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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세 가지

2020.02.14

by 김나랑

    빌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세 가지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는 이제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얼마 전 열린 그래미 시상식에서도 5관왕을 차지했으며, 데뷔 앨범을 제작한 친오빠 피니어스(Finneas) 또한 프로듀서로서 상을 받았다. 주요 부문 네 개에서 상을 차지한 최초의 여성 음악가이자 많은 부문에서 최연소 기록을 새로 쓰기도 했다. 풀린 눈, 기괴한 비주얼, 독특한 팝 음악으로만 알려진 빌리에게는 알고 보면 그 이상의 매력이 있다.

    1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산다

    학교가 아니라 집에서 교육을 받고, 열한 살에 드라마 <워킹 데드>에서 영감을 받아 좀비 아포칼립스에 관한 곡을 썼다는 빌리는 그만큼 특이하고 또 특별하다. 바로 얼마 전 <보그>와 인터뷰에서 “래퍼들은 가식적이다. 다들 가사에 거짓말을 하며 총이 있고 여자가 있다고들 쓴다”고 말해 SNS상에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루는 유튜버들이 빌리 아일리시의 비주얼을 따라 한 영상 목록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며 “제발 그만 좀 하라”고 말한 적도 있다.

    반면 ‘Wish You Were Gay’라는 곡 때문에 퀴어 커뮤니티 사이에서 반발이 있자, 그는 “모욕적인 의미로 쓰려고 한 것이 절대 아니다, 어떤 방향으로든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가사에서도, 평소에도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데 그것이 단순히 허언이나 막말이 아니라 뼈가 있는 발언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얼마 전 드레이크에게 문자가 왔다고 밝혔다가 팬들의 강한 저지를 받자 “너희 너무 크리피(Creepy)하다, 그것이 왜 문제냐”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드레이크의 과거 연애사를 보면, 그리고 드레이크를 좋아하지 않는 빌리의 팬이라면 뜯어말리는 것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2 (또 다른 의미의) 자기 긍정을 찾았다

    사람들은 빌리 아일리시의 비주얼에 열광한다. 큰 사이즈의 옷을 즐겨 입고, 풀린 동공을 하고 강한 이미지를 자주 사용하는 뮤직비디오는 물론 평소 보이는 모습에까지 열광한다. 하나의 유행을 새로 만들었고, 따라 하거나 모방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누가 봐도 매력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지금 주로 입는 큰 옷에는 그만의 사연이 있다.

    과거에는 자신의 몸이 성적 대상화되는 것이 싫다고만 이야기했지만, 얼마 전 인터뷰에서는 “아홉 살 때 이미 가슴이 생겼고 자신의 정신적 성장보다 신체적 성숙이 빨라서 자기 몸을 부정하고 싫어 했다”는 과거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이 지금의 스타일을 만든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후 시간이 지나서(최근에야) 자기 몸을 긍정하기 시작했고, 빌리는 자기 긍정의 전환이 되었던 계기보다는 ‘인내’를 나름의 방법으로 꼽기도 했다. 자신을 기다렸고, 그 결과 부정했던 것이 사라졌다고. 외모 지상주의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빌리는 지금 모습 그대로도 굉장히 사랑스럽다. 그런 그에게도 자기 부정의 시간이 있었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3 비건, 남매 케미, 동물 사랑까지

    빌리 아일리시에게 가장 크게 주목하는 것은 단연 음악과 비주얼이다. 다크 팝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의 새드 코어로 대표되던 우울의 미학과 리더십이 빌리라는 중심을 통해 좀더 따르는 팬과 가까워지고 또 그것을 캐치하면서 더 큰 움직임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SNS 시대이자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공개되고 또 팔리는 시대다. 빌리 아일리시는 비건이기도 하며, 자신의 오빠와 매우 잘 지내고 동물 사진을 자주 올리기도 한다. 스타라고 해서 정제된 이미지만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SNS를 정말 편하게 사용하며, 오히려 그것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음악만, 영상만, 무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런 모든 것이 빌리 아일리시다.

    누군가에게는 발에 깁스하고 나타난 첫 내한 이전부터 좋아했던 나만의 음악가, 나만의 힙스터가 너무 빨리 성장해(실제로 아직 나이가 어리다) 아쉬움도 클 것이고 누군가는 지금의 유명세와 비주얼의 결합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구태의연한 표현이지만 정말 자세히 볼수록 사랑스러운 것이 빌리 아일리시다. 더군다나 아직 다음 작품, 다음 행보, 다음 모습을 보여줄 시간이 한참 많이 남았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관심이 없다면, 앞으로 천천히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에디터
    김나랑
    글쓴이
    블럭(음악 칼럼니스트)
    포토그래퍼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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