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앙스까지 살린 통역, 샤론 최의 활약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핵의 중심이 된 영화 <기생충>. 해외 재개봉 등 열풍이 다시 시작된 가운데, 주목받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언어 아바타’로 활약한 최성재 씨는 전문 통역가도, 영어 전공자도 아닙니다. 오히려 영화를 공부한 영화인으로 ‘성덕’이라 할 수 있죠. 그런 그녀는 귀에 쏙쏙 꽂히는 깔끔한 어휘로 통역을 해 매끄러운 진행을 도왔습니다.
또 그녀는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서 옆에 있는 봉 감독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늘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필요한 순간에만 활약했습니다. 배려가 돋보이는 장면이었죠.
그녀에 대해 알려진 건 별로 없습니다. 나이는 스물다섯,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 지금도 영화를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재 씨는 단편영화를 만든 적이 있고, 현재 장편영화 각본을 쓰며 준비하고 있는 감독이라는 정도.
봉 감독 역시 시상식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 “나도 그가 쓴 각본의 내용이 궁금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후 국내 언론은 물론 현지 언론도 성재 씨를 주목했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기사를 내 그녀를 조명했죠.
“그녀는 레드 카펫과 심야 TV 출연을 통해 봉 감독의 연설과 인터뷰 내용을 영어로 번역했으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모두 네 차례 무대에 올랐다. 무대 위에서 최 씨의 차분한 존재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생충> 홍보를 위해 봉준호 감독은 <지미 팰런의 투나잇 쇼>에 출연했습니다. 팰런이 영화 내용을 묻자 봉 감독은 “스토리를 모르고 봐야 재미있다”고 답했는데요, 이를 성재 씨는 “The film is the best when you go into it cold”라고 통역했습니다. 봉 감독의 의도를 완벽하게 전달한 거죠.
통역에서 중요한 점은 신속성과 정확성이기도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언어의 뉘앙스입니다. 성재 씨의 가장 빛나는 장점은 바로 그 뉘앙스를 제대로 살려 문화 차이를 좁히고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입니다.
날카로운 부분은 유연하게, 유머러스한 부분은 품위 있는 웃음으로 다듬는 센스를 보여준 성재 씨. 이제 성재 씨가 연출할 영화가 궁금해집니다. 언젠가 아카데미 무대에 감독상 부문 후보로 오를 성재 씨의 모습을 기대해봐도 좋겠네요.
- 에디터
- 오기쁨(프리랜스 에디터)
- 포토
- GettyImagesKorea, CAAMF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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