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성의 달밤
배우 이규성은 <동백꽃 필 무렵>의 박흥식(까불이)을 연기하며 윤리 의식과 싸웠다. “저를 포기하더라도 메소드 연기를 하고 싶거든요. 그래서인지 흥식이를 연기하면서 점점 제가 변하더라고요. 가까운 사람들에게 욱하고 사소한 일에 화를 내는 내가 너무 싫어서 계속 윤리 의식과 싸웠어요. 잠도 거의 못 잤어요. 생각이 꼬리를 무는 게 아니라 악몽이라고 해야 할까, 이전에 없던 슬픔과 분노가 찾아왔어요. 재미있게도 어둠이 무섭지 않더라고요. 평소에는 밤에 물 마시러 가기도 좀 그랬는데 말이죠. 내가 잘하고 있나 보다 싶으면서도 변하는 모습이 무서워서 계속 윤리 의식으로 억눌러야 했죠.”
그는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연습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연기에 빠져드는 과정이 즐겁기도 하지만… 자칫 그것에 취하면 우울증이 올 것 같아서 빠져나오기를 잘해야 할 것 같아요.” 이규성은 고교 1학년 수련회에서 지하철 소매치기 역할로 상황극을 하며 연기에 매료됐다. 당시 극을 본 레크리에이션 강사와 국어 선생님 모두 “쟤는 연기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부모의 반대로 수능까지 치른 후에야 원하는 길을 갈 수 있었다. 경기대 연기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손정우 교수 때문이다. “목적 없이 연기학과에 가면 휘둘릴 것 같았어요. 입학 후엔 좋아하는 교수님 수업만 들었어요. 다행히 저를 좋게 봐주셔서 함께 공연도 많이 했죠. 교수님은 광대 같은 스타일이세요. 어디든 판이 깔리면 연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신감을 중시하셨죠.”
그는 2016년 웹드라마 <웰컴 투 피키>, 2017년 <썸-명서>, 2018년 JTBC 드라마 <스케치>, 영화 <스윙키즈>에 출연했다. <스윙키즈>에서는 단역이었는데, 꿈같은 기회로 주인공 로기수(디오)의 인민군 동료 만철 역을 따냈다. “시나리오를 읽다 만철에게 흥미를 느끼고 혼자 연습했어요. 크랭크인 얼마 앞두고 오디션이 주어졌죠. 간절히 바라면 이뤄지나 봐요.” 그때 달의 기운이 좋았던 걸까. 이규성은 매일 밤 달을 본다. “달을 좋아해요. 달이 아름답게 떠 있으면 뭉클하고, 자신감이 샘솟고, 모든 일이 잘될 것 같아요. 달의 영향으로 지금의 제가 있지 않나, 감사한 마음까지 들죠.”
- 피처 에디터
- 김나랑
- 포토그래퍼
- 김보성
- 스타일리스트
- 안정희
- 헤어 & 메이크업
- 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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