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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가 선택한 <기생충> 흑백 스틸

2020.02.17

봉준호가 선택한 <기생충> 흑백 스틸

영화는 신마다 흐름에 맞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장면의 흐름을 보며 자연스럽게 의미를 찾게 됩니다. 하지만 흐름을 따르다 보면 각 프레임이 나타내는 작은 요소는 놓치기 쉬운데요, 가끔은 한 장의 사진처럼 의미를 내포한 프레임을 찾아보는 것도 큰 재미를 줍니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오스카 트로피를 차지한 <기생충>이 흑백판 개봉을 앞둔 가운데, 봉준호 감독이 직접 선택한 흑백판 스틸을 최초 공개됐습니다.

클래식한 흑백영화에 대한 로망을 가진 봉준호 감독. 그가 심혈을 기울여 이번 영화의 흑백 톤 보정에 참여했다고 해요. ‘봉테일’이 직접 고른 컷은 어떤 장면일까요? 최초 공개한 디렉터스 초이스 컷을 함께 살펴보죠.

기택(송강호)이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인 후, 유리 너머로 무언가를 응시하는 기택의 표정이 사뭇 진지합니다. 왠지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하죠.

어두운 지하에서 밝은 부엌으로 계단을 오르는 연교(조여정)와 입주 가사 도우미 문광(이정은). 깜짝 놀란 듯한 두 사람의 표정에 시선이 갑니다.

수해 피해자들이 지낼 수 있도록 마련된 임시 거처. 기우(최우식)는 보급품을 뒤지고 있습니다. 넋이 나간 듯한 그의 모습과 주변의 난장판이 사뭇 대조되는 컷이죠.

버스에 타고 맨 뒷자리에 앉아 창밖을 멍하니 응시하는 기우. 모든 것을 잃은 듯 무미건조한 표정입니다.

어느 밤 쏟아지는 빗줄기에 반지하 집은 물에 잠기고, 동네 주민들은 하나라도 건지기 위해 사력을 다합니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으로 뛰어가는 이들의 뒷모습이 처절합니다.

집 안에 온통 물이 들어차고, 역류한 하수가 변기 위로 올라오는 상황. 기정(박소담)은 다 내려놓은 듯한 표정으로 변기 위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입니다. 불가항력의 상황이 되면 인간은 오히려 욕심과 의지를 다 내려놓게 되는 걸까요?

이런저런 계략에 휘말려 박 사장네 집에서 나오게 된 문광.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듯 아련한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녀의 속사정, 영화로 보면 깜짝 놀랄 만하죠.

이곳은 병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통화하는 문광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그녀가 앉은 의자 끝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기택의 모습이 눈길을 끕니다. 이 장면 하나에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으니 영화를 보고 확인하시길!

그 밖에도 모든 것을 안다는 듯한 표정의 박 사장의 아들 다송(정현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듯 극명한 빛의 흑백 대비로 가득한 박 사장 집 내부 등은 <기생충>의 강렬함을 전합니다.

이 스틸 컷을 다 보고 나면 오는 26일 개봉하는 흑백판이 더 보고 싶어질 거예요. 우리가 알던 그 <기생충>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될 테니.

    에디터
    오기쁨(프리랜스 에디터)
    포토
    CJ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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