- 포토그래퍼
-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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