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Hope 이슈: 26명의 편집장이 소개하는 희망의 이미지 #2
전 세계의 보그 에디션이 희망을 주제로 하나로 모였습니다. 26명의 편집장이 2020년의 희망을 담은 이미지를 소개합니다.
<보그>중국
중국의 저명한 아티스트 왕용(Wang Yong)은 1948년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그는 6세부터 서예와 회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아티스트는 시, 서예, 회화, 도장 등의 분야를 넘나들며 다재다능한 예술가로 거듭나고 있다.
작품 ‘원(Circle)’은 중국 전통 건축의 둥근 처마 기와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으로, 이 기와에는 복을 기원하는 의미의 그림과 글이 새겨져 있다. 왕용은 12자가 그려진 한나라(서기 2100년 전)의 기와를 그려 전 세계인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뜻을 나타내고자 했다.
한편 ‘원‘은 숫자 0을 비유하는 역할도 하며,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곧 0으로 내려갔으면 하는 예술가의 희망을 표현한다. 그것은 완전함과 완벽함의 개념을 나타내는 보편적인 상징인 것이다.
“아티스트 왕용은 ‘희망에 관한 영감을 찾기 위해 고대 중국 역사를 참조해, ‘원(Circle)’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는 특히 약 2000년 전 예술과 건축이 꽃피던 시대로 알려진 한 왕조(Han Dynasty)에서 영감을 찾았다. 전통적으로 건축물에 둥근 처마를 둘렀고, 그 처마 위에 미래에 대한 소원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글과 그림을 새겨 넣었다고 한다.
왕 작가는 12자가 새겨진 그 시대 타일을 참조했고, 이것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평화와 안녕의 메시지를 전한다. ‘원(Circle)’은 코로나19 감염자가 빠른 시일 내에 없어지기를 바라는 작가의 소망을 반영하는 ‘0’을 의미한다. 이는 또한 완전함과 완벽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굉장히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적절한 영감을 얻기 위해 중국 역사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한자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아티스트가 침울한 주제를 다루면서, 궁극적으로 ‘모두가 희망을 기대하고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음을 이해할 것이다.
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우리 모두 그 메시지에 공감하게 된다. 작가는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지만, 이 작품을 위해 기본을 고수했다. 종이에 잉크를 사용했고, 빨간색을 살짝 가미한 것이다. 중국 문화에서 이 빨간색은 행복을 상징한다.”
-<보그> 차이나 편집장 안젤리카 청
<보그>체코 슬라바키아
미할 푸델카(Michal Pudelka)의 사진에 담긴 나무는 2020년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로 꼽힌 350년 된 ‘후도빈(Chudobin)’ 소나무다. 이름은 1950년대에 저수지 건설로 수몰된 후도빈 마을에서 따왔다. 이 소나무는 체코슬로바키아의 중요한 랜드마크이자 예술 작품의 주제일 뿐 아니라,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에 대한 높은 저항성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증거이기도 하다. 상징적인 차원에서는 경고의 표시이기도 하다. 인류가 좀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면 더 나은 내일을 누릴 기회가 있을 거라는 의미로 말이다.
1990년대 초 바츨라프 하벨(Václav Havel)은 에세이를 통해 주로 인간의 정신적 능력 덕분에 지구 문명에 구원의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우리가 국가적, 종교적 또는 정치적 갈등으로 서로를 없애고 싶지 않다면, 혹은 인류의 절반이 굶주리는 와중에도 인구가 순식간에 두 배로 늘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핵무기나 특별히 배양된 박테리아를 통해 서로를 지우고 싶지 않다면, 지구 한편에서 곡물 수천 톤을 바다에 쏟아버리고 있는데 우리는 굶어 죽고 싶지 않다면, 우리가 뜨겁게 만드는 지구의 온실 속에서 질식하고 싶지 않고 우리가 만든 오존 구멍으로 침투하는 자외선에 타고 싶지 않다면, 없으면 살 수 없는 이 지구의 공급품을 완전히 고갈시키고 싶지 않다면, 우리가 이런 지경에 이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혼과 책임감을 가진 의식적인 존재로서 어떻게든 깨어나야 한다.”
“2020년은 여러 면에서 놀랍고 심각한 해입니다. 조용한 사색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죠. 우리의 유일한 희망은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서 실천할 때, 본질이라 믿는 것을 큰 소리로 부르짖으며 단호히 고수할 때 비로소 움틉니다. 한 소나무가 350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고 서 있습니다. 사람과 자연으로부터 수많은 풍파를 이겨내면서 말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는 자연에 귀를 기울이고, 자연으로부터 배우고 있습니다. ”
-<보그> 체코슬로바키아 편집장 안드레아 베호운코바
<보그>독일
독일 태생 과학자이자 의학박사 마릴린 아도(Marylyn Addo, 50) 교수가 코로나19 백신이 곧 나올 것이라는 희망과 자신감으로 미소를 짓고 있다. 함부르크–에펜도르프(Hamburg-Eppendorf)대학병원 원장인 그녀는 신종 감염학 분야 교수이자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바이러스학 및 열대병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 후 아도 교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VSV-EBOV를 개발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또한 메르스 바이러스 백신의 연구와 개발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현재 그녀가 맞닥뜨린 도전 상대는 바로 코로나19다. 그녀는 말한다. “백신이 이미 3개월 전에는 나왔어야 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저는 우리가 서로 도와가며 행동한다면 그런 날이 아주 빨리 올 수 있다는 점에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마릴린 아도의 사진은 사진작가 카트린 슈피르크가 함부르크-에펜도르프대학병원에 자리한 하인리히–페테–인스티투트/라이프니츠–인스티투트(Heinrich-Pette-Institut/Leibniz-Institut) 연구실에서 찍은 것이다. 촬영이 끝난 후 아도는 퀵 보드를 타고 다음 약속 장소로 달려갔다. 퀵 보드 없이는 하루 업무를 감당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그녀가 말한다. 그녀의 다정한 낙관주의와 침착한 권위 없이도 그러하리라.
“교수이자 의사인 마릴린 아도는 머지않아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리의 희망을 구체화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평범한 일상’이 되겠지만 말이죠. 감염학과 바이러스학 분야의 세계적인 과학자인 그녀는 코로나19백신이 곧 나오리라 확신합니다. 전 세계 과학계가 국경 없이 하나로 힘을 합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그녀의 낙관적 믿음은 우리 가슴속 국경 없는 세상을 향한 우리의 희망을 더욱 강조합니다.”
-<보그> 독일 편집장 크리스티아네 아르프
<보그>그리스
희망은 날개 달린 것(Hope is the thing with feathers)
by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희망이란 날개가 달린 것
영혼의 횃대에 걸터앉아
가사 없는 노래를 부르네
끝없이 이어지는 그 노래를
거센 바람 속에서 가장 감미로운 그 노래가 들리네
참으로 매서운 폭풍만이
많은 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감싸준
그 작은 새를 당황하게 할 수 있을 뿐
나는 아주 추운 땅에서도
아주 낯선 바다에서도 그 노래를 들었네
하나 아무리 절박해도 희망은 절대
내게 빵 한 조각 청하지 않았네.
“우리 팀원 모두 이 사진을 통해 각자의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그 시절은 근심 걱정 없이 행복하고 자연과 하나 될 수 있었던 때죠. 그리고 삶을 최대한 즐기던 때이기도 합니다. 이 사진은 서로를 붙잡고 아름다운 빛이 비추는 바닷속으로 신나게 뛰어드는 젊은이들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삶에 필요한 것은 바로 빛입니다. 빛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날을 향한 희망 말이죠!”
-<보그> 그리스 편집장 탈레이아 카라필리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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