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중국에 가지 않고 중국 면 요리 맛보기

2019.11.07

중국에 가지 않고 중국 면 요리 맛보기

우리에게 중국 음식은 아주 친숙합니다. 짜장면이나 짬뽕은 거의 한식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종종 ‘중국 음식’이라는 말이 마치 ‘유럽 음식’ 또는 ‘아시아 음식’처럼 아무것도 가리키지 않는 무의미한 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건 아마도 중국이라는 곳이 하나의 음식으로 규정하기에는 매우 큰 나라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진짜 중국 음식을 먹기 위해서 실제로 중국에 가야 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는 (중국을 제외하면) 그 어느 곳보다 중식을 즐기기 좋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홍콩과 대만의 유명 레스토랑이 서울에 분점을 열고, 자양동이나 대림동에서 먹던 중국 동포의 음식은 이제 시내 번화가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강한 향신료와 얼얼한 맛의 쓰촨요리는 #마라탕 #마라샹궈와 같은 해시태그를 달고 수많은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시안의 뱡뱡몐

실크로드의 끝에 있는 시안의 음식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중국 음식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중동의 향신료 쿠민을 듬뿍 쓰는 양고기 요리도 있고 빵 속에 고기를 넣어 먹는 중앙아시아의 음식을 떠올리게 하는 러우자모(肉夹馍) 같은 요리도 있습니다.

얼마 전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2> 시안 편에서 소개한 유포면은 독특한 형태의 이 지역 면인 뱡뱡몐으로 만들었습니다. 두툼한 벨트 같은 이 면은 마치 떼어놓기 전의 수제비 같은 느낌이라 밀가루의 맛과 양념 맛을 동시에 진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명동 ‘대시안’은 서울에서 드물게 시안 음식을 표방하는 식당입니다. 이곳에는 뱡뱡몐을 비롯해 다양한 시안 음식이 있습니다. 청담동 ‘덕후선생’에서도 유포면을 먹을 수 있습니다.

쓰촨 지방의 마라량몐

쓰촨요리를 다른 중국요리와 구분 짓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맵다는 것입니다. 후난(湖南) 같은 곳의 음식도 꽤 맵지만 쓰촨요리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중국에는 “후난 사람은 매운맛을 두려워하지 않고, 쓰촨 사람은 맵지 않을까 두려워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쓰촨의 매운맛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복잡한 향신료에 화자오(花椒)의 얼얼한 맛이 결합된 마라(麻辣)의 맛은 항상 단맛과 붙어 다니는 한국식 ‘매콤함’과도 전혀 다릅니다.

사실 이 마라의 맛은 미각이라기보다는 통각에 더 가깝습니다. 많은 식당이 이 맛을 끝까지 밀다 보니 너무 자극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구리 <명점>의 마라량몐(麻辣凉面)은 이름 그대로 마라 소스로 비벼낸 차가운 비빔면입니다. 다른 마라 요리와 다르게 적당한 지점에서 이 통각의 균형을 맞추었습니다. 그래서 먹고 나면 맵고 얼얼한 맛을 충분히 즐기고도 뭔가 시원하게 마사지를 받은 것 같은 쾌감이 입에 남아 있습니다.

홍콩의 완탕면

광둥 지방의 상징적인 요리 완탕면은 막운치(麥煥池)라는 요리사에 의해 홍콩에 전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홍콩에는 ‘Mak’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완탕집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막운치의 두 아들이 이어받은 완탕집은 센트럴의 막스누들(Mak’s Noodle)과 셩완의 청키면가(忠記麵家)입니다. 서울의 청키면가는 홍콩 청키면가의 레시피를 전수받은 곳입니다. 언제나 홍콩에 가면 첫 식사와 마지막 식사는 <화양연화>에서 완탕을 열심히 먹던 양조위를 떠올리며 완탕면을 먹곤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청키면가에서 새우 향이 가득한 완탕면에 굴 소스를 올린 초이삼을 먹고 있으면 잠시 홍콩에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지곤 합니다.

    프리랜스 에디터
    신현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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