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잘 마시는 법
저렴하고 건강에도 좋은 물. 물 마시기는 가장 효과적인 수분 보충 방법으로 꼽힙니다. 국립의학원이 권장하는 적정 수분 섭취량은 여성 약 2.7L, 남성 약 3.7L. 하지만 아침, 점심, 저녁으로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신체 수분 함량 기준을 맞추기 위한 최선의 방법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도 아니라면?
“물을 마시면 2시간 내로 소변량이 매우 많아지고 색상도 투명해져요. 즉 물이 체내에 잘 남아 있지 못한다는 뜻이죠.” 애팔래치안주립대학교 공중보건학 교수이자 노스캐롤라이나 리서치 캠퍼스 휴먼 퍼포먼스 랩의 데이비드 니먼 박사는 말합니다. 맹물을 음식이나 영양분과 같이 마시지 않으면, 특히 빈속에 많이 들이켜면 소화계를 훑고 바로 지나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죠. “이런 식의 섭취는 좋을 게 없어요.” 실제로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는 투명한 소변이 ‘수분 과잉’의 신호라 말합니다. 물을 대량으로 마시는 것이 최선의 수분 보충 방법이 아니라는 니먼 박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어요. 미국 <임상영양학 저널>의 2015년 연구에서는 맹물에서 스포츠 음료, 우유, 차, 맥주, 특별 제조된 ‘수액제’까지 12종류가 넘는 음료의 단기 수분 보충 효과를 비교했습니다. 연구 지원자들에게서 수집한 소변을 분석한 결과, 우유, 차, 오렌지 주스 등 몇몇 음료는 맹물보다 수분 보충 효과가 뛰어난 반면, 스포츠 음료는 그렇지 않다는 결론이 도출되었죠.
물을 멀리하고 우유와 오렌지 주스만 마시라는 말이 아닙니다. 물도 엄연한 수분 보충원이니까요. 스포츠 음료도, 심지어 커피도 어느 정도 수분 보충 기능을 합니다. 그러나 2015년 연구에서는 체내 수분 보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음료의 요소’를 몇 가지 제시하는데, 여기에는 음료의 영양 성분, 소변량을 증가시키는 ‘이뇨제 성분’의 유무가 포함됩니다. 물을 아미노산, 지방, 미네랄과 함께 마시면 체내 수분 유지에 도움이 되어 결과적으로 체내 수분 보유량을 비교적 높게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는 운동을 하거나 땀을 많이 흘린 뒤에 특히 중요합니다.
“식간에 물만 몇 병씩 마시는 사람들은 마시는 족족 소변으로 내보내고 있을 거예요.” 니먼 박사는 사람들이 물을 끊임없이 많이 마시면 체내 독소나 원치 않는 성분을 내보낼 수 있다고 보통 생각하는데, 이는 반만 맞는 말이라고 단언합니다. 소변이 화학적 부산물과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맞지만 빈속에 물을 많이 마신다고 그 기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드문 경우지만, 물을 과하게 마시면 몸에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운동선수들이나 몇 시간씩 운동하는 사람들이 물만 마실 경우, 소변을 통해 너무 많은 염분이 배출되어 체내 나트륨 수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어요.” 상당 기간 운동 관련 수분 보충 연구에 몰두해온 니먼 박사의 말입니다. 이런 불균형을 의사들은 저나트륨혈증(Hyponatremia)이라 일컫는데, 이는 몸에 아주 치명적일 수 있어요. 이럴 경우, 스포츠 음료같이 영양분과 나트륨이 함유된 음료가 맹물보다 안전한 선택지가 됩니다. 비운동선수에게 저나트륨혈증과 과도한 물 섭취는 그다지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닐 겁니다. 그래도 온종일 물을 들이켜는 것보다 효과적인 신체·두뇌 수분 보충법이 궁금하다면? 니먼 박사는 물이나 다른 음료를 조금씩 마시면 신장 ‘과부하’를 예방해 체내 수분 보유에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식사나 간식 전 또는 중간에 물을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물을 아미노산이나 지방, 비타민, 미네랄과 함께 섭취하면 체내 수분 보유량이 많아져요. 수분 보충 연구에서 우유나 과일 주스 같은 음료가 좋은 결과를 내는 이유죠.” 실제로 니먼 박사가 직접 진행한 연구에서 스포츠 음료를 마시는 것보다 바나나를 먹는 게 운동 후 회복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도출되기도 했습니다. 니먼 박사는 과일과 물을 함께 섭취하면 신체의 수분 유지력과 수분 보충력이 향상된다고 설명했어요.
요점은 물 섭취량을 줄이라는 것도, 물 대신 다른 음료를 마시라는 것도 아닙니다. 적절한 체내 수분량을 유지하려면 식간에 물 한 잔을 가득 채워 단숨에 비워내는 것보다 천천히, 꾸준히, 다른 음식과 함께 섭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죠. “물은 건강에 이롭죠. 하지만 뭐든 과유불급이에요.”
- 에디터
- 이주현
- 포토그래퍼
- GettyImagesKorea/Imaz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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