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한 배우 라미란
요즘 활동 중인 배우들 중 자기만의 색이 확실한 여배우가 있습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매력으로 완성도 높은 연기를 해내는 배우 라미란입니다.
라미란은 꽤 늦은 나이에 스크린에 데뷔했습니다. <친절한 금자씨> 속 오수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죠. 이후 조연으로 영화와 드라마에 자주 출연했으나 크게 인기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그런 그녀를 배우로 널리 알린 건 시즌제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간또라이’ 라 과장 캐릭터를 맡아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습니다.
이후 <응답하라 1988>에서 류준열, 안재홍의 엄마이자 쌍문동 아줌마 3인방 중 한 명으로 활약하며 본격적으로 인기몰이를 했죠. 인기가 치솟은 그녀는 이제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활약 중입니다. 속이 후련한 웃음을 주기도 하고, 짠한 공감도 불러일으키는 연기야말로 그녀의 가장 큰 무기죠.
최근 라미란이 출연한 영화 <정직한 후보>가 박스 오피스 1위를 탈환하면서 흥행 중인데요, 영화에서 그녀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 역을 맡았습니다. 국민들 앞에서는 서민의 일꾼을 자처하는 믿음직한 국회의원이지만, 사실은 4선 당선을 위해서라면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인물이죠.
어느 날 갑자기 주상숙이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를 그린 작품인데요, 영화 속 주상숙은 지나치게 솔직하고 뻔뻔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역할입니다. 사이다 같은 후련함이 필요한 요즘, 그녀가 대신 총대를 멨습니다.
<정직한 후보>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뮤지컬 감독으로 유명한 장유정 감독의 작품인데요, 처음 영화를 기획할 때 주인공은 남자 국회의원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캐릭터를 만들다 보니, 라미란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인공의 성별을 아예 바꿨다는군요. 생각지도 못한 코미디 호흡, 그 안에 숨은 인간미와 성숙한 면까지, 장 감독은 라미란만 해낼 수 있는 농도 깊은 연기를 본 겁니다.
<응답하라 1988>부터 영화 <내 안의 그놈>, <걸캅스> 등을 통해 코미디 장인으로 등극한 그녀이지만, 사실 코미디 연기는 그녀 스스로도 어렵다고 합니다.
“액션보다 더 힘들어요. 어디서 웃을지 모르니까 정답이 없는 거예요. 어떻게 해야 가장 많은 분이 즐거워해주실까 고민해야 해서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가장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누구보다 코미디 연기를 잘 소화해내는 배우 라미란. 남자 배우들의 활약으로 가득했던 충무로에서 다음이 기대되는 여배우, 믿고 볼 수 있는 여배우가 탄생한 건 환영할 일이겠죠.
- 에디터
- 오기쁨(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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