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이 구역의 주인공

2020.02.04

by VOGUE

    이 구역의 주인공

    분방한 프린지와 그물, 수많은 크리스털이 클래식 의상을 바꾸고 있다.
    이 ‘에어리어’에서.

    모델 애비 챔피언(Abby Champion)이 입은 프린지 블레이저와 팬츠, 플로럴 블라우스는 에어리어(Area).

    제 생각에 이 작품은 정말 상업적인 것 같아요.” ‘에어리어(Area)’를 이끄는 두 디자이너 중 한 명인 베켓 포그(Beckett Fogg)가 레인보우 빛깔의 크리스털이 가미된 단단한 금속 케이지를 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놀란 나는 “상업적이라고요?”라고 되물었다. 그러나 포그는 자기 생각을 더 강하게 피력했다. “이것은 정말 상업적이에요. 사람들이 그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입을 수 있으니까요. 봐요, 당신도 화이트 버튼다운 셔츠 위에 그걸 입었잖아요. 단, 정서적 연결 고리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의 장식과 크리스털, 재단 스타일은 입는 사람들을 판타지로 이끌 거예요.”

    뉴욕에 기반을 둔 이 브랜드의 공동 디자이너 피오트레크 판시치크(Piotrek Panszczyk)에 따르면 에어리어가 표방하는 성별 구분 없는 화려함은 진정한 포스트모던 판타지이지만, 그 창작품의 뿌리는 굉장히 깊다고 한다. “저희는 클래식한 것이 좋아요. 하지만 그것의 맥락을 새롭게 만들고 싶어요.” 그가 설명했다. “라인스톤도 화려할 수 있겠지만, 에르메스의 더블 페이스 캐시미어 코트도 화려할 수 있어요. 저희는 60년대의 발렌시아가, 랑방 같은 의상을 참고하고 그것을 속속들이 분석해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보려고 시도했어요.”

    2018 F/W

    나는 맨해튼 커낼 스트리트에 자리한 에어리어 아틀리에를 방문했다. 에어리어의 눈부시게 멋진 2020년 봄 컬렉션을 이곳에서 공개했다. 이곳을 둘러보면서 클래식이라는 개념을 얼마나 다양한 각도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 놀라운 증거를 볼 수 있었다. 최근에는 접할 수 없었던 고광택 엘레강스 스타일도 만나볼 수 있었던 것이다. 말 그대로 반짝이는 별이 될 수 있다는 개념을 서슴없이 보여주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3D 패널에 이어 붙인 크리스털 스트리머에 눈길이 갔다. 대형 스파게티 튜브 같은 것으로 만든 특별한 블랙 가운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한번 시도해보자면, 문어와 파리지옥풀 사이에서 태어난 매력적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과장된 헤링본 체크와 핑크빛 새틴 프록도 있었다. 이런 작품은 벌룬 소매를 뽐내며 꾸뛰르 유산을 즐겁게 인정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이 컬렉션을 로큰롤로 치부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고, 리한나, 비욘세, 아리아나 그란데가 이 브랜드의 팬이기는 하지만, 미셸 오바마 같은 사람도 자신의 북 투어를 위해 에어리어의 순전한 블랙 수트를 자랑스럽게 입어 보였다(풍성한 크리스털 프린지를 가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위해 긴소매를 덧댔답니다.” 포그가 솔직히 털어놓았다.

    2019 S/S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그가 말하는 상업적이라는 말의 뜻일까? 경계선을 허물고, 전제를 거부하고, 장인 정신을 통해 반짝이며 즐거움을 촉발하는 것을 표현하도록 의도된 뭔가를 제공하는 것이 그들이 소비자를 유혹하는 비법일까? 이런 옷에는 자유정신이 깃들어 있다. 그런 옷의 대담성에도 불구하고 진부한 남성적 시선을 끌어내기 위한 어떤 것도 의도하지 않았다. 여성들은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자기 몸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추구하는 의상을 입게 될 것이다. (물론 남자들도 각 라인이 교차되도록 의도한 것을 느낀다면 줄 모양의 수술이 달린 가운을 입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좋은 예가 바로 이번 시즌 핵심 액세서리인 클립식 메탈 메시 ‘비어드(Beard)’다. 예상치 못하게 히트 친 섹시한 수염 모양의 이 액세서리는 도발적이면서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31세 포그와 33세 판시치크는 파슨스 대학원 과정에서 만났으며 두 사람 모두 패브릭을 처리하고 변형시키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었기에 서로에게 끌렸다. 포그는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뉴저지에 있는 작업실로 가죽을 옮겨 엠보싱 처리해 3D 형태로 만들고 있었죠.” 포그는 켄터키 출신으로 건축학을 전공했다. 폴란드에서 태어나 네덜란드에서 자란 판시치크는 파리의 끌로에 하우스에서 일했다. 그러다 8년 전 장학금을 받고 유학 왔다(두 사람 모두 브루클린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판시치크는 남편과 클린턴 힐에서, 포그 역시 남편과 함께 브루클린 하이츠에서 살고 있으며, 이달 첫아이를 출산할 예정이다).

    2019 F/W

    “제가 그녀에게 걸어가서 ‘이거 멋지다, 어떻게 한 거야?”라고 말했죠. 판시치크가 그때를 떠올렸다. “저희는 그렇게 친구가 되었고 뭔가를 함께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저는 ‘너 정말 미쳤구나’라고 말했죠.” 하지만 때로 가장 비정상적 아이디어가 최고의 아이디어가 되기도 한다. 2013년 두 사람은 자신들의 첫 공식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하면서 오프닝 세레모니에서 엄청나게 많은 반짝이 티셔츠를 판매했다. 그리고 그들의 정교한 금속공학과 과감한 실루엣의 결합은 대히트를 쳤다. 2016년 그들은 CFDA/VOGUE 패션 펀드의 결선 진출자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브랜드 콘텐츠의 중요성을 평가하는 코첼라 페스티벌 EMV(Earned Media Value) 순위에서 리볼브(Revolve)와 패션 노바(Fashion Nova)의 뒤를 이어 3위에 랭크되었고, 그들도 그 결과에 상당히 놀랐다.

    2020 S/S

    “우리는 패션 중심지 출신이 아니잖아요.” 포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제 말은 저는 미국 켄터키주 렉싱턴 출신이고 이 친구는 폴란드에서 왔잖아요.” 이 점이야말로 그들이 단지 화려한 뭔가를 장착함으로써, ‘더 자신 있게! 더 대담하게! 더 요란하게!’ 식의 의상이 지닌 변화의 힘을 심도 있게 이해하는 이유, 즉 다른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깊이 이해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포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것은 분명히 ‘어케이전 드레싱(Occasion Dressing)’, 다시 말해 생활의 여러 상황에 맞춘 옷차림이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에 포스팅하는 자기 방에서의 모습도 그런 상황에 해당할 수 있다.

      린 예거(Lynn Yaeger)
      포토그래퍼
      마치에크 포조가(Maciek Pozo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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