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힙한 술은? 바로 한국 술!
최근 몇 해 동안 한국 술은 특이점을 지난 듯이 폭발적으로 발전했습니다. 꾀죄죄하고 촌스럽던 과거 모습을 탈피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입은 것도 반가운 변화죠. 겉모습 이상으로 내면도 가다듬었습니다. 싱글 몰트위스키나 고급 사케와 비교될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갖춘 한국 술이 속속 등장하는 중입니다.
술이 받쳐주니, 한국 술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바도 동네마다 등장하고 있습니다. 전통 주점의 고리타분하고 천편일률적인 모습 대신 제각각 디테일이 살아 있는 개성으로 무장한 한국 술 바엔 이제 ‘힙하다’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죠.
요즘 힙하다고 꼽히는 한국 술 바 세 곳과 그곳에서 사심으로 판매 중인 한국 술 리스트를 소개합니다.
꽃술
서울시 원효로77길 33 / 02-719-7703
<보그 코리아> 피처 디렉터 출신으로 미술 쪽에 조예가 남다른 이미혜 씨가 공동대표로 있습니다. 테이블과 의자부터 계단 상판까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감각적인 공간이죠. 꽃술의 모든 오브제는 전시품인 동시에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소품이기도 합니다. 술도 오직 한국 술만 다루는 꽃술에선 다양한 한국 술 칵테일 메뉴도 개발했습니다. 아래는 꽃술의 이미혜 대표가 추천하는 한국 술입니다.
구름아양조장의 ‘만남의 장소’
강렬한 인상의 일러스트 로고처럼 천의 얼굴을 가진 이색 쌀술입니다. 생강, 후추 등 다양한 부재료가 들어가 이색적인 맛을 낸 탁주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백후추와 트러플 오일을 뿌려 먹어도 새로운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예산사과와인의 ‘추사 애플 브랜디’
도수가 40도에 달하는 고도주인데도 계속 홀짝이게 되는 마성의 사과 브랜디. 오직 사과로 만든 브랜디입니다. 그 맛과 향의 비결이 궁금해 충남 예산의 양조장까지 찾아간 가성비 갑 브랜디입니다.
삼씨오화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4가길 41 / 02-715-3355
한옥을 개조한 공간입니다. 서까래 등 한옥 디테일을 그대로 살린 인테리어가 고루함 대신 새로움을 느끼게 하죠. 한국 술 양조를 배우는 한국가양주연구소에서 만난 두 대표가 함십해 차린 한국 술 바입니다. 발 빠르게 찾아내는 양질의 한국 술 라인업에, 결코 가볍지 않은 제철 안주 메뉴까지 더해 매일 밤 주당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입니다. 아래는 삼씨오화의 대표가 추천하는 한국 술입니다.
술아원의 ‘경성 과하주’
지난 2월 갓 출시된 과하주. 새콤달콤한 맛이 도드라지는 술로 고기와 궁합이 무척 좋습니다. 20도로 도수가 높은 편이지만 숙성이 잘되어 목 넘김은 부드럽죠. 과하주는 포트 와인과 비슷하게 발효 중 증류주를 보태 양조하는 한국 고유의 양조법을 따른 술입니다.
술샘의 ‘미르40’
고문헌 속 증류 방법을 재현해 강렬한 향을 살린 증류주. 도수를 40도로 맞춰 그냥 마시면 세게 느껴질 수 있어서 삼씨오화에서는 온더록스로 마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단골들에게 인기가 좋은 술로, ‘우리술 품평회’ 대통령상 수상 등 완성도도 보장됩니다.
윤주당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 81-1 / 010-7297-5765
해방촌 언덕에 자리한 한국 술 전문점. 조선시대 과거 보러 가던 양반들이 남산을 넘다가 들렀을 것 같은 현대판 주막입니다. 스스로 술을 빚기도 하는 윤나라 대표는 한국 누룩을 사용하고 첨가물을 넣지 않은 한국 술만 까다롭게 가려냅니다. 훌륭한 한국 술 리스트와 어우러지는 각 지역 요리에도 정통한, 그야말로 대단한 주모입니다. 아래는 윤주당의 윤나라 대표가 추천하는 한국 술입니다.
해월도가의 ‘해월’
내장산 백양사 인근의 해월도가에서 직접 농사지은 쌀로 빚은 17도의 순곡주. 조효소제, 효모, 감미료 없이 전통 누룩만으로 항아리에서 발효시킵니다. 술이 완성되기까지 8개월이라는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 만큼 잘 빚은 한국 맑은술의 진수를 보여주며, 산뜻한 맛으로 시작하지만 깊은 향과 여운을 주는 매력적인 술입니다. 고기 안주, 탕국과 잘 어울리며 고도주를 좋아하는 전통주 마니아들에게 추천합니다.
지리산 옛술도가의 ‘꽃잠’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가 지칠 때쯤 만나는 지리산 옛술도가는 민박집과 소규모 양조장을 겸하고 있습니다. 꽃잠 막걸리는 경남 함양 쌀, 우리 밀 누룩, 물로만 빚었는데 가벼운 산미 덕분에 기분이 좋아지고 단맛이 적어 술자리를 시작하는 술로 제격입니다. 밥, 반찬과 함께 반주로 즐기기에도 부담 없어 자주 마실 만합니다. 청량한 천연 탄산이 가득해 여름에도 잘 어울리는 술입니다.
- 글
- 이해림(푸드 칼럼니스트)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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