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Hope 이슈: 26명의 편집장이 소개하는 희망의 이미지 #6
전 세계의 보그 에디션이 희망을 주제로 하나로 모였습니다. 26명의 편집장이 2020년의 희망을 담은 이미지를 소개합니다.
<보그> 대만
이 초승달 모양의 붉은 조각은 영어로 ‘문 블록’, 만다린어로는 ‘자오베이(Jiaobei)’로 알려진 나무 점괘 도구다. 중국어로 ‘브와 브웨이(Bwa Bwei)’라 불리는 이 조각을 던지는 의식은 사찰이나 각 가정의 사당에서 흔히 행해왔으며, 신이나 신령한 존재에게 ‘예’나 ‘아니요’를 묻는 대중적인 전통 민속 문화이다. 한 면(음 쪽)은 불룩하고 다른 한 면(양 쪽)은 평평한 조각 두 개를 던져 답을 받는 형식이다. 사진에서 보듯이 불룩한 면과 평평한 면이 위로 향한 채 바닥에 떨어지면 ‘예’를 의미하고 이는 바로 신의 응답이라 여긴다. 사진에서처럼 두 손으로 이 신성한 응답을 보여주는 조각을 들고 있는 모습은 많은 사람이 희망을 붙잡고 있음을 상징한다. 이 사진은 종 린(Zhong Lin)이 촬영하고, 패션 디렉터 조이 린(Joey Lin)이 연출한 것이다. <보그> 대만 팀은 이 모습이 많은 것을 시사하기 때문에 최대한 간결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종 린은 전통적인 모습으로만 비칠 수 있는 이미지에 섬세한 색감과 디테일을 더해 모던하고 우아한 반전을 선사했다.
“민속 문화는 우리 전통의 큰 부분입니다. 특별한 점술 의식을 전 국민이 행하진 않지만, 누구든 자신의 소망에 긍정적인 점괘가 나오기를 바랄 겁니다. 이 초승달 모양 조각을 던지는 의식은 중국어로 ‘브와 브웨이’라 불립니다. 사진에서 보듯, 튀어나온 부분과 평평한 부분이 위쪽으로 향한 채 바닥에 떨어지면 ‘예’, ‘그렇다’는 점괘를 의미합니다.”
-<보그> 대만 편집장 레슬리 선
<보그> 태국
신세계(New World)
‘희망’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처음에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희망을 갖고 있으며, 이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자신의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희망에 대한 생각을 사진으로 공유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포토그래퍼 수트켓 지패니트(Sootket Jiwpanit)는 희망이 실제로 눈에 보이지 않고, 굉장히 추상적이며 어떤 형태도 없는 것임을 깨달았다. 희망을 시각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그는 희망이 많은 것이 될 수 있으며, 심지어 희망 없는 절망감마저 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한 친구의 신생아 사진은 새 생명의 탄생이 새로운 희망을 가져온다는 정서를 이용함으로써 수많은 생각을 불러온다. 새로운 생명과 함께 오는 희망, 미래를 향한 희망,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 지금까지 겪었으며 여전히 겪고 있는 세상의 모든 일을 뒤로하고, 아이의 순수함과 천진함이 이 세상의 새로운 희망의 상징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공사 중(Under Construction)
포토그래퍼 아케(Ake)는 희망에 대해 생각하면서 수많은 태국 사람들의 뿌리인 불교를 되돌아보았다. 시행착오와 고난의 시기에 태국의 사찰은 늘 불교 공동체를 뒤에서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 피난처이며 기도의 자리로서 말이다. 대웅전에서 늘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금불상은 사찰의 상징적인 대상이다. 그러나 아케의 사진은 두 가지 희망을 이야기한다. 부처의 이미지와 그 쌓여가는 희망과 힘을 상징하는 불상 아래 받침대가 바로 그 상징이다. 이 사진은 전체적으로 태국이 올해 겪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회복하기 위해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희망을 쌓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신세계(New World)
“모든 탄생은 희망을 낳습니다! 클로즈업된 이 사랑스러운 신생아의 얼굴은 생명의 시작뿐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상황의 새로운 시작을 상징합니다. 수트켓 지패니트(Sootket Jiwpanit)는 <보그> 태국을 시작할 때부터 전문 사진작가로 함께했으며, 섬세한 감성이 담긴 그의 사진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고 있습니다.”
공사 중(Under Construction)
“아스타(Aastha)는 태국에 퍼져 있는 신앙과 믿음의 형식입니다. 사찰과 부처상 같은 예술적인 종교 건축물이 이에 해당되죠. 사진 속 부처상은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사이즈를 자랑합니다. 부처상이 완성되면 이 작품은 희망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보그> 태국 편집장 쿨라위트 라오수크스리
<보그> 터키
활기찬 발걸음이 만들어내는 리듬감 있는 선율에 귀 기울여보자. 상인, 공예가, 서예가, 진귀한 보석이나 골동품 카펫 또는 이스탄불의 기념품 ‘저주의 눈(Evil Eye)’을 찾아다니는 호기심 넘치는 관광객이 만들어내는 발걸음 소리를 들어보자. 완벽한 고요함을 자랑하는 이곳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그랜드 바자르(Grand Bazaar)의 지붕과 돔이다. 15세기부터 장인 정신, 전통, 포용성, 다양성의 상징이었던 이곳 그랜드 바자르는 수천 가지의 색상, 향기, 직물, 보석을 품고 있으며, 매년 전 세계 곳곳에서 오는 사람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자, 이제 가만히 서 있어보자. 터키의 전통 빵인 신선한 시미트 부스러기를 받아 먹으려고 날아드는 갈매기 떼가 좇는 여객선의 숨 가쁜 엔진 소리와 낮은 경적에 귀 기울여보자.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고 유럽과 아시아를 떠다니는 구름을 보며, 낮 시간에 잠깐 세차게 부는 마르마라(Marmara)해의 신선한 바람에 근심 걱정을 함께 날려버려라. 이 경이로운 도시의 심장박동을 느끼고 다시 한번 태양으로부터 희망을 재충전하자.
“그랜드 바자르는 15세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자연재해와 경기 침체를 극복해왔습니다. 이곳은 힘, 탄력성, 본질적으로는 희망을 나타내죠. 어떤 역사적인 어려움이 닥쳐와도 상관없이 수 세기에 걸쳐 장인 정신, 전통, 포용성, 다양성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왔습니다. 이는 우리 역시 가장 소중한 가치관을 소신 있게 지켜간다면 어려움 속에서도 점점 진화할 것이며, 삶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든 극복할 수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그랜드 바자르 공중에서 촬영한 이 사진은 푸른 하늘과 어울려 장관을 이루는 아름다운 지붕과 돔을 담고 있습니다. 터키의 진정한 자아나 다름없는 이곳은 과거와 현재를, 현재와 미래를 융합하는 희망의 장소입니다. 그것은 이스탄불을 세상과 연결하고, 세상을 이스탄불과 연결합니다.”
-<보그> 터키 편집팀
<보그> 우크라이나
아티스트 알레프티나 카키제(Alevtina Kakhidze)는 창작 활동을 통해 젠더와 환경 문제, 사회적 갈등을 탐구한다. 그녀는 자신의 인스타 계정 @truealevtina 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조경사이기도 한 그녀는 <보그> 포트폴리오를 위해 미래의 자화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그림에 이런 문구를 넣었다. ‘2050년, 알레프티나 카키제가 팬티스타킹이 되어준 식물에 고마워한다.’
“이것은 제 미래의 자화상입니다. 2050년 저는 주름이 자글거리는 77세죠. 저는 타이츠에 사용된 식물에 고마워하고 있어요.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는 나일론이 얼마간 생산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렇게 되길 희망합니다. 거의 모든 합성섬유를 식물성 제품으로 대체하고 있네요. 2050년입니다. 이런 것에 사용될 만큼 식물이 충분할까요? 식물은 회복될 수 있어요. 양상추를 통째로 베어내지 않고, 잎사귀만 따 먹으면 되죠. 우리가 수염이나 손톱을 조금 잘라내듯이 말이죠. 그들은 회복되기 위해 스스로를 재건하죠.”
“아티스트이자 조경사인 알레프티나 카키제는 나름의 창의적인 방법으로 그림과 텍스트를 꾸밈없이 사용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부여한 심플리시티를 좋아하죠.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태어난 이 아티스트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젠더와 사회적 갈등, 환경 문제를 탐구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제시한 환경 문제를 바탕으로, 그녀는 식물성 섬유가 합성섬유를 대체할 수도 있을 자신의 미래 자화상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림 ‘2050년, 알레프티나 카키제가 식물들에게 팬티스타킹이 되어준 것에 대해 고마워한다(Alevtina Kakhidze thanks the plants for pantyhose in 2050)’는 감동적이고 희망적이면서 아이러니한 면을 살짝 지니고 있습니다.”
-<보그> 우크라이나 편집장 필리프 블라소프
<보그> 미국
희망—흥미로운 컨셉이다. 무엇보다도 희망은 열망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희망을 갖고 싶어 하고, 희망에 끌린다. 인간이 처한 상황에서 희망은 여러 면에서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떤 맹목적인 감정도, 맹목적인 믿음도 아니다. 그것은 교육해야 하고 알려져야 하는 대상이다. 나는 정보와 경험을 바탕으로 희망을 쌓아간다. 더 나은 내일의 증거가 되기 때문에 희망을 가진다. 내가 희망을 가지는 것은 현실적이다. 그리고 증거를 근거로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뉴욕에 어떤 일이 벌어졌나? 뉴욕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되기 시작했을 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1인당 감염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높은 감염률을 기록한 주가 되었다.
6월 중순이 되자 나는 미국에서 가장 낮은 감염률을 발표했다.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최고의 결과로 나아갔다. 이것이 바로 희망을 정당화하는 증거다. 그저 소망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다. 누가 나에게 희망을 품게 만들었던가? 특정한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그렇게 만들었다. 나는 미국에서 가장 거칠고, 가장 냉소적인 사람들일지도 모르는 1,900만 뉴욕 시민에게 ‘우리가 현대 정치 역사에서 성취하지 못한 통합과 지성의 시대에 도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또 말한다. ‘우리는 사실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면서 해왔던 그 무엇보다 극적인 행동 방침에 동의해야 한다. 우리 모두 각자의 집에 머물며, 학교를 봉쇄하고, 사업체를 접고, 6피트 이내로는 접촉하지 않는 것에 동의해야 한다. 외출하려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뭐라고? 사람들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거지? 그렇다, 모두가 기본적이고 극적인 기준에 따라 생활양식을 바꿔야 했다. 그리고 모두가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대로 실천했다! 한두 명의 훌륭한 사람들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누구 하나 빠짐없이 모두가 그렇게 했다. 누가 그것을 믿었겠는가?! 이제, 주요 의료 관련 종사자뿐 아니라 모두가 필수 인력이다. 그들이 얼마나 훌륭했는지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협에 대해 1,900만 명을 설득해야 했고, 그들에게 이런 극적인 행동의 실천을 납득시켜야 했다. 당신이 아니라 간호사, 당신이 아니라 의사, 당신이 아니라 트럭 기사가 필수 인력이라고 말해야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출근해야 합니다’라고 말해야 했다. 사람들은 “‘내일 출근해야 합니다’가 무엇을 의미하나요? 바이러스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설명해놓고, 이제 우리더러 내일 아침 출근 하라고요?”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렇다. 당신은 일하러 가야 한다. 우리는 이제 당신에게 의지하고 있으니까. 당신은 경찰관 이니까 일하러 가야 한다. 트럭 기사니까 음식을 배달해야 한다. 가게 점원이니까 선반에 재고를 채워야 하고, 약국에서 캐셔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출근해야 한다. 그러면 그들은 나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이해할 수 없어요. 너무 위험한데 출근해야 한다고요?” 그렇다. 그것이 바로 당신이 우리를 위해 해야 할 사회적 의무이고, 그리고 우리는 하나의 사회로서 당신에게 그렇게 할 것을 부탁하는 것이다. “좋아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상에나! 젊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진다. 딸들에게 사과해야 할 것 같다. 지구를 보라. 우리가 남겨 놓은 이 행성을 보라.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환경적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당신은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사회적 불안과 긴장감에 시달린다. 전보다 더 가난해졌다. 우리가 물려받은 것보다 더 악화된 지구를 자손에게 물려주고 있다. 이것은 내가 생각하던 그런 모습이 아니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더 나은 세상을 물려 주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것을 더 낫게 만들어서 우리 딸들에게 물려주어야 하고 그 아이들은 그것을 한층 더 발전시킬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가 받을 때보다 실제로 더 악화된 상태의 지구를 물려준다는 생각이 드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우리가 무엇을 이루었는가? 순전히 마이너스로 만들었을 뿐인가? 그렇지만 나는 다음 세대가 가진 잠재력에 엄청난 희망을 걸고 있다. 젊은이들은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그것으로부터 도망치지 않는다. 그들은 그 문제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그들은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살해 사건 이후 인종 불평등에 대한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이것은 젊은이들이 주도하는 운동이며 훌륭하기 그지없다. 나는 그들이 더 적극적이고 더 야심 차게 변화에 참여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희망’이라는 말… 내가 이 말의 복잡성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그것을 지나치게 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거의 진부한 말이 되고 말았다. 사실, 그것은 한마디로 정의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한 그런 말 중 하나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공허한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희망, 사랑, 평화, 믿음. 이런 말은 시간을 갖고 깊이 생각해보면 실제로 굉장히 심오한 개념이다. 이 말에 대해 생각해보라. 증거가 있고, 경험도 있고, 인간성도 있다. 그래서 나는 희망을 품는다.
“뉴욕 주지사 앤드류 쿠오모(Andrew Cuomo)는 팬데믹 동안 대통령보다 더 뛰어난 자질을 보여줬습니다. 과학적인 사실로 솔직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람들을 안심시켰죠. 이보다 더 희망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번 사태에 대처하는 주지사를 보며 다시 한 번 뉴요커임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가끔은 단순한 말 한마디와 밀튼 글래저의 아이코닉 한 ‘I❤︎NY’ 로고가 모든 것을 보여줍니다.” -<보그> 미국 편집장 안나 윈투어
-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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