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Hope 이슈: 26명의 편집장이 소개하는 희망의 이미지 #5
전 세계의 보그 에디션이 희망을 주제로 하나로 모였습니다. 26명의 편집장이 2020년의 희망을 담은 이미지를 소개합니다.
<보그> 포루투갈
이 사진은 <보그> 포르투갈 포토 디렉터 브라니슬라우 시몬치크(Branislav Šimončík)가 촬영한 것으로, 긴 숟가락이 등장하는 우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야기에서는 천국과 지옥의 차이가 긴 숟가락으로 식사해야만 하는 연회를 통해 시작된다. 천국과 지옥 연회장 식탁엔 모두 음식이 풍성하게 차려져 있다. 하지만 은수저가 너무 긴 나머지 혼자 음식을 먹지 못한다. 지옥에 있는 사람들은 혼자 많은 음식을 먹으려고 하기 때문에 모두 바짝 마르고 신경이 곤두선 채 굶주려 있다. 하지만 천국에선 식탁을 가로질러 상대방에게 떠 먹여주니 모든 사람이 절대 굶주릴 일이 없고 행복한 모습이다. 이 이야기에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친절에 대한 교훈이 담겨 있다. 서로 돕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도 도움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 이야기는 인간성을 통해 희망을 되살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수 세기 전부터 전해온 이 이야기가 현재에도 완벽히 들어맞는다. 바이러스로 인해 위기에 처한 시대에, 서로를 도와야만 우리 모두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돕는 것. 서로를 응원하는 것. 가장 멋진 모습으로 자신답게 사는 것.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항상 주변의 모든 사람을 높여주려고 노력할 것이며 그들을 밀어내려고 애쓰지 않을 것임을 아는 것. 아무리 나쁜 일이 있어도 가까운 곳에 도움의 손길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이런 것이 바로 희망입니다. 사진에 영감을 준 이 숟가락 우화는 이번 테마와 매우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시대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집니다. 포르투갈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사랑이 미움으로 순식간에 바뀌는 시대에, 우리는 단지 사람들이 서로를 위해 함께하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보그> 포르투갈 편집장 소피아 루카스
<보그> 러시아
“<보그> 러시아 9월호 커버를 장식할 작가는 에릭 불라토프(Erik Bulatov)입니다. 그는 대표적인 소츠 아트(Sorts Art) 주자로,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와 존 발데사리(John Baldessari)에 버금가는 아티스트죠. 1970년대 소련에서 소비에트 연방 포스터의 미사여구와 풍경 그림을 합쳐놓은 작품으로 유명해졌으며, 지금은 파리에서 지내면서 가장 유명하고 최고가의 그림을 그리는 러시아 아티스트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구름 속을 날아다니는 ‘나데즈다(Надежда, 러시아어로 희망)’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의미와 염원을 담을 수 있는 그런 보편적인 상징입니다. <보그>는 스타일과 취향만큼이나 말, 예술, 시각화의 힘을 믿습니다.”
-<보그> 러시아 편집장 마샤 페도로바
<보그>싱가포르
아만다 리 코에(Amanda Lee Koe)는 유수의 문학상을 받은 싱가포르 작가이자 소설가다. 에피그램 북스(Epigram Books)에서 2013년에 출간한 그녀의 단편집 <미니스트리 오브 모럴 패닉(Ministry of Moral Panic)>은 2014년 싱가포르 문학상을 수상했고, 그녀는 최연소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녀는 독자들이 변화하도록 영감을 주기 위해 <보그> 싱가포르 론칭에 대해 글을 썼다. 다음 인용구는 그 산문에서 발췌한 것이다.
“우리는 상호적, 전체적으로 섬세하고 심오하게 얽혀 있다. 당신은 고독한 매개체가 아니라 다른 이와 연결되어 있는 통일체이다.” –아만디 리 코에/싱가포르 출신 작가이자 싱가포르 문학상 최연소 수상자
“싱가포르를 위한 희망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것을 선정할 때, 우리는 미래와 과거를 아우르고 싶었습니다. 반다 미스 조아큄 난초(Vanda Miss Joaquim Orchid)는 1981년 싱가포르의 국화로 선정되었죠. 그것은 싱가포르 정신의 대표적 상징이자, 이 새로운 시대에 창간하는 담대한 <보그> 싱가포르의 주요 특징인 강인함과 탄력성, 선명한 색상을 지니고 있죠. 이에 뜻을 같이하고자, 우리는 난초 하나를 선정해 ‘반다 보그 싱가포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자랑스러운 싱가포르의 유산에 뿌리를 둠과 동시에 우리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이 꽃을 3D로 의뢰해보았습니다. 싱가포르에서 태어난 작가이자 싱가포르 문학상(Singapore Literature Prize) 최연소 수상자인 아만다 리 코에의 글을 독점적으로 첨부함으로써 3D 반다 보그 싱가포르가 희망의 등불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의 작품은 아름다운 것은 투쟁해서 얻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킵니다. 그런 꿈은 전쟁 없이는 실현되지 않습니다. 함께라면 우리는 더 강하게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보그> 싱가포르 편집장 노르만 탄
<보그> 스페인
18
코코 카피탄(Sevilla, 1992)에 따르면 이 사진은 자유와 희망을 모두 의미하는 두 개의 다른 순간을 연결한다. 그녀는 만 18세가 되고 나서 몇 달 후 지중해 연안 마요르카로 떠난 휴가에서 금방이라도 바다로 빠질 듯 보트 끝자락에 자신의 다리를 걸친 채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시야를 더 넓혀보면 수평선 너머로 잔잔한 바다를 볼 수 있어요. 제게 그 바다는 폭풍우가 지나간 뒤 늘 뒤 따르는 고요함을 정확하게 나타내는 것이죠.”
이 사진을 찍은 후 거의 10년이 지나, 사진, 영화, 설치미술에서부터 회화, 조각, 손 글씨로 쓴 산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로 예술 활동을 하게 된 코코 카피탄은 맥시밀리언 윌리엄 갤러리(Maximillian William Gallery)에서 열릴 전시회를 준비하며 이 사진을 다시 발견했다. 그리고 바다와 바다 문화에 관한 신화를 향한 자신의 엄청난 관심을 보여주는 데 이 사진이 제격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는 <보그>로부터 희망과 미래에 대한 주제를 제시받았을 때 왜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 이유를 설명하며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이 사진은 제 마음속에 새겨져 있어요. 그것은 인류의 나약함을 의미하기도 하고 우리의 생존을 보장해줄 자원을 찾으려는 의지를 나타내기도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녀가 독특한 캘리그래피로 쓴 문장 ‘이제 파도가 지나갔나요(Pasaron ya las olas)?’는 작품을 한층 더 새롭게 하고, 다가올 미래에 중요한 개념인 ‘희망’뿐 아니라 ‘명상’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바다의 끝자락(The Edge of the Sea)’은 코코 카피탄(Coco Capitán)의 독창적인 예술 작품으로, 우리 나라 사람 대부분이 최근 몇 달 동안 꿈꿔온 것을 완벽하게 함축하고 있습니다. 바다의 자유와 폭풍이 지나갔다는 희망을 담았죠. 스페인 출신의 뛰어난 아티스트 코코가 18세에 마요르카(Mallorca)에서 근심 걱정 없어 보이는 모습을 담은 이미지입니다. 거의 10년이 지난 후 독특한 핸드라이팅(‘이제 파도가 지나갔나요?’)을 더함으로써, 그녀는 새로운 세상에서 이 사진에 다른 의미를 완벽하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보그> 스페인 편집장 에우헤니아 데 라 토리엔테
- 에디터
- V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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