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미쉐린 스타 여성 셰프를 소개합니다

2020.03.19

미쉐린 스타 여성 셰프를 소개합니다

올해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은 조은희 방장이 이끄는 ‘온지음’에 1스타를 건넸습니다. ‘곳간’최은미 셰프, ‘발우공양’김지영 셰프, ‘스테이’최해영 셰프, ‘한식공간’조희숙 셰프에 이어 다섯 번째입니다. 하지만 서른 개가 넘는 서울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가운데 여성 셰프가 이끄는 식당이 다섯 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왠지 좀 의아합니다. 2스타 이상을 받은 셰프도 아직 없고요.

셰프는 주방을 총괄하는 관리직입니다. 불 앞에서 파스타를 볶는 대신 어떤 파스타를 메뉴에 올릴지 결정을 내리는 의사 결정자이며 각기 다른 파트를 담당하는 모든 요리사를 조율하는 지휘자죠. 미쉐린의 별을 받은 셰프들이 인터뷰에서 자신의 요리가 어머니에게서 왔다고 고백하는 일은 어느 나라에서나 아주 흔합니다. 하지만 정작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중에 여성이 주방을 이끌고 있는 곳은 4%도 채 되지 않습니다. 이 척박한 터에서 뿌리를 내리고 최전선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는 여성 셰프들의 레스토랑을 소개합니다.

런던 코어(Core)의 클레어 스미스(Clare Smyth)

해리 왕자와 메건 왕자비의 결혼식 피로연을 담당한 셰프로 널리 알려진 클레어 스미스는 37세에 영국 최초로 미쉐린의 별 세 개를 받은 여성 셰프가 됐습니다. 셀럽이 되어버린 셰프 고든 램지의 레스토랑을 실질적으로 이끌며 이루어낸 성취였죠. 2017년 노팅힐에 문을 연 자신의 첫 레스토랑 ‘코어’는 불과 2년 만인 2019년 단숨에 미쉐린 2스타를 얻어냈습니다.

파리 얌차(Yam’tcha)의 아들린 그라타르(Adeline Grattard)

‘얌차’는 파리에서 가장 예약하기 어려운 식당 중 하나입니다. 부르고뉴 출신의 여성 셰프가 중국 음식을 만들어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롭고요. 화학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잘 결합되지 않을 것 같은 프랑스 음식과 중국 음식을 조합하는 것은 무모해 보일 정도인데요. 하지만 그 결과는 꽤 성공적입니다. 마치 와인처럼 섬세하게 음식과 매치된 중국의 우롱차와 보이차, 프랑스 식재료에 과감하게 가미한 중국 향신료는 사람들을 금세 매료시켰답니다.

방콕 란 제이 파이(Raan Jay Fai)의 제이 파이(Jay Fai)

제이 파이는 73세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으로 미쉐린의 별을 얻어냈습니다. 하얀 테이블보가 깔린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아니라 길거리에 웍을 놓고 음식을 만드는 평범한 식당이죠. 지금도 매일같이 10시간씩 웍 앞에서 게살이 잔뜩 들어간 큼지막한 오믈렛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름이 너무 뜨거워 쓰기 시작했다는 스키 고글은 이제 그녀의 강인함을 상징하는 트레이드마크가 되었습니다.

뉴욕 아쿠아빗(Aquavit)의 엠마 벵트손(Emma Bengtsson)

스웨덴 출신의 엠마 벵트손은 뉴욕의 노르딕 퀴진(Nordic Cuisine) 레스토랑 ‘아쿠아빗’의 셰프입니다. 그녀는 원래 페이스트리를 만들기 위해 아쿠아빗에 합류했는데요. 얼마 뒤 헤드 셰프가 레스토랑을 떠난 사이에 잠시 책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디저트와 빵을 담당하는 파티시에가 총괄 셰프가 되는 일은 흔하지 않죠. 하지만 그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쿠아빗을 1스타에서 2스타로 만들었고, 그 뒤로 지금까지 이 레스토랑을 이끌고 있습니다.

    신현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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