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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하나의 컬렉션이 탄생하기까지>는 칼 라거펠트가 선보인 마지막 컬렉션의 시작과 끝을 따라감으로써 샤넬의 변치 않을 아름답고 당당한 정신을 보여준다. 장-필립 델롬의 그림은 그 여정을 한 권의 예술로 승화시킨다.
장-필립 델롬(Jean-Philippe Delhomme)의 그림을 보면 메시지 전달에 많은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그가 포착한 예리한 핵심이 복잡한 선이나 색깔을 대신한다. 그래서 보는 사람에게
상상하게 만들면서도 본질을 잃지 않는다. 장-필립 델롬은 자신만의 주관적이고도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는
현대의 인상파다.
<샤넬: 하나의 컬렉션이 탄생하기까지>는 칼 라거펠트의 스케치 한 장이 실제로 패션쇼가 되기까지 과정을 패션 저널리스트 레티시아 세낙의 글과 장-필립 델롬의 그림으로 촘촘하게 따라간 아트 북이다. 책은 칼 라거펠트와 가진 인터뷰로 시작한다. 그랑 팔레에 여름 해변을 옮겨온 2019년 봄·여름 컬렉션의 생생한 현장 보고 후, 패션쇼를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명 한 명 펼쳐 보인다. 26개 공방에서 디자인, 자수 공예, 주름 작업 등을
담당하는 프리미에르들의 이야기는 감동적일 정도다. 작업 방식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작업을 대하는 이들의 태도는 이 시대에 절실한 장인 정신을 보여준다. 샤넬 공방은 칼 라거펠트의 꿈을 바탕으로 탄생한 디자인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비법이고, 샤넬은 이들의 빛이 모여 완성된 더 큰 빛이다.
장-필립 델롬은 샤넬 하우스와 관련된 장소와 아틀리에, 패션쇼를 방문하며 총 300장의 그림을 5개월 동안 쉬지 않고 그렸다. 수채 물감과 색연필로 작업한 장-필립 델롬의 그림은 삽화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인물과 제품을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하고, 레티시아 세낙의 꼼꼼한 취재와 통찰력 있는 글은 정보 전달에 탁월하면서도 샤넬이라는 브랜드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샤넬: 하나의 컬렉션이 탄생하기까지>는 두괄식 구성을
따르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다. 2019년 2월 19일 이 책이 공식 출판되던 날, 칼 라거펠트의 타계 소식이 전 세계 매스컴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샤넬: 하나의 컬렉션이 탄생하기까지>는 칼 라거펠트의 천재적 재능,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와 무한한 유머를 만나볼 마지막 기회가 됐다. 하지만 가브리엘 샤넬의 아름답고 당당한 정신이 샤넬 브랜드에 흐르고 있듯, 칼 라거펠트의 창의적인 정신 또한 샤넬 속에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 피처 디렉터
- 조소현
- 일러스트
- 장-필립 델롬(Jean-Philippe Delhomme), Courtesy of Ô Vo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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