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의 숨겨진 이미지
우리의 6월호 커버 모델 수지를 보면, 다들 여러 이미지가 연상될 것이다. 걸 그룹 미쓰에이 중 한 명으로 음악 방송에서 ‘Bad Girl Good Girl’을 파워풀하게 부르던 모습, 영화 <건축학개론>에서의 국민 첫사랑 서연, 드라마 <배가본드>에서 테러범을 추격하는 국정원 요원, ‘인간 디올’이라는 헤드라인으로 포털을 장식한 공항 패셔니스타 혹은 ‘쌩얼’로 집 안을 돌아다니고 친구들과 소주 한잔을 털어 넣는 ‘오프더레코드’ 영상의 한 장면. 이제 스물일곱인 수지는 한계가 없는 듯 확장자로서의 삶을 살았고, 연기, 음악, 패션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독보적 20대 여성 아이콘이 되었다. 영화 <원더랜드>와 드라마 <스타트업>의 촬영으로 수면 시간마저 부족한 그녀를 5월의 어느 날 가로수길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V 여행을 좋아하는데, 한동안 못 가서 아쉽죠? S 영화 촬영과 드라마 촬영을 번갈아가며 계속했어요. 지난가을 파리, 지난 5월엔 덴마크에 다녀오길 잘한 거 같아요.
V 맨 처음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고 춤춘 때는 언제로 기억해요? S 아주 어릴 때 명절이면 할머니 댁 거실에서 친척들을 관객으로 노래 불렀어요. 용돈이 걸린 장기 자랑 같은 거였죠. 또 학교 축제에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Come on Over’, 켈리 클락슨의 ‘Because of You’도 불렀죠. 아, 랩도 했던 거 같아요(웃음).
V 그렇다면 JYP 연습생 때 질릴 만큼 들었던 노래는 뭘까요. S 연습 시작하기 전, 늘 틀어놓고 몸을 푼 노래가 있어요.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Click Click Click’과 키샤 콜의 ‘Fallin’ Out’, 비욘세의 ‘Sweet Dreams’와 트레이 송즈의 ‘Can’t Help but Wait’.
V R&B풍 노래가 많군요. S 노래나 춤의 기본기를 다지기에 좋거든요.
V 밀레니얼 세대 아티스트는 소셜 미디어로 자신을 드러내고 팬과 소통하죠. 수지는 어떤 편이에요? S 저는 포스팅하고 팬들은 댓글을 달아주시죠. 팬들은 여행이나 일상 사진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는 되도록 촬영장 비하인드 신을 올리는 편이에요. 촬영 현장에서는 제 마음에 드는 컷이 많아도 결국 선택되는 컷은 한정적이니까요(웃음).
V 가장 수지다운 공간은 어디예요? S 제가 스스로 운전하는 차 안이죠. 완벽히 혼자가 될 수 있잖아요. 직접 운전하는 걸 좋아해요. 잘하기도 하고! 음악을 틀고 운전하다 보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 스트레스가 많이 풀려요.
V 자주 가는 드라이브 코스가 있나요? S 신호가 떨어지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요. 올림픽대로도 달리고. 어디든 가보자! 이런 식이에요.
V 매일 눈 감을 때와 눈을 뜰 때 어떤 생각이 드나요? S 저는 복잡하기보다 심플한 편이에요. 8시에 외출해야 하면 몇 시까지 잘 수 있을지, 얼마나 빨리 준비할 수 있을지 간결하게 생각하죠. 그럴 경우 최대한 늦게 자기 위해 최소 동선으로 모든 준비를 끝내겠다는 시뮬레이션을 하죠. 눈뜨면 취침 전에 구상한 대로 움직이고.
V 본인이 정의하는 ‘쿨한 여자’는 어떤 모습이죠? S 자기만의 속도가 있는 여자. 자신의 고유 패턴이 있죠. 말하자면, 남한테 휘둘리지 않고 자기 신념을 수정하지 않는, 세상에 자기만 있는 것 같은 여자. 그 예가 될 만한 여자는… 음, 수지? 농담이고요(웃음). 이 질문을 듣자마자 제니퍼 로렌스가 떠올랐어요. 영화에서의 모습을 보면요. 시원시원한 성격에 자기만의 길을 가는 여자일 것 같아요. 또 한 명 꼽자면 두아 리파.
V 마침 다음 질문이 최근 관심이 가는 뮤지션이에요. 두아 리파의 새 앨범도 많이 들었겠군요. S 물론이죠. 그중 ‘Physical’을 가장 좋아해요. 존 메이어의 ‘New Light’도 많이 들었어요.
V 패션 이야기를 해볼까요. 앰배서더로 참여한 디올 이벤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언제예요? S 앞서 이야기한 배우 제니퍼 로렌스를 가까이서 봤던 컬렉션. 무대장치는 지난해 9월 파리에서 열린 2020 S/S 패션쇼가 인상 깊어요. 바닥에 모래를 깔고 식물을 설치해 숲처럼 꾸민 시즌이었죠. 제 옆자리에 체크 패턴 의상을 입은 여성이 기억나는군요. 쇼가 시작되기 전 사람들이 황급히 착석하면서 자리가 점점 좁아지기 시작했는데, 양옆에서 사람들이 밀착하다 보니 제가 옆에 앉은 여성분께 양해를 구하며 “익스큐즈 미”라고 정중히 얘기했죠. 얼굴은 못 봤어요. 그런데 나중에 참석한 사람들 단체 사진을 보니 그분이 배우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더라고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 나왔던 그 배우요. 좋아하는 배우의 실물을 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쉬웠어요. 좀 더 얘기도 나눠볼 수 있었을 테고. 디올의 아티스틱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와는 쇼에 참석할 때마다 인사를 나눠요.
V 그렇다면, 키우리가 현재 이끌고 있는 디올 이미지는 어떻게 다가오나요? S 디올은 매우 우아한 패션 하우스예요. 또 강한 신념을 지닌 채 변화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하죠. 한편으로 쿨한 면모도 있어요.
V <보그> 촬영을 위해 오늘 디올 2020 프리폴 컬렉션을 입었어요. 마음에 드는 룩을 골라볼 수 있나요? S 화이트 셔츠와 베레, 와이드 스커트! 평소에도 잘 입을 것 같아요. 움직임도 편한 데다 살짝 매니시한 느낌도 있고요.
V 방금 ‘마이보그’ 영상을 촬영하면서 소장한 디올 아이템을 여러 개 소개했어요. 가방, 팔찌, 안대까지. S 최근 갖게 된, 제 이름 수지(Suzy)가 새겨진 핑크색 ‘레이디 디-라이트(Lady D-Lite)’ 가방을 아껴요. 그리고 지금 입은 블랙 롱 튤 스커트도 자주 입어요. 디올의 상징적인 아이템이기도 하고, 캐주얼한 티셔츠는 물론 제대로 꾸미고 싶을 때 여기저기 잘 어울리죠.
V 패션 영화 중 흥미롭게 본 작품이 있나요? S <보그>를 배경으로 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주인공 앤 해서웨이가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일하고 또 어느 순간 멋진 커리어 우먼으로 변신하는 그 순간이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요.
V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는 패션 관련 계정 몇 개만 소개해줘요. S 90년대 모델 이미지를 편집해 올리는 @the90ssupermodels. 클라우디아 쉬퍼, 신디 크로포드, 크리스티 털링턴 등 전설의 슈퍼모델 화보를 즐겨 봐요. 스타일링도 참고하고. 역시 유행은 돌고 도는구나 생각해요.
V 또 무엇에 관심이 있나요. S 요즘 그림 그리는 데 빠져 있어요. 아, 빈티지 조명에도 관심이 가요. 루이스 폴센 같은 브랜드 말이에요. 지난 덴마크 여행에서도 조명을 사서 직접 들고 올 정도였어요.
V 영화는 내년 개봉을 앞뒀고, 올해 하반기에는 드라마가 시작돼요. 작품은 어떤 식으로 고르나요? S 지금 촬영 중인 작품 두 편을 선택하기까지 크게 고민하는 않았어요. 시나리오에 대해 자세히 들려드리면 ‘스포’가 되니, 둥글려 말하자면 줄거리 자체가 신선했어요. 공감할 만한 부분도 있고. 영화는 김태용 감독님과의 작업이 꿈이었기에 3분의 1 정도 촬영을 진행한 지금 정말 재미있게 일하고 있어요. 드라마 감독님과 작가님도 한 번씩 작업했기에 편하고요. 새로운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V 뮤지션, 모델, 배우. 이렇듯 많은 역할에 도전했고 성공했어요. 또 어떤 것에 도전하고 싶나요? S 음, 유튜버! 혼자 메이크업하는 걸 좋아해 유튜브를 보며 가끔 따라 해요. 어느 순간 ‘아, 나도 할 수 있겠는데?’ 싶더라고요. ‘수지TV’가 되려나요?(웃음)
- 패션 디렉터
- 손은영
- 포토그래퍼
- 강혜원
- 패션 에디터
- 남현지
- 스타일리스트
- 박세준
- 헤어
- 조영재
- 메이크업
- 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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