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OP THE 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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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OP THE BEAT!

2020-07-09T10:58:29+00:00 2020.07.09|

명상 비트에 몸을 맡겨… 아니, 정신을 맡겨…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루프 스테이션과 행, 불경으로 즉흥 음악을 만드는 승려 아카사카 요게쓰.

승려가 디제잉한다. 염주는 루프 스테이션에 걸고, 승복을 걷은 손으로 백스핀을 하고, 입으로는 불경을 외운다. 비트박서 출신의 일본인 승려 아카사카 요게쓰(Akasaka Yogetsu)다.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소개하는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SCR) 인스타그램에서 처음 그를 봤다. 제목은 ‘Meditation Monday’. 링크를 타고 요게쓰의 유튜브에 들어갔다. 행의 오묘한 소리 안에 리드미컬한 불경이 빠져든다. (‘행’은 스위스 악기 제조사 팬아트 행바우가 만든, 오목한 철판 두 개를 붙여 만든 악기다.) 사람들은 “열반의 경지다”, “이제 극락정토에 갈 수 있겠다”고 반응한다. 승려에게 연락했다. 그는 자기 음악은 모두 즉흥이라 말한다. “즉석에서 마이크로 녹음한 음을 샘플링, 루프, 믹스해 트랙을 만듭니다. 연주할 때의 마음은 명상 같아요. 사람들이 저처럼 명상의 경지에 이르러 치유되길 바랍니다.”

2014년 2월 <타임> 커버 라인은 ‘Mindful Revolution’이다. 네일 케어를 받으면서도 명상하는 마당에(뉴욕의 네일 브랜드 ‘선데이즈’), 명상은 혁명이 아니라 일상이다. 그런데 명상 음악은? 내가 다니는 요가원은 명상 수업이 별도로 있다. 늘 몽롱한 연주를 들려주는 선생에게 어느 명상 음악가인지 물었다. 따로 있기보다 뉴에이지 중 마음에 드는 것을 튼다고 했다. 유행하는 명상 앱을 켜면, 자연의 소리나 출처가 없는 사운드(음악이라기보다)가 나온다. 명상 음악은 장르가 될 수 없을까? 나는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퇴근 후 명상을 준비한다. 방 가운데 매트를 깔고 가부좌를 튼다. 눈을 감고 깊게 호흡한다. 좋다. 에너지 파장을 상상하고, 몸을 공기 중으로 내보내보자. 아, 배경음악을 안 틀었다. 어떤 게 좋을까. 랩은 어떨까? 커먼(Common)으로 더 알려진, 그래미 수상자인 힙합 뮤지션이자 배우, 작가인 로니 라시드 린(Lonnie Rashid Lynn)의 <Let Love>를 틀었다. 앨범 컨셉은 힐링, 테라피, 명상이다. 첫 트랙에 ‘자신을 돌보는 것이 뉴 블랙이다(Taking care of self is the new black)’란 가사가 나온다. 그는 연인 에리카 바두(Erykah Badu)와 8년 전 헤어진 뒤 맨해튼 명상 센터에 다닌다. 약속 장소에 갈 때면 주머니에 팔로 산토(잉카인이 영적인 의미로 태우는 나뭇조각)를 챙긴다. 물론 레스토랑에서 함부로 태울 순 없지만. 스웨그(Swag) 대신 웰니스(Wellness)를 택한 그의 랩은 나를 명상으로 이끈다. 네오 소울의 왕 에리카 바두도 그러하다. 그는 런던 NTS 라디오에서 안내 명상(Guided Meditation, 지도자의 음성 혹은 영상을 따라 하는 명상)을 한 적 있다. 그가 연주하는 싱잉볼과 소울풀한 음성은 저 세상 느낌이다. 싱잉볼은 티베트에서 고대부터 치유에 활용한 악기다. 때론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의 앨범을 듣는다. 그는 그래미를 일곱 번 수상했고, 불교 신자이며, ‘웰빙과 마음 수련’이라는 웹 쇼를 진행한다.

내 명상은 그래미 위너들이 함께하는 셈이다. 나왕 케촉(Nawang Khechog)의 음악만 명상이 가능한 건 아니니까. (티베트 승려 출신의 나왕은 전통 악기로 뉴에이지를 추구하며, 영화 <티벳에서의 7년> 영화음악을 맡았다.) 팝 스타건, 래퍼건 명상의 의도를 담아 음악을 만든다면, 그것이 명상 음악이다.

어쩌면 클래식이 명상 음악의 강력한 후보일 수 있다. 지난해 프리스턴대학에서는 ‘명상 음악 라이브’ 시리즈 공연이 열렸다. 관객은 첫 20분간 침묵해야 했다. 그러다 징처럼 진동을 내는 음이 울렸고, <뉴욕 타임스>의 코리나 다 폰세카 볼하임(Corinna da Fonseca-Wollheim)은 그 순간을 “음파가 공간 안에서 뒤엉켜 춤을 췄다”고 묘사했다. 그런 뒤 클라리네스트 마틴 프로스트(Martin Frost)와 피아니스트 헨릭 모베(Henrik Måwe)가 연주했다. 이 공연은 프린스턴대학 명상 그룹에 소속된 피아니스트 다샤 콜튜뉙(Dasha Koltunyuk)이 구상했다. 그는 라이브 음악과 명상을 결합해 “순수하고 지각적인 상태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더 다양한 시도가 쏟아질 것이다. 명상 음악의 출발인 사운드 배스(Sound Bath)는 뉴욕에선 교회 커뮤니티 센터, 병원, 심지어 감옥에서도 열린다. 몸속의 물을 타고 소리의 진동을 느끼며 목욕하듯 나를 정화하는, 소리로 하는 명상이다. 주로 싱잉볼, 인디언 아코디언과 플루트, 크리스털 볼, 심지어 목소리 등 사운드의 종류는 다양하다. 한국에도 전문 센터가 생겼다. 나도 싱잉볼을 사용한 사운드 배스를 했다. 이 아름다운 악기를 선생이 두드리자 울림이 방 안을 채운다. 마지막엔 약간 졸았는데, 선생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했다.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 산에선 안도 다다오가 건축한 공간에서 싱잉볼 연주 명상을 진행하며, 싱잉볼을 비롯한 이른바 ‘힐링 악기’를 배우는 유행도 일고 있다. 행, 디저리두, 칼림바, 인디언 플루트 등 이름은 생소하지만 고대 원주민이 연주하던 악기를 2020년 서울의 고단한 젊은이들이 연주한다. 자기 치유를 위해. 그 자리에 있던 Z세대가 전복적인 명상 음악을 창조하지 않을까?

시규어 로스도 ‘사운드 배스’라 명명한 무대를 2017년부터 열고 있다. 시규어 로스의 욘시(Jónsi), 그와 활동했던 알렉스 소머스(Alex Somers), 폴 콜리(Paul Corley)가 ‘리미널(Liminal)’ 프로젝트를 전개한다. 듣는 이를 다른 세계로 이끌겠다는 의도다. 런던 음악 축제 ‘BST Hyde Park’에서 열린 사운드 배스는 욘시의 보컬과 몽롱한 연주, 최면을 걸 법한 조명으로 관객을 어둠 속 몽유병자로 만들어버렸다. 나도 그들의 앨범 <Sigur Rós Presents Liminal Sleep>를 틀고 침대에 누워 사운드 배스를 시도한다. 트랙명처럼 잠이 온다. Sleep 1부터 Sleep 9까지 아홉 곡, 2시간 28분이다. 9트랙을 들어본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