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채소와 해산물로 입맛 찾기
늦겨울과 이른 봄의 경계는 언제나 희미합니다. 겨울은 쉽게 봄에 자리를 내주지 않죠. 입춘이 지나고 드디어 봄이 왔나 싶다가도 금세 겨울 코트를 꺼내 입어야 하는 날씨로 돌아가버립니다. 하지만 이렇게 오락가락한 날씨 덕에 2월과 3월에는 겨울과 봄의 미묘한 경계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답니다. 이 계절에는 나물과 채소가 겨울을 밀어내고 새롭게 싹을 틔우며 바닷속 생물은 살을 올립니다. 이 두 제철 재료의 조합은 웬만해선 실패할 일이 없죠.
도다리쑥국
봄나물을 보통 캔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따로 농사를 짓지 않기 때문입니다. 쑥도 마찬가지. 봄이 되면 들판 여기저기에 자란 쑥을 그냥 캐다 먹었죠. 요즘엔 하우스에서 자란 쑥을 계절과 관계없이 마트에서 사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지에서 언 땅을 깨고 자라 솜털이 보송보송한 쑥 맛은 특별합니다. 이 계절 통영에서는 도다리쑥국을 먹습니다. 도다리가 주인공인 것 같지만 사실 주인공은 쑥. 쑥을 맛있게 먹기 위해 도다리를 잡는 봄의 사치를 누려봅시다.
새조개 샤부샤부와 시금치
새조개는 조갯살이 새의 부리 모양을 닮아서 새조개입니다. 일본에서는 스시 재료로 흔히 쓰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샤부샤부로 많이 먹죠. 새조개의 탱글탱글한 조갯살은 씹으면 탁 터지며 입안에 바다 향이 펼쳐집니다. 납작 엎드려 겨울바람을 견딘 겨울 시금치는 일반 시금치에 비해 잎이 두껍고 윤기가 돌아요. 그냥 시금치일 뿐인데 새조개 육수가 우러난 국물에서 건져 먹으면 입안 가득한 푸성귀의 개운한 단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바지락 냉이 파스타
봄은 모든 조개가 맛있어지는 계절이죠. 한 해 내내 흔히 먹는 바지락도 봄에 살이 더 통통합니다. 바지락을 넣은 봉골레 파스타는 그다지 새로울 것 없지만 여기에 씁쓸한 냉이가 들어가는 순간 전혀 다른 음식이 됩니다. 냉이를 된장이나 간장 대신 올리브유에 무쳐서 먹어도 맛있어요. 파스타가 익숙하지 않은 할머니와도 함께 먹을 수 있답니다.
생멸치 미나리무침
남해 바닷가에 가면 부두에 멸치 그물을 터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멸치는 등 푸른 생선 특유의 부드러운 맛이 있어요. 내장을 손질해 회로 먹기도 하고 채소를 넣어 매콤하게 무침으로 먹기도 하죠. 여기에 향긋한 제철 미나리가 빠질 수 없습니다. 미나리는 그 아삭한 식감만으로도 봄의 채소가 될 자격이 충분합니다.
- 글
- 신현호(칼럼니스트)
-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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