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 뉴스

최강 신 스틸러 이정은

2019.10.24

최강 신 스틸러 이정은

언젠가부터 인상적인 작품에는 늘 한 여배우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로, 등골 오싹한 고시원 주인으로, 속내를 알기 어려운 부잣집 가정부로, 수더분한 이웃집 아줌마로, 작품 속 그녀의 활약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습니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동 중인 그녀의 이름은 이정은.

이정은은 개성 있는 외모와 탄탄한 연기력으로 오랫동안 지금을 향해 걸어왔습니다. 1991년 연극 <한여름 밤의 꿈>으로 데뷔해 올해로 28년 차를 맞은 배테랑 배우가 되었는데요, 그동안 그녀는 2008년 젊은 연극인상, 2016년 서울 연극제 연기상, 2019년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여자 조연상을 받으며 착실히 자기만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오랜 무명 생활 동안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마흔 살까지 학원 강사, 마트 직원, 녹즙 판매원 등 아르바이트와 부업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야 했던 그녀. 마흔다섯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방송에 데뷔했다고 합니다.

오랜 인내의 시간을 거쳐 최고의 신 스틸러가 된 지금, 그녀는 어떤 캐릭터든 기꺼이 맡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제 이정은은 맡는 역할마다 찰떡같이 소화하며 많은 캐릭터의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tvN <오 나의 귀신님>에서는 용한 점쟁이 보살 ‘서빙고’ 역을 맡았습니다. 이승을 떠돌며 인간들을 분탕질하는 못된 귀신을 단속하는 명을 수행하며 살아가는 역할이었는데요. 드라마에서 제대로 존재감을 각인시켰죠.

tvN <미스터 션샤인>에서 ‘애신 애기씨(김태리)’를 살뜰히 보필하던 ‘함안댁’은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훈훈함을 동시에 안겨줬죠.

tvN <아는 와이프>에서는 주인공 ‘서우진(한지민)’의 엄마로 열연을 펼쳤습니다. 흠잡을 데 없는 치매 환자 연기를 선보인 ‘서우진 엄마’.

KBS2 <쌈, 마이웨이>에서는 ‘백설희(송하윤)’의 엄마 ‘금복’ 역을 맡았는데요. 남자 친구 가족과 만나러 가는 딸을 위해 반찬을 잔뜩 해다 주는 등 사랑 가득한 엄마의 모습을 연기했습니다. 특히 예비 시댁에서 고생하는 딸을 보고 딸의 남자 친구에게 “설희가 너를 많이 좋아해. 우리 설희 그저 많이 예뻐해줘”라는 대사로 많은 시청자를 울렸죠.

JTBC <눈이 부시게>에서는 주인공인 ‘혜자(한지민)’의 엄마 역할이자 ‘혜자(김혜자)’의 며느리 역을 맡아 먹먹하면서도 따뜻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이 드라마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녀는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자 조연상을 받았습니다.

그녀가 따뜻하고 다정한 역할만 맡았던 건 아닙니다. 최근 종영한 OCN <타인은 지옥이다>에서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고시원에서 간담이 서늘해지는 하숙집 주인을 연기해 많은 이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죠.

천만 관객을 모았던 영화 <변호인>에도 이정은이 등장합니다. 주인공 ‘송우석(송강호)’의 옛집 주인 역할로 등장해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시세보다 돈을 더 줄 테니 집을 팔라는 송강호에게 “아이고, ‘주시’라도 드실랍니까?”라며 사투리로 너스레를 떨던 모습을 잊을 수 없죠.

또 봉준호 감독의 <마더>에서 김혜자의 멱살을 잡는 피해자 가족 중 한 명이 바로 이정은입니다. 너무 실감 나게 달려드는 이정은의 모습에 놀라 김혜자가 잠시 촬영을 쉬어 가기도 했다는 후문.

<옥자>에도 이정은이 등장합니다. 슈퍼돼지 ‘옥자’의 목소리가 바로 이정은의 목소리!

수많은 작품에 출연한 그녀는 마침내 칸 영화제 레드 카펫도 밟았습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기생충>에서 ‘문광’ 역을 맡아 최고의 반전을 선사했죠. 비에 쫄딱 맞은 채 “문 좀 열어주세요”라고 외치던 그녀를 기억하시나요? 기괴한 자세로 부잣집의 비밀의 문을 열었던 그녀는 관객의 뇌리에 깊이 박혔습니다.

최근에는 KBS2 <동백꽃 필 무렵>에 ‘동백이(공효진)’의 엄마 ‘정숙’ 역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죠. 과거 사정이 있어 동백이를 버렸다가, 치매를 앓게 되면서 다시 동백이를 찾아온 엄마. 하지만 언뜻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남모를 비밀을 간직한 듯 보입니다.

이정은이 들려주고 보여줄 이야기는 아직 무궁무진합니다. 이정은은 배우로서 흔한 이름일지 모르나, 연기력만큼은 흔한 배우가 아니니까요.

    에디터
    오기쁨(프리랜스 에디터)
    포토그래퍼
    Courtesy Photos, 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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