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아멘
오뜨 꾸뛰르와 하이 스트리트 패션과 마찬가지로 패션 비즈니스도 대대적 재평가를 진행 중이다.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80년 전 영국 셀프리지 백화점이 독일군의 기습 폭탄 공격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후 1908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문을 닫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계속 맹위를 떨칠 때 발렌시아가, 스키아파렐리, 샤넬, 마담 그레 등 파리 유명 양장점 10여 곳이 문을 닫았고, 유럽 전역의 직물업체와 의류 제조업체가 생산을 중단했다. 여성복은 1930년대의 우아한 매력에서 얌전한 분위기의 실용적인 복장으로 바뀌었다. “저희는 정장을 입었죠.” 영화배우로 활동하며 양장점을 애용하던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Olivia de Havilland)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정장을 입고 결혼하던 때예요.”
그 후 패션은 수많은 역경을 견뎌내고 있다. 1987년 증권시장 붕괴,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9.11 테러 공격, 2003년 사스 유행, 2008년 금융 위기를 이겨냈다. 그렇지만 그 어떤 사건도 제2차 세계대전 수준으로 패션 산업에 충격을 주지는 못했다. 적어도 지난봄까지는 그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를 록다운으로 내몰기 전까지는 말이다. 1940년대처럼 이번에도 패션계가 완전히 멈춰버렸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그런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그리고 자택에 대피하면서 우리는 다시 하이 디자인보다 실용적이며 편안한 옷을 택한다. “저는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많이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단지 패션계와 럭셔리 업계만이 아니라 모든 산업에 역대 최고의 파괴적인 충격을 주었습니다.” 톰 포드의 인터내셔널 회장 도메니코 데 솔레(Domenico De Sole)가 지난 6월 내게 말했다. “많은 사람과 얘기해봤는데, 아무도 실제로 이런 사태를 내다보지 못했어요. 그 누구도 이렇게 전 세계로 순식간에 퍼질 거라 예상하지 못한 겁니다. 그 여파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럽죠.”
샤넬 패션 부문 CEO 브루노 파블로브스키(Bruno Pavlovsky)는 분위기를 이렇게 전한다. “저희 회사는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처럼 유례없이 전 세계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을 경험하지 못했죠.” 여러 주에 걸쳐 럭셔리 패션부터 패스트 패션에 이르기까지 모든 브랜드에서 직원을 해고하거나 임시 휴직하게 했다. 공장을 폐쇄했고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곳이 그런 상태로 남을 것이다. 리테일 연구 센터(Centre for Retail Research)는 영국에서만 올해 2만여 개 매장이 영구적으로 문을 닫을 거라 내다봤다. 영국 DVF 스튜디오, 빅토리아 시크릿, 데번햄스(Debenhams)와 몬순 액세서라이즈(Monsoon Accessorize)가 법정 관리에 들어갔고, 제이크루, 니만 마커스, J.C. 페니, 존 바바토스와 트루릴리전이 미국에서 파산 신청을 했다.
“한 시스템으로서 패션계는 지금 끊임없는 변화의 상태에 놓였다.”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말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기회예요. 그런 부분이 꽤 많죠. 새롭고 더 의미심장한 뭔가를 만들어낼 기회이기도 해요.”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르마니뿐만이 아니다. 패션 산업은 한동안 실제적 위기의 고통 속에 빠져 있었다. 현장 직구 패션쇼를 시도한 디자이너들, 패션 레볼루션(Fashion Revolution)의 #Whomademyclothes(누가 내 옷을 만들었을까) 운동 또는 더 지속 가능한 사업 관행을 요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 운동 등 다양한 캠페인을 이끌던 비영리단체 모두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 한편으로 코로나19 셧다운은 경영진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에게 수많은 이슈에 대해 심사숙고와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시간을 주었다.
지난 5월 드리스 반 노튼은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그는 이를 통해 납품 일정의 재편성, 블랙 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 같은 파격 세일 이벤트의 종결을 의미하는 제품 가격 인하 지연, 인류애와 지구를 더 존중하는 방향으로 공급 체인 구조를 변경할 것 등을 요구했다. 토리 버치, 프로엔자 스쿨러, 마린 세르와 셀프리지 등의 업체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영국패션협회(BFC)와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가 연대해 이와 유사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패션 시스템과 이에 속한 의례적인 일을 재편성해야 해요. 물론 매일의 업무를 통해 패션 산업에 생명을 불어넣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잊지는 말아야겠죠.”
“솔직히 말해 패션 산업은 지나치게 빡빡하게 광적으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앙투안 아르노(Antoine Arnault)가 인정했다. 43세인 그는 벨루티 CEO이자 로로 피아나의 회장이며, 럭셔리 패션 그룹 LVMH의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의 아들이다. “이번 기회에 패션계를 더 잘 운영할 방법을 논의하는 게 어떨까요?” BFC 최고 경영자인 캐롤라인 러시(Caroline Rush)도 이에 동의했다. “록다운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심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물론 이제는 개혁을 실천에 옮겨야겠죠.” 우선 패션의 구상과 제작 방법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졌다. “이번 격리 기간에 저희 모두는 완전히 정지 상태였죠.” 키우리가 말했다. 이를 통해 디자인 스튜디오는 컬렉션 생산 공정의 능률화 방법을 재고할 수 있었다. “테크놀로지 덕분에 재봉사들과 양재사들이 집에서 일하며 실시간으로 저랑 체크할 수 있었죠.”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런던의 에밀리아 윅스테드(Emilia Wickstead) 같은 작은 규모의 브랜드는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저는 집에서 피팅 작업을 했어요. 저는 피팅 모델 출신이죠. 그래서 직접 옷을 입고 핀으로 고정했죠. 그다음 줌으로 화상회의를 했어요.” 그녀가 설명했다. “그 옷이 공장에서 생산되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요.” 그녀가 웃으며 이렇게 덧붙였다.
격리 규정이 완화되자마자 “적절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념한 채 근무지 재편을 고민해야 했어요.” 할펀(Halpern)의 설립자이자 디자이너 마이클 할펀(Michael Halpern)이 말했다. 전 세계 기업은 재택근무와 출근을 규칙적으로 순환 배정함으로써 조금 더 유연한 근무 방식을 받아들였다. “그것은 한동안 색다른 업무 방식이 될 거예요.”
두 번째는 ‘패션쇼로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패션쇼를 하지 않을 것인가?’를 재검토했다. 후자를 선택한다면 어떤 방식을 활용할 것인가? 아르마니는 런웨이 패션쇼에 게스트를 초대하지 않은 첫 디자이너가 되었다. 록다운이 있기 전이었던 올해 2월, 그는 패션쇼 무대를 소셜 미디어에 실시간 스트리밍했다.
“그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어요. 정말 그래요. 하지만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지역의 상황이 심각해지자 저는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패션쇼가 열리기 전날 밤 밀라노 시장에게 전화해 관객들도 그렇고 함께 일하는 팀을 위험에 빠뜨릴까 봐 마음이 불편하다고 알렸죠. 함께 일하는 사람들, 일반 대중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안녕이 한 개인의 성공보다 더 중요한 순간이었으니까요.” 그러면서 그가 덧붙였다. “그런데 너무나 놀랍게도 아무도 제 뒤를 따르지 않더군요.”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그를 뒤따른다. 몇몇 브랜드는 연간 개최하는 패션쇼의 숫자를 줄이기로 했다. 생로랑은 런웨이 계획을 완전히 철회했다. 마이클 코어스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2020년에는 말이다. 또 다른 브랜드는 남녀 컬렉션을 함께 발표하고 있다. 시즌 없이 가기로 한 업체도 있다.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전통적인 S/S와 F/W 사이클을 ‘구닥다리 형식’이라고 칭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새로운 이야기를 자신만의 매력으로 열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리조트나 크루즈 컬렉션을 없애는 브랜드도 있다. “2016년 루이 비통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를 사막에서 열었죠. 350명이 비행기로 48시간이나 걸려 이동했을 거예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제 그런 이벤트는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아르노가 단호히 말했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더 크게, 더 광적으로 여는, 컬트 수준의 이런 행사를 반복하는 것은 인류와 지구에 모두 좋지 않아요.”
머지않아 패션 위크도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모든 사람이 경쟁하고 있었어요. 더 큰 천막을 구하고, 프리 컬렉션을 위해 더 이국적인 곳을 섭외하고, 관람객을 비행기로 나르고, 최고급 호텔을 제공했죠.” 런던에서 활동하는 세르비아 출신 디자이너 록산다 일린칙이 그 시절을 떠올렸다. “정말 정신이 나갔었죠.”
적어도 지금은 디지털을 성공적으로 활용한다. BFC는 지난 6월 첫 번째 온라인 패션 위크를 개최했다. 러시가 이를 두고 컨텐츠, 팟캐스트, 영화, 플레이리스트, 대화 등이 한데 모인 ‘넷플릭스 혼합체’라 묘사했다. “그 공간에서 디자이너들은 제품을 선보이고, 토론을 주재하고, 자신들이 얻은 영감의 원천을 살펴보기도 했어요.” 7월에는 밀라노에 있는 이탈리아 국립패션관리기구(Camera Nazionale della Moda Italiana)가 남성복을 위한 온라인 공간을 마련했다. “자가 격리 기간에 디지털은 우리가 말하고, 컨텐츠를 공유하고, 식품 잡화를 구매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죠.” 그 기구의 회장인 카를로 카파사(Carlo Capasa)가 말했다. “우리는 패션 산업계에 도래한 디지털 시대를 눈으로 확인하게 되어 기뻤죠. 이는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는 징후죠.”
패션 위크를 조직, 관리하는 프랑스패션연합(FHCM, Fédération de la Haute Couture et de la Mode)은 6월 남성복 패션쇼를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겼고, 7월 꾸뛰르 패션쇼를 모두 취소했다. 가을에 열리는 S/S 패션 위크와 관련해서는 9월 28일부터 10월 6일에 개최하며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생중계할 것이라고 6월 말에 발표했다. 9월에 열리는 뉴욕 패션 위크는 이미 언론에 그 실행 계획과 일정을 다 발표한 상황이었지만, 오로지 온라인으로만 열릴 것이다. “온라인 패션쇼가 스트리밍 서비스 같아야 할까요? 원하는 시간에 보게 해야 할까요? 아니면 시청 시간을 설정해야 할까요?” CFDA 회장이자 CEO 스티븐 콜브(Steven Kolb)가 물었다. “브랜드는 대부분 특정 시간을 정하고 싶을 거예요. 문화적으로 다 함께 모였을 때 나오는 그런 전체적인 에너지와 기대가 있으니까요.”
온라인 패션쇼가 자유를 주고 혁신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프랑스패션연합 최고 위원장 파스칼 모랑(Pascal Morand)이 지적했다시피, 온전히 디지털로만 진행하는 방식은 분명히 한시적일 것이다. 패션 위크는 현금 지급기와 같다. 2018년 파리 패션 위크에 참여한 브랜드가 패션쇼와 프레젠테이션에 지출한 금액만 2억2,900만 유로에 달한다. 그리고 관련 인원 5,100명이 호텔, 식당, 박물관 등에서 1억4,500만 유로를 지불했다. “파리 마켓 위크 시사회와 합치면 경제적 규모가 총 12억 유로에 이릅니다”라고 모랑이 말했다. “수많은 일자리가 거기에 달려 있죠.” 마찬가지로 뉴욕시 경제개발공사(New York City Economic Development Corporation)는 뉴욕 패션 위크가 연간 6억 달러가량의 경제 효과를 일으킨다고 보고했다. 이는 슈퍼볼이나 US 오픈 테니스 토너먼트보다 높은 수치다. 당연히 이 정도의 수익을 놓치고 싶어 하는 정치인은 없다.
그리고 브랜드도 ‘쇼’라는 가시적이고 섹시한 플랫폼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저에게 패션쇼는 늘 시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어덤 모랄리오글루가 말했다. “컬렉션을 지켜보며 디자이너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하면서, 한 공간에 모여 앉은 모든 사람의 에너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게다가 패션쇼는 “한 번에 모든 사람에게 모두 다 보여주는 실용적인 방법입니다.” 아르노가 말했다. 콜브는 코로나19 감염의 위협이 사라지면 디지털적 요소를 가미한 패션쇼로 회귀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가 재검토한 또 다른 큰 주제는 바로 ‘리테일 납품 일정’이다. 1990년대 후반까지 리테일은 시즌에 맞게 제품을 납품받았다. 가을과 겨울에 코트와 울 제품을 판매했고, 봄여름에 수영복과 가벼운 의류를 판매했다. “2000년경 프리폴, 프리스프링 컬렉션을 확대하기 시작했죠.” 뉴욕에서 활동하는 리테일 컨설턴트 로버트 버크(Robert Burke)가 그때를 떠올렸다. 당시 그는 뉴욕 명품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 패션 부문 부사장이었다. 그에 따르면 수익성이 더 좋은 의류를 더 일찍 납품받고, 새로움과 흥미를 더해준 런웨이 무대 작품을 시즌 후반부에 포함시키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컬렉션은 5~6개월 정도 지속될 수 있었어요.” 곧 프리폴과 프리스프링이 패션 비즈니스의 70%를 차지했다.
2008년 가을 금융 위기가 닥쳤을 때 사람들이 쇼핑을 멈췄죠. 소비자를 매장으로 다시 유인하려고 “고급 백화점 체인 삭스 피프스 애비뉴는 연휴 쇼핑 시즌 한참 전에 70% 정도 세일함으로써 일찍 가격을 인하했죠.” 버크가 기억을 떠올렸다. 그 결과 쇼핑객들이 삭스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로 ‘황소들처럼’ 몰려들었다고 한 소비자가 <월스트리트 저널>에 전했다. 당연히 다른 경쟁업체도 따라 했다. 매출이 폭등했다. 그다음 해 리테일러들은 이 어마어마한 실적을 반복하고 싶었다. 그래서 또 이른 시기에 가격을 인하했다. “갑자기 소비자들은 10월 세일 기간에 구매하도록 훈련되었죠.” 버크가 말했다. “그때 모든 일이 완전히 꼬이고 말았어요. 제품 납품이 더 빨라졌고 소비자들은 세일을 기다렸습니다. 악순환이 되고 만 거죠. 시스템이 완전히 고장 나고 말았어요.”
“그 리테일 방식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어요.” 셀프리지의 매니징 디렉터 앤 피처(Anne Pitcher)가 말했다. 이 백화점은 팬데믹 기간에 영국 매장 네 곳을 폐점했다. “이제 저희는 리테일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 신경 써야 합니다.”
이를 위해 많은 브랜드가 시즌에 맞춰 1년에 두 번만 컬렉션을 발표하는 쪽으로 돌아가고 있다. “당연한 일이죠.” 아르마니가 말했다. 리테일러가 적절한 타이밍에 제품을 뺄 것이다. “소비자는 새로움을 좋아하죠.” 매치스패션닷컴의 구매 담당 이사 나탈리 킹엄(Natalie Kingham)이 말했다. “그렇지만 디자이너가 늘 참신한 것을 내놓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에요.” 이처럼 더 신중한 사이클을 통해 리테일러는 소비자에게 지속적인 새로움을 제공하면서도, 디자이너와 그들의 크리에이티브 팀에게는 휴식 시간을 줄 수 있다. “저희는 패션에 대한 기쁨을 재발견해야 합니다. 무엇이 기분을 좋게 할지, 하루를 즐겁게 할지를 말이죠. 그런 즐거움은 오로지 구매와 관련된 것만은 아니에요.”
시장 전문가와 리테일러는 이번 록다운 시기에 활성화된 온라인 쇼핑이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육스 네타포르테 그룹 회장 페데리코 마르케티(Federico Marchetti)는 이렇게 말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점차 연결되어 하나가 되고, 소비자에게 경계 없는 경험을 만들어주는 기술로 동력을 얻을 것입니다. 온라인 리테일러가 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매장 역시 새로운 온라인 쇼핑, 정보 활용, 기술 등을 잘 알아야 합니다.”
온라인 쇼핑으로 이동하는 것은 e-테일링 앱 때문에 더 촉진될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스레드 스타일링(Threads Styling)이 있다. 소규모 럭셔리 브랜드를 위한 이 시장은 ‘영감을 주고, 구매하고, 배송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더 예스(The Yes)라는 새로 생긴 앱도 있다. 지난 5월 줄리 본스타인(Julie Bornstein)이 미래형 백화점으로 론칭했다. 더 예스는 소비자의 선호 대상을 질문함으로써 온라인 쇼핑을 개별 맞춤식으로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맥시 스커트를 입나요?”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한다면, 사전에 만든 소비자의 정보 저장소로 이 제품이 곧장 들어간다. “앱 쇼핑은 웹사이트에서 제품 수량을 살필 필요를 없애고, 불편하고 귀찮은 것을 제거한 것입니다.” 스레드 스타일링의 설립자 소피 힐(Sophie Hill)이 설명했다. “저희는 쇼핑 경험을 더 유쾌한 것으로 만들죠.”
영국 미래연구소(The Future Laboratory) 공동 설립자 마틴 레이먼드(Martin Raymond)는 브랜드와 리테일러가 ‘긍정적이고 선제적인 방법’으로 공급 체인을 개선하기 위해 이 온라인 쇼핑 경험으로 수집한 정보를 사용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레이먼드에 따르면 주문 품목이 더 늘어날 것이며 낭비뿐 아니라 가격 인하 필요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패션 산업은 체질을 더 개선하며, 더 지속 가능해질 것이다. “변화가 오고 있어요.” 그가 말했다.
물리적 쇼핑을 위해 전 세계 리테일러는 체온 측정과 감염 방지 규칙, 병원 수준의 위생, 사회적 거리 두기를 촉진하기 위한 매장 내 물품 재배치, 혼잡도 통제, 구매 전 착용이 가능하도록 위생 관리와 24시간 방역 등 안전 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조정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당분간 피팅 룸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해롯 백화점 패션 & 구매 담당 이사 리디아 킹(Lydia King)이 내게 전했다. 따라서 매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집으로 가져가서 입어보고, 맞지 않으면 환불할 수 있게 허용할 것이다. 심지어 세일 품목까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말이다. “고객이 안전하다고 느끼도록 도울 생각이라면 항공기 승무원처럼 철저하게 직원들을 훈련시켜야 할 거예요.” 버크가 말했다.
디올 같은 브랜드의 개별 매장에서는 고객이 판매 직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야 들어가거나 약속을 잡을 수 있다. 루이 비통의 고객은 가이드처럼 안내하며 제품을 보여주는 판매원을 배정받는다. 박물관처럼 어떤 물건도 접촉해서는 안 된다. 에밀리아 윅스테드는 런던 슬론(Sloane) 스트리트에 있는 부티크에서 예약을 받아 한 번에 한 팀만 응대한다. “8년 전 처음 매장을 열 때처럼 살롱을 찾은 듯 예전의 개별적인 방식이 좋아요. 직접 만나고 교감하는 것, 그런 것이 저희 브랜드의 핵심이죠. 그게 바로 이 브랜드를 시작한 이유고요.”
“저는 장기적으로 볼 때 모든 것이 회복되리라 낙관하고 있어요. 그렇게 확신해요.” 코로나19로 발생한 격동에도 불구하고 데 솔레가 말했다. “멋져 보이기 위해, 자신의 개인적인 모습을 개선하고자 꾸미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에요. 그리고 인간 본성은 바뀌지 않을 거예요.” 실제로 올해 패션업계의 셧다운으로 디자이너들은 숨통을 트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체를 아우르는 어마어마한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패션은 불사조와 같아요.” 록산다 일린칙이 말했다. “늘 살아남죠.”
- 에디터
- 남현지
- 글
- Dana Tho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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