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밀레니얼의 실용주의 크리스마스

2023.02.20

by VOGUE

    밀레니얼의 실용주의 크리스마스

    요즘 서구 미디어에서는 “밀레니얼 세대가 xx 산업을 죽였다”는 표현을 관용구처럼 사용합니다. 이 세대가 자라는 동안 사양길에 접어든 대표적인 산업이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 마요네즈, 대량 맥주, 대형 백화점 등입니다. 채식주의를 선호하고, 수제 맥주,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이 전통 산업을 뒤흔들고 있죠.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면서 새삼 이 세대의 외면을 받고 있는 산업은 크리스마스 만찬용품 산업입니다. 부모 세대보다 가진 것도 적은 이들은 라이프스타일 전문가 마사 스튜어트가 강조해온 전통 파티 팁을 따르지 않습니다. 손님들에게 초대장을 보내고, 맞춤 식기를 장만하고, 고급 냅킨을 장식하고, 애피타이저-메인 요리-디저트로 이어지는 식의 화려한 파티 스타일은 실용적인 밀레니얼들에게 별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왜냐고요? 그 모든 걸 준비할 시간과 돈이 없으니까요. 대신 이들은 좁은 아파트에 친한 친구들을 불러 모은 다음, 짝이 하나도 안 맞는 접시를 준비하고 간단하게 조리한 음식을 나누며 편안한 시간을 보냅니다. 탄산수와 수제 맥주 몇 캔만 있으면 음료 준비도 끝납니다. 손님들은 아마 맛이 괜찮은 와인이나 비건 디저트를 사올 것입니다. 시간이 넉넉하면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할 수 있는 유치하지만 따뜻한 크리스마스 영화를 보거나,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을 합니다. 단순한 요리와 가식 없는 대화. 밀레니얼 세대의 파티 풍경입니다.

    밀레니얼 부모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마사 스튜어트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면, 현재 밀레니얼의 음식 준비에 영감을 주고 있는 요리 전문가는 앨리슨 로먼(Alison Roman)입니다. 그녀는 첫 쿡북 <다이닝 인(Dining In)>을 통해 복잡한 과정 없이 레스토랑 수준의 맛있는 요리를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소박하지만 재료의 맛을 충분히 살리는 그녀의 시골풍 레시피는 오븐에 한 번도 손대본 적이 없는 젊은 요리 초보까지 집에서 요리를 즐길 수 있게 만들었죠. 얼마 전에 출간되자마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된 두 번째 쿡북 <나싱 팬시(Nothing Fancy)>는 여러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요리 레시피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반 이상이 채식 요리입니다. 책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이미지만 봐도 당장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 즐기고 싶은 요리의 향연입니다.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며 그 소탈한 분위기와 맛을 즐길 것”이 저자의 조언입니다. 완벽하게 만들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고 말합니다. 요리는 먹기 위한 것이지 평가를 받아야 할 퍼포먼스가 아니니까요.

    야심 찬 인생이 아니라 달성 가능한 삶을 사는 것. 앨리슨 로먼이 말하는 쿡북의 의도입니다. 하룻밤 동안 갈비를 재워놓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손님들이 집에 들이닥치기 전에 손쉽게 할 수 있는 요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인스타그램에 어울리는 집이 없고 사진 세례를 받을 수 없는 못생긴 요리를 완성했다고 해서 ‘어울릴 즐거움’마저 포기할 필요는 없죠.

    로먼의 이런 철학은 인생의 성공 요소로 ‘우정’을 첫 번째로 꼽는다는 서구 밀레니얼 세대의 경향을 온전히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한껏 멋을 부리며 우정을 과시하는 이가 아니라, 적은 비용으로도 우정을 잘 나눌 수 있는 팁을 공유하는 이에게 끌린다 할까요.

    밀레니얼 세대와 그보다 어린 Z세대가 나이 든 세대의 허례허식을 좋아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환경친화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어느 세대보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이 두 세대 덕분에 미국에선 플라스틱 크리스마스트리 매출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플라스틱 트리 대신, 자연적으로 분해되고 환경보호용으로 재활용도 가능한 진짜 나무를 사는 방향으로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죠. 밀레니얼 세대는 어떤 세대보다 채식을 즐기며, 일회용 제품을 덜 사용하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파티에 공을 들이며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는 건 환경적으로나 실용적으로 지양해야 한다는 결론이죠. 지속 가능하고 상생 가능한 가성비를 찾아 헤매는 세대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밀레니얼 파티의 원칙은 딱 하나입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집중할 것. 밀레니얼 스타일을 고려해 또 하나 덧붙인다면, 종교적 공정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생신 덕분에 모였다 할지라도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홀리데이스’라고 인사를 나누는 게 어느새 예의가 되어버렸거든요.

      에디터
      조소현
      홍수경 (칼럼니스트)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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