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니오 모리꼬네, Cinema Paradiso
영화계의 큰 별이 졌습니다.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가 최근 향년 92세로 세상을 떠났죠. 생전에 500여 편이 넘는 영화음악과 100여 곡에 달하는 클래식을 작곡한 엔니오 모리꼬네.
그가 만든 음악으로 더 빛이 났던 작품이 많습니다. 이제 그는 세상에 없지만, 그의 삶이자 세상이었던 ‘시네마 천국’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천국의 나날들> (Days of Heaven, 1978)
이 작품으로 엔니오 모리꼬네는 처음으로 제3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안소니 아스퀴스상을 받았습니다.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 부문에서도 최초로 후보에 올랐죠.
영화는 1930년대 경제 대공황 시기의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합니다. 신분이 다른 두 남자에 대한 한 여인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죠. 황금빛 물결이 넘실대는 밀밭, 차가운 분위기가 감도는 거대한 저택 위로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흐르면 관객은 스크린 밖에서도 작품과 하나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 1984)
미국 갱스터의 역사를 보여주며 결국은 미국의 단면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로버트 드 니로와 제임스 우즈, 제니퍼 코넬리 등 명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이 영화에서 팬 플루트와 오보에, 하프 등의 연주를 녹여낸 음악으로 낭만을 안겼습니다. 더불어 영화에 녹아든 쓸쓸한 분위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죠. 하지만 그는 아름다운 음악으로도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당시 아카데미의 후보 지명 규정 때문이었는데요, 미국 극장 상영 오프닝 크레딧에 그의 이름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제38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통산 두 번째 안소니 아스퀴스상을 받으며 명예를 회복했습니다.
<시네마 천국> (Cinema Paradiso, 1988)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 중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고, 또 오래도록 사랑받는 작품입니다. 영화도 제42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제62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등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죠.
영화와 유년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지닌 주인공 ‘살바토레’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영사 기사 ‘알프레도’의 우정을 다룬 영화입니다. 이 작품에서 엔니오 모리꼬네는 아들 안드레아와 함께 작업해 더욱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낳았습니다. 대표곡 ‘Cinema Paradiso’, ‘Love Theme’는 길을 가다 들어도 엔니오 모리꼬네 작품이라는 걸 알 정도로 유명해졌으니까요.
<피아니스트의 전설> (The Legend of 1900, 1998)
평생을 배 위에서 보낸 천재 피아니스트의 기이한 일대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피아노가 메인인 만큼 영화음악 역시 서정적이고 멜로디가 살아 있습니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피아노 레코딩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써서 신비한 느낌을 살려냈죠.
가장 사랑을 많이 받은 OST는 주인공이 창밖의 여인에게 사랑에 빠지는 순간 흐르는 ‘Playing Love’. 이 영화의 음악으로 엔니오 모리꼬네는 제5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두 번째 음악상을 품에 안았습니다.
<헤이트풀 8> (The Hateful Eight, 2015)
거장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사무엘 L. 잭슨, 커트 러셀, 제니퍼 제이슨 리 등의 배우들이 만난 작품입니다. 설원의 한 산장에서 다양한 인간 여덟 명이 모여 벌어지는 일을 그린 서부극이죠. 영화가 시작되면 쉴 새 없이 눈보라가 몰아칩니다. 여덟 명의 인간들은 저마다 캐릭터가 강해 그들을 따라가기도 벅찰 정도죠. 모리꼬네는 좁은 공간에서 조여오는 긴박감과 치밀한 후반부 전개를 음악으로 표현해냈습니다.
타란티노 감독은 평소 엔니오 모리꼬네를 존경해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등에서도 꾸준히 작업을 함께 했습니다. <헤이트풀 8> 역시 그에게 모든 것을 맡겼는데요, 그 결과 엔니오 모리꼬네는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오스카 음악상 트로피를 이 작품을 통해 받을 수 있었습니다.
- 에디터
- 오기쁨(프리랜스 에디터)
-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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