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인스타와 샌프란시스코를 점령한 허니베어

2020.08.24

by 김나랑

    인스타와 샌프란시스코를 점령한 허니베어

    다양한 스타일의 아티스트가 공존하는 도시 샌프란시스코.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활발히 활동 중인 샌프란시스코의 아티스트를 소개한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핀치(fnnch)!

    아티스트 핀치.

    샌프란시스코를 걷다 보면 우편함, 도시 건물의 벽, 주택의 유리창 등에서 허니베어를 찾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은 온통 허니베어를 발견한 이들의 인증샷으로 넘쳐나며 핀치의 허니베어는 사이트에 업로드될 때마다 매진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조용해진 도시의 거리를 허니베어로 채우고 있는 스트리트 아티스트 핀치를 소개한다.

    다양한 허니베어.

    다양한 허니베어.

    다양한 허니베어.

    다양한 허니베어.

    다양한 허니베어.

    다양한 허니베어.

    다양한 허니베어.

    다양한 허니베어.

    한 인터뷰에서 샌프란시스코를 베이스로 활동하는 벽화가로 소개했다. <보그 코리아> 독자에게 본인을 소개한다면? 나는 스스로를 스트리트 아티스트라고 부른다. 현재는 벽화(Murals)도 그리고 파인 아트 창작도 같이 하고 있지만 스트리트 아트가 나의 시작점이었기 때문에 스트리트 아티스트라고 정의하고 싶다.

    핀치(fnnch)라는 이름의 폰트와 스펠링이 매우 독특하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철자가 모두 소문자여야 함을 강조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f n n c h , 각각의 알파벳 모양을 보면 같은 아치 모양을 이룬다. 나는 이 각각의 레터가 가진 커브가 좋다.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핀치의 공식 웹사이트나 다른 온라인 소스를 통해서 검색해도 핀치의 프로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아티스트로서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 나는 모두가 아티스트로 태어났다고 믿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다른 이들이 자신보다 더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자신은 아티스트가 아니라고 결론짓는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열네 살이 되던 해에 온라인 비디오 게임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아트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비록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을 잘하는 것은 아니었고 경력이 없이도 누구나 그 일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기에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주눅 들었다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학교 이후 나는 레이저 커터(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면 그 선을 따라서 자동으로 커팅해주는 기계)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다. 또한 내가 그때까지 만들고 있었던 작품은 스텐실을 이용하여 만들기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때 유명한 스트리트 아티스트 뱅크시의 팬이었는데 내가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그와 같은 스트리트 아트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 부터 밤이 되면 스텐실과 스프레이 페인트를 들고 나가 샌프란시스코 곳곳에 있는 공공기관 벽에 스프레이 페인팅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재미(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나의 작업을 좋아하기 시작했고 천천히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덕분에 4년이 지난 후에 나는 온전히 나의 시간을 아트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그때부터 작업을 점점 더 늘려갔다. 현재는 샌프란시스코 도심에 450 스퀘어 미터 규모가 되는 작업실이 있으며 다른 어시트턴트 네 명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부분 벽화 작업을 통한 공공 미술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중간중간 스트리트 아트 작업도 같이 진행하고 있다.

    도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허니베어.

    도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허니베어.

    도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허니베어.

    도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허니베어.

    도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허니베어.

    스트리트 아트와 뮤럴의 차이는 무엇인가? 스트리트 아트는 허가 없이 공공장소에 그려진 그림을 말한다. 반면 뮤럴은 허가하에 이루어진다. 내가 처음 스트리트 아트를 시작했을 때에는 누구도 나에게 벽에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허가받지 않은 채로 보도, 우편함 또는 공원 등의 장소에 그림을 남기곤 했다. 현재는 많은 사람이 작품을 알아봐주어 좀 더 수월하게 허가를 받고 뮤럴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허니베어, 플라밍고, 라크로스 음료와 입술 시리즈 등등, 당신이 작업해온 오브제는 단순하고, 재미있는, 대중이 다가가기 쉬운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업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많이 얻으며 그동안 작업해온 오브제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나의 목표는 공공장소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었다. 대중이 거리에 있는 건물의 빈 벽이나 보도 등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작품을 위한 커다란 캔버스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러한 관점은 현재 사람들이 많은 그래피티를 찾아볼 수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미션 지역과 같은 공공장소를 보는 뷰와는 매우 다르다. 이러한 공간을 보며 내가 깨달은 것은 사람들의 관점을 바꾸기 위해서는 대중이 정말로 좋아할 만한 소재를 그림으로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허니베어, 플라밍고 그리고 입술과 같이 무엇인가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사람들이 가진 사회적 지위나 배경과는 상관없이 모두가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소재 말이다.

    아티스트로서 샌프란시스코는 당신에게 어떠한 의미인가?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는 사람들이 나이, 성별, 배경과 상관없이 큰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도시다. 이곳은 꿈꾸는 자와 행동하는 자를 위한 도시다. 다른 도시 중에는 당신이 소유한 가방, 시계, 차 등으로 당신의 가치가 매겨지는 소비 지향적인 곳이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다른 도시와는 달리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다면 당신도 그 누군가로 인정되는 생산 지향적인 도시다. 나는 가능성을 인정해주는 이 도시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당신이 처음 아티스트로서 활동을 시작할 때의 샌프란시스코의 아트 신과 현재를 비교해보았을 때, 큰 차이가 느껴지는가? 샌프란시스코의 살인적인 물가는 아티스트에게 매우 커다란 장벽이다. 10년 가까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살아오며 아트 신을 지켜보았지만 커다란 변화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처음 내가 이곳에 왔을 때도 작은 편이었으며 현재도 작다. 하지만 이곳에는 수많은 훌륭한 아티스트가 살고 있으며 최첨단 테크놀로지와 아트의 교집합을 멋지게 이루어낸 사람들도 살고 있다.

    미국 서부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에서 열리는 유명 아트 페스티벌, <버닝맨(Burning Man)>에 참가한 모습.

    미국 서부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에서 열리는 유명 아트 페스티벌, <버닝맨(Burning Man)>에 참가한 모습.

    작품 활동에 가장 큰 염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나의 영감은 앤디 워홀, 뱅크시, 프랭크 스텔라, 엘스워스 켈리와 같은 수많은 아티스트로부터 온다. 또한 인스타그램에서도 영감을 받는다. 왜냐하면 인스타그램이라는 미디어는 다른 도시와 국가에서 훌륭한 아트워크를 보여주는 아티스트를 수없이 볼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유럽과 남아메리카에는 거대한 벽화 작업을 하는 수많은 아티스트가 있고 그들의 작업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멋진 일이다.

    당신의 아트워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접근성. 모든 작품의 곳곳에 접근 용이성을 담고자 항상 집중하고 노력한다.

    샌프란시스코를 걸으면 어디서든 허니베어를 찾을 수 있다. 이 도시의 대중은 허니베어 헌트 키트로 스스로 허니베어 지도를 만들고 다른 스폿에서 허니베어를 발견하며 프로젝트를 즐기는 중이다. 허니베어 키트 지도를 만드는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었는가? (핀치는 코로나 바이러스 자선기금 모금 프로젝트로 허니베어 헌트 키트을 판매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로 핀치는 1억2,000만원이 넘는 자선기금을 모금하였으며 이 프로젝트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새로운 키트가 온라인에 올라올 때마다 솔드 아웃을 기록 중이다.) 허니베어 키트는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모든 박물관과 갤러리가 문을 닫아야 했고 사람들은 먼 곳으로 가는 여행이 불가능해졌다. 사람들이 아트를 보러 가는 대신 반대 개념으로 대중에게 아트가 직접 찾아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시작된 아이디어로 ‘허니베어 헌트 키트’를 제작해 저렴한 가격으로 내 웹사이트에서 판매하기 시작하였고 전달받은 사람들이 직접 자신의 유리창에 어떻게 작품을 설치할지 설명서도 같이 전달하였다. 수천 명이 주문을 원했고, 현재까지 5,000개 이상의 배송이 이루어졌으며, 지난 두 달 동안 나의 스튜디오는 24시간 허니베어 키트 제작을 위해 돌아가는 중이다. 샌프란시스코 어디에서든 허니베어를 찾아볼 수 있고 나아가 미국 내 다른 도시에서도 허니베어를 찾을 수가 있다. 허니베어 지도는 허니베어가 당신 근처 어디에 있는지 보여줌으로써 갤러리를 방문하지 않고도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작품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해준다.

    핀치의 스튜디오와 작업 과정.

    핀치의 스튜디오와 작업 과정.

    핀치의 스튜디오와 작업 과정.

    핀치의 스튜디오와 작업 과정.

    핀치의 스튜디오와 작업 과정.

    핀치의 스튜디오와 작업 과정.

    핀치의 스튜디오와 작업 과정.

    핀치의 스튜디오와 작업 과정.

    핀치의 스튜디오와 작업 과정.

    허니베어는 다양한 버전으로 발전해왔으며 새로운 허니베어가 사이트에 올라올 때마다 모두 다 솔드 아웃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버전의 허니베어 작업에 몰두할 계획인가? 물론이다. 사람들이 허니베어를 즐겨준다면 계속 허니베어 작업에 집중하고 싶다. 초반에 내 작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다양한 버전의 허니베어를 제작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현재는 더 높아진 대중의 관심 덕에 모든 허니베어가 판매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다양한 버전의 허니베어를 정기적으로 릴리스할지 고민 중이다. 하지만 희소성을 유지하되 작품을 소장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선에서 릴리스하는 타이밍을 조율하고자 한다.

    당신이 언급한 공공 예술과 파인 아트의 공존에 대하여 부연 설명한다면? 공공 예술의 중심에는 매우 비효율적인 시장경제가 존재한다. 공공 예술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아트를 감상하는 대중, 그것을 만든 아티스트 그리고 건물 그 자체. 공공 예술이 하나의 건물에 구현되었을 때 대중은 그것을 감상할 수 있다. 건물은 그 안에 상주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며, 그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비즈니스 업체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고, 건물주에게는 건물 전체 가치 상승의 이득을 가져온다. 또한 아티스트에게는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며 이로써 더 많은 관심과 팬층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도록 실질적인 금전을 지불하는 것은 건물뿐이다(아티스트에게 건물에 작품을 남기도록 지원해야 하므로). 만약 건물에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건물에서 취할 수 있는 이득보다 더 크고, 대중, 건물, 아티스트 이 모든 입장이 얻을 수 있는 전체 이득보다 작다면 이 공공 예술은 이루어지기가 어려울 것이다.

    내가 지향하는 공공 예술과 개인 소장품으로서 예술은 같이 공존한다. 개인 수집가들을 위한 나의 작업으로부터 얻은 수익은 매우 낮은 가격 선에서 혹은 일종의 금전 지불 없이도 충분히 공공 예술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금전적 토대를 만들어준다. 이렇게 탄생한 공공 예술을 대중은 즐길 수 있고 또 그들 중 일부는 팬이 되어 개인적으로 작품을 구입하게 된다. 결국 각각의 예술이 서로의 지지대가 되는 것이다. 전문적인 예술가로서 내가 하는 공공 예술 작업에 대하여 대가를 지불받기를 원하고 또 어느 정도 받고 있지만 경제적인 제약 때문에 공공 예술 작업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잃고 싶지 않다.

    후에 참여하고 싶은 다른 프로젝트가 있는가? 현재 나에게 가장 흥미로운 두 가지 프로젝트가 있다. 하나는 새로운 중간 연결 고리를 찾는 것이다. 2018년에 <버닝맨(해마다 네바다 블랙록 사막에서 펼쳐지는 축제)>을 위해 10m 높이의 거대한 허니베어 작품을 설치하고 축제에 온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축제같이 나는 계속 설치 작품을 하나의 연결 고리로 발전해나가고 싶다. 그것의 일환으로 현재 알루미늄 위에 허니베어를 그리고 있다. 캔버스가 아닌 알루미늄 위에 페인팅을 올려서 소장하는 사람들이 집 뒤뜰에 파인 아트를 걸어놓을 수 있도록 말이다. 또한 얇게 가공된 소재 위에 허니베어를 그리는 작업을 처음으로 시작하였다. 이러한 캔버스로 사용되는 소재의 변화를 통하여 손쉽게 벽에 걸 수 있도록 말이다. 아직도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다. 또한 새로운 그림의 소재를 찾고 싶다. 그동안 그려왔던 허니베어, 플라밍고, 러버덕 외에도 자연 속의 새, 벌레, 꽃 그리고 해양 생물 등 나에게 흥미를 주는 다양한 소재를 그려보고 싶다.

    한국을 방문해 작품을 소개할 계획이 있는가?사실은 올해 한국 방문의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모든 계획이 무산되었다. 한국은 최첨단 전자 기기에서 K-팝으로 또 컴퓨터 게임까지 전 세계에 다양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당연히 이런 것이 탄생하는 본고장을 방문하고 싶은 마음은 아주 크다. 한국의 스트리트 아트 신에 관하여 아는 것이 많지는 않지만 궁금하고, 기회가 된다면 나의 작품도 남겨보고 싶다.

    아티스트로서 목표는 무엇인가? 아티스트로서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적은 없었다. 초창기부터 나는 항상 내가 가는 방향의 끈을 당기는 느낌이었다. 그것이 정확하게 어디로 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찾아가는 그 과정을 즐기고 있으며 앞으로 더 발견할 나의 미래에 대하여 매우 흥분된다.

    Website : fnnch.com 

    Instagram : instagram.com/fnnch 

    글쓴이
    이지현(칼럼니스트)
    피처 에디터
    김나랑
    포토그래퍼
    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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