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 te dire adieu
프랑수아즈 아르디의 샹송처럼 ‘달콤 쌉싸름한’제니. 마드무아젤 제니의 벨 에포크 !
파리의 지붕 위에서 샤넬 시대를 연 비르지니 비아르에게 휘파람을 보내며.
30년대 무성영화 시대를 종식시킨 프랑스의 첫 발성 영화는 <파리의 지붕 밑>이다. 파리 뒷골목에서 펼쳐지는 거리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파리의 지붕’이라는 단어와 함께 시작한다. 더 과거로 후진하면, 빈센트 반 고흐가 남긴 ‘파리의 지붕들’ , 인상파 화가인 귀스타브의 ‘눈 내린 지붕’ 등이 있다. 이처럼 창백한 회색빛 파리의 지붕은 수많은 예술가에게 시대를 초월하는 영감 그 자체가 되었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자라고, 프랑스 여자로 살고 있는 샤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비르지니 비아르(Virginie Viard) 역시 그들처럼 파리의 지붕에서 영감을 얻었다. “파리의 지붕을 보면 ‘누벨바그’ 시대가 떠올라요. 당시의 아이콘인 진 세버그와 현재 샤넬의 뮤즈인 크리스틴 스튜어트(영화 <세버그>에서 그녀의 인생을 연기한다), 그리고 가브리엘 샤넬의 옷을 입은 여인들이 눈앞에 펼쳐졌어요. 그랑 팔레에 지은 파리의 옥상은 50~60년대와 현재를 잇는 연결 고리입니다.”
기성세대와 젊은 층의 충돌,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등 파리의 지붕 위에서 펼쳐지는 양분된 이미지는 옥탑방 고양이처럼 옥상의 문을 열고 새침하게 등장했다. 비르지니 비아르가 열어젖힌 새로운 샤넬 시대에는 미래를 향한 최첨단 소재와 새로운 형태가 지배할까? 그녀는 오히려 과거로 돌아가 가브리엘 샤넬이 남긴 하우스의 전통과 DNA를 꼼꼼히 살폈다. 그 결과 트위드를 이용한 다채로운 디자인이 점잖게 줄을 이었다. 아주 단순한 흑백 콤비네이션, 남성적인 스트레이트 트위드 재킷, 울과 니트를 조합한 트위드 재킷 등등이 그것이었다. 그 유명한 샤넬 공방에서 탄생한 트위드는 플레이수트나 점프수트로도 재탄생했다. 새틴과 실크, 태피터로 된 랩 스커트나 비대칭 스커트, 러플 톱이나 오간자 꽃잎 모양의 벌룬 소매 플리츠 블라우스 등은 요즘 샤넬 뮤즈들을 위한 것이었다. 한편 중반부에 등장한 데님 팬츠와 스트라이프 톱을 보자 누벨바그에 환호하는 진 세버그와 당시 여성들이 떠올랐는데, 맨 앞줄에 앉은 블랙핑크의 제니도 이번 쇼를 위해 데님 팬츠와 큼직한 리본 톱, 느슨한 카디건으로 비르지니의 새로운 여성상에 동참했다.
“패션은 건축 같습니다. 비율이 가장 중요하죠.” 샤넬의 계승자는 생전의 가브리엘이 언급한 비율에 큰 힘을 실었다. 몸을 종과 횡의 황금 비율로 나눈 후, 여러 소재를 사용해 가장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연구한 흔적이 역력했다. 특히 움직이는 데 불필요한 요소를 없앴는데 물랑 루즈 댄서처럼 풍성한 실루엣의 시폰 블라우스와 티어드 스커트, 카프리 팬츠와 니트 카디건 등으로 구현했다.
지붕 위의 패션 연극은 파리의 건축물과 샤넬 알파벳이 그래픽적으로 인쇄된 진회색 시폰 드레스와 연이어 등장한 해 질 녘의 색조가 담긴 이브닝 비즈 드레스에서 절정에 이르렀다(이때쯤 그랑 팔레가 노을빛으로 물들었다면 금상첨화였을 듯!). 샤넬 공방의 장인들이 섬섬옥수로 만든 깃털과 비즈 장식, 샤넬 이니셜을 조합한 트위드는 하우스의 유산을 물려받을 새로운 세대를 위해 적절해 보였다.
캉봉가에 있는 아연으로 된 빛바랜 회색 지붕들, 하늘로 통하는 작은 창문, 좁고 휜 계단, 낡은 철제 난간, 굴뚝 위의 통풍관. 샤넬과 라거펠트라는 두 거장이 천상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시각으로 런웨이를 꾸민 비르지니 비아르의 2020년 첫 쇼는 보시다시피 100년 된 하우스의 전통, 현재를 위한 젊음과 자유가 뒤섞인 샤넬의 새로운 비전이었다.
- 패션 에디터
- 김미진
- 포토그래퍼
- 김희준, Courtesy of Chanel
- Sponsored by
- Chanel
- 스타일리스트
- 지은
- 헤어
- 이선영
- 메이크업
- 이명선
- 프로덕션
- 배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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