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지금 주목해야 할 세라미스트 5

2020.06.05

지금 주목해야 할 세라미스트 5

세라미스트는 도예가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이들은 ‘흙’이라는 친환경 소재를 가지고 식기부터 인테리어 오브제, 조형 작품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밀레니얼 시대의 세라미스트들이 살아가는 방식, 자신을 홍보하는 방식이다. SNS를 통해 취향과 관심사를 숨김없이 공유하며 스마트한 방식으로 작품을 제품화해 판매도 한다

 

폴리가든 @pollygarden

폴리가든은 세라미스트 듀오(김민정과 홍주아)가 함께 운영하는 세라믹 스튜디오다. 드로잉, 페인팅, 벽화 등의 평면 작업에서 영감을 얻은 이미지를 도예 작업과 접목해 ‘드로잉 도예’ 작업을 하고 있다. 폴리가든의 시작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우리는 유화나 아크릴보다 손에 더 잘 맞는 재료를 찾기 위해 탐험을 계속했다. 우연한 기회에 도예의 매력에 빠졌는데,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사용 가능한 예술이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가마에 들어가면 유일무이한 나만의 작품이 완성되어 나온다는 점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작업할 때 늘 염두에 두는 것 우리는 비정형적이고 자연스러운 형태와 색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때론 같은 작업을 반복해서 만들어야 할 경우도 있지만 이때도 각각의 작품이 고유한 모양을 가지도록 노력한다. 영감의 원천 엔초 쿠키(Enzo Cucchi), 프란체스코 클레멘테(Francesco Clemente)의 작업에서 영감을 얻어 드로잉을 하고 이미지를 수집한다. 둘의 취향이 비슷한 편이라 서로의 그림과 관심거리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세라믹 작업에 익숙하지 않던 시절, 흙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가마와 겨루던 때가 있었는데, 그 당시 실패를 거듭하며 만들었던 패턴과 컬러는 지금까지 계속 작업의 모티브가 된다. 대중과의 소통법 ‘콜라주 머그’를 자유롭게 만들어보는 워크숍을 매월 진행하면서 도예에 관심을 가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도자기 수업에서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재미있는 작업이 많이 나온다. 우리와 수강생 사이에서 신선한 교류가 일어나는 것 같아서 즐겁다. 우리의 미래 유약과 흙 등의 재료에 대한 공부를 끊임없이 계속하는 중이다. 지금의 작업에 다양한 질감을 표현해보고 싶다. 큰 사이즈의 조형 작업과 조명, 타일을 이용한 벽화 등도 제작해보고 싶다.

전현지 @iaacs_crafts

나는 2013년부터 ‘이악 크래프트’라는 세라믹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전현지다. 세라미스트의 시작 세라미스트가 되겠다고 도자기를 시작하지는 않았다. ‘공예’를 전공으로 선택해 도자를 대학에서 처음 접했다. 학부 시절엔 흙이 어려운 재료라 피하고 싶을 때가 더 많았다. 작가와 교수 외엔 전공해도 비전이 없을 때라 스스로 진로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이 까다롭고 어려운 재료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세라미스트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지금의 내가 되었다. 디자인 철학 무엇보다 ‘공예’가 가진 근본적인 것을 가장 중요시한다.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함께 갖는 것 말이다. ‘이 디자인을 우리가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늘 한다. 상업적인 목표 이전에 환경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영감의 원천 일상에서 얻은 소소한 경험이 필요한 순간에 아이디어로 솟아나는 것 같다. 시간 날 때마다 여행을 다니는데, 꼭 해외가 아니더라도 처음 가보는 길에서 발견한 벽이나 평소에 잘 안 가던 동네의 작은 카페에서도 아이디어를 얻는다. 최고의 작업 세라믹 디자인 스튜디오를 시작하는 계기가 된 ‘Bvase’. 상업 전시가 아니었는데도 전시장과 온라인을 통해 구매하고 싶다는 문의를 많이 받았다. 내가 좋아서 만든 것에 다른 사람들도 함께 공감해준다는 생각이 들어 감격스러웠다. 대중과의 소통법 정기적으로 열리는 클래스를 통해 도자기에 관심 있는 분들과 직접 만나고 있다. 직접 체험해보는 것만큼 작업 의도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 관심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주제로 원데이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는데, ‘세라믹 디자인 스튜디오’라는 새로운 형태를 한국 공예 시장에 제안할 수 있어 기쁘다. 내가 그리는 나의 미래 현재는 다이닝 테이블 위의 공간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면 앞으로는 보다 넓은 공간으로 확장하려고 한다. 빠른 시일 내에 조형 작업을 통해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누리 @nr_ceramics

나는 엔알 세라믹스(NR Ceramics)를 운영 중인 세라미스트 이누리다. 세라미스트의 시작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늘 공간과 조형에 관심이 많았다. 졸업 후 리빙 관련 회사에서 MD로 일하다 ‘작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뒤늦게 세라미스트의 길로 들어섰다. 먼 길을 돌아 도예를 선택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지금 하는 일에 더욱 확신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게 한다. 디자인 철학 ‘도예의 본질’을 작업에 녹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공예’는 본래 쓰임을 위해 만들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예술적 성향이 강조되는 분야다. 디자인과 예술의 중간 지점에 있는 공예의 특성을 장점으로 살려 도자기가 ‘생활 속에서 함께하는 예술품’이 되었으면 한다. 단순히 쓰임을 위한 물건도, 예술을 위한 예술품도 아닌 그 중간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작업이랄까. 영감의 원천 일상생활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작은 드로잉 북을 항상 가지고 다니는데, 생각이나 영감을 메모나 드로잉으로 옮긴 후 그걸 토대로 작업을 시작한다. 최고의 작업 맨 처음 작업했던 ‘하프 문 베이스’는 아직까지 최고의 작업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화병’을 제작하는 것이 최초 의도였다. 산책 중 반달에 걸쳐진 구름이 움직이는 풍경을 보고 작업으로 연결해보고 싶었다. 이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오뚝이처럼 하단의 형태를 둥글게 유지하면서 중심을 맞추는 것이었는데, 4년간 수없이 많은 테스트를 반복한 끝에 완성했다. 10점 중 2~3점 정도만 정상적으로 나오는 까다로운 작업이지만 그래서 더 애착이 간다. 기억에 남는 활동 논 서울(None Seoul)에서 우병윤 작가님과 함께 진행했던 전시. 도예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판매가 주가 아닌 공간에서 내 작업을 소개할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는 전시였다. 내가 예술가이자 도예가로서 가고자 하는 방향에 갈피를 잡게 해준 활동이다. 대중과의 소통법 주로 SNS로 소통한다. 틈틈이 사진과 글을 통해 생각을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사진만 보고도 작업 의도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신경 쓰는 편이다. 내가 공간 사진을 자주 올리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사진은 내 머릿속에 있는 장면을 표현하는 가장 훌륭한 수단이니까. 도예를 하지만 궁극적으로 나의 작업을 아우르는 하나의 공간을 제시하고 싶고 그걸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 내가 그리는 나의 미래 2~3년 내에 지금보다 더 많은 조형 작업을 하는 게 목표다. 한 가지 작업만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면서 영역을 넓혀갈 예정이다. 물론 공예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겠지.

이혜미 @haemi_

나는 흙을 베이스로 그릇과 오브제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 이혜미다. 흙이 주는 선한 영향력을 믿는다. 디자인 철학 내가 만들고 싶고, 갖고 싶은 디자인을 만든다. 작업자 본인에게 ‘재미있는’ 작업이 주는 힘은 굉장히 크다. 영감의 원천 빈티지를 좋아한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 나가서도 예외 없이 빈티지 마켓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국적과 소재의 가구, 소품 등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온고지신’은 나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는 키워드. 세라미스트로서 최고의 기억 10년 전, 대학원을 졸업하고 그릇에 관심을 갖고 만들기 시작하던 무렵 처음 판매로 이어진 작업이 있다. 구매하신 분이 메일로 직접 사용하는 사진과 함께 애정을 듬뿍 담은 글을 보내주셨는데, 그 메일을 받고 더욱 도예 작업에 확신을 가지게 됐다. 또 내가 ‘최고의 여성’이라고 생각하며 존경하는 분이 나의 작업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그리는 나의 미래 작업과 함께하는 삶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나의 삶에 스며 있는, 바르고 아름다운 작업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만든 그릇과 오브제가 모두의 삶에서 ‘아름다운 것’이 되는 작업을 하고 싶다.

김누리 @jaeryo_

나는 점토를 주요 매체로 사용해 아티스트와 디자이너 중간쯤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김누리다. 흙, 종이, 유리 같은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표준화되지 않은 형태로 작업하며 도자기라는 한 가지 범주에 국한하지 않고 실험적인 오브제를 만든다. 나 스스로를 세라미스트라 정의하진 않는다. 디자인 철학 나는 목적과 의도가 모호한 물체를 만든다. 예를 들어, 비즈를 엮어 만든 그릇은 누군가의 공간에서 꽃병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선반 위에 두고 오브제로 즐기기도 한다. 실용적 의미나 오브제로서 가진 의미는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들의 역할이라 믿는다. 나의 작업은 많은 실험이 필요하며, 가장 적합한 효과를 찾아가는 실험의 연속이다. 흙과 유약이 만났을 때 다양한 질감과 색감으로 변하는 것처럼, 의도한 것과 우연한 효과가 만나 결과물이 나온다. 최고의 작업 개인전에서 소개한 ‘An Undefined Plate’ 시리즈. 타이틀 그대로 ‘정의 내리지 않은 그릇’이라는 뜻이다. 음식을 담는 기능성을 배제하고 그릇 그 자체로 ‘오브제’로 보이길 바란 작업이다. ‘흙’이라는 재료에 비즈 구슬을 달고, 유리를 녹이고, 한지 무늬를 남기는 등 실험적인 과정을 더해가며 나에 대한 정의를 찾고 있었다. 단순히 세라미스트가 아닌 더 넓은 의미로 아티스트, 설치가, 조각가이고 싶은 마음과 앞으로 나라는 사람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설명해준 작업이다. 세라미스트로서 최고의 기억 자크무스 10주년을 기념하는 아카이빙 컬렉션에 ‘Grap.Nuage’ 시리즈가 전시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가장 기뻤다. 아주 좋아하던 패션 디자이너가 나의 작업을 골랐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했을 때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최근에는 <아키텍트 다이제스트> 매거진에서 ‘K-wave’를 주제로 인터뷰를 했다. 평소 존경하던 작가들 사이에 내가 끼어 있다는 사실이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이 자리가 부끄럽지 않게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하는 큰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다. 내가 그리는 나의 미래 온전한 개인 작업에 대한 갈망이 있다. 지금까지는 여러 협업을 진행하느라 나 스스로에게 집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 신선하고 실험적이면서 창조적인 작업을 하고 싶다. 그리고 아시아 여성 작가로서 더 영향력 있는 작업을 선보이고 싶다.

    에디터
    공인아
    포토그래퍼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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