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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너무 이른 작별

2019.10.15

by 오기쁨

    설리, 너무 이른 작별

    설리는 자유로웠고, 소신 있고, 당당했습니다. 거리낌 없이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이었죠. 싫은 소리가 들려온다고 피하거나, 논란의 대상이 된다고 해서 숨는 일은 없었습니다. 유명하다고 해서 애써 사과하거나, 힘들다고 비켜가는 일도 없었죠. 그래서 늘 대중의 관심을 받았던 스타였어요.

    그랬던 설리가 믿을 수 없는 선택을 했습니다. 26세, 너무나 이른 나이에 세상에 작별을 고한 것입니다. 14일, 설리의 매니저는 그녀와 연락이 닿지 않아 집을 방문했다가 안타까운 현장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설리는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였습니다.

    동료 연예인들과 함께 일했던 이들은 모두 참담한 심정으로 저마다 추모의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각종 연예계 행사는 대부분 보류되거나 중지된 상태입니다. 팬들은 특히 구하라, 아이유 등 설리와 절친한 이들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상처받았을 그들의 곁에서 누군가 케어해주길 바라고 있죠.

    불과 이틀 전까지 인스타그램을 통해 밝은 모습을 보였던 설리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모두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네티즌들은 설리가 그동안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과 사진을 되짚어보며, 그녀가 보낸 신호를 알아채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설리는 그동안 여러 이슈로 주목받아왔습니다. 그녀에게는 악플 세례가 끊이지 않았어요. 그런 와중에도 개의치 않는 듯 늘 웃는 모습을 보였죠. 그녀가 했던 행동의 이유는 주로 “그냥 좋아서”였습니다.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았고, 상처를 입히는 일도 없었어요. 그냥 좋아서 하는 행동에도 늘 잡음이 생겼습니다.

    알게 모르게 힘들었을 설리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지난해에는 “주는 대로 돌려받는다. 나는 누구에게 사랑을 주고 상처를 줬나. 나는 누구에게 사랑을 받고 상처를 받았나”라는 문구를 올리는가 하면, 인스타그램 라이브에서 말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또 이장근의 시 ‘왜 몰라’로 마음을 대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더러운 물에서 연꽃이 피었다고 연꽃만 칭찬하지만 연꽃을 피울 만큼 내가 더럽지 않다는 걸 왜 몰라. 내가 연꽃이 사는 집이라는 걸 왜 몰라.”

    JTBC2 <악플의 밤>에선 “실제 내 생활은 구렁텅이인데 바깥에서는 밝은 척하는 게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기분이었다”며 “인간 최진리의 속은 어둡다. 그냥 양면성 있게 살아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죠.

    “괜찮다”라며 혼자 감내하고 견디던 설리는 결국 모든 것을 털어내고 자유로워졌습니다. 그동안 그녀가 자신의 심경을 담은 메시지가 있지만, 경찰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는데요. 어쩌면 설리는 행동, 표정, 말 한마디로 꾸준히 우리에게 외쳐왔는지도 모릅니다.

    문득 지난해 10월, 설리가 <보그>와 했던 인터뷰가 떠오릅니다. “언제 기분이 가장 좋은가”라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글쎄요, 조금 모호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들 때’예요!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엔도르핀이 마구 샘솟고 제 스스로도 생동감이 느껴져요. 감사하게도 그게 요즘은 매일인 것 같아요. (중략) 연기를 계속할 생각이에요. 가장 어렵지만 도전할수록 재미있어서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어요. 아까 말했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열심히, 잘할 수 있거든요. 일단 내가 즐거우면 그 에너지가 팬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 같아요.”

    그 후 1년이 지난 2019년 10월 14일. 거짓말 같은 하루가 지났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제야 설리라는 이름을 바로 보기 시작했어요. 비록 많이 늦었지만, 기억 속에서나마 반짝이는 설리가 되기를, 편안한 마음으로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기를.

      에디터
      오기쁨(프리랜스 에디터)
      포토그래퍼
      김희준, @jelly_ji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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