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틱톡 vs 트릴러

2020.11.12

by 김나랑

    틱톡 vs 트릴러

    소셜 비디오 앱 시장은 마침내 틱톡에 의해 크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국에서도 여러 음악가가 각종 챌린지를 만들며 틱톡을 유행시켰고, 틱톡이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며 틱톡 내에서 인플루언서도 등장하고 하나의 생태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죠. 한쪽에서는 틱톡 챌린지를 위해 만들어지는 음원이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음악적 가치를 떨어트린다며 비판하기도 했고, 틱톡 챌린지를 중요시하는 환경에 쓴소리를 더하기도 했죠. 그래도 틱톡은 사랑받습니다. 많은 연예인이 사용하고, 각종 이벤트에 광고로 들어가는 것은 물론 언택트 시대에 맞는 페스티벌까지 열었거든요. 물량 공세는 힘을 얻었고, ‘아무노래’와 같은 곡이 힘을 실어줬습니다. 이처럼 틱톡은 탄탄대로를 걸으며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둘 줄 알았어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틱톡을 대체할 새로운 플랫폼이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바로 트릴러(Triller)입니다. 트릴러는 북미에서 생겨났고, 빠르게 틱톡 인플루언서를 모셔오더니 힙합, 알앤비 음악가들을 중심으로 유저가 형성되며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트릴러 또한 좋은 서비스고, 복수의 언론은 트릴러를 틱톡의 대안(Alternative)이라고 평가합니다. 트릴러가 등장할 당시, 틱톡이 비판받은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음원 사용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트릴러는 업계에서도 자신들은 음원 사용에 대한 정산을 분명하게 한다고 공공연히 언급했죠. 이 부분은 앞으로 어떻게 대립될지 모르겠네요. 틱톡은 올해부터 국내에서 정산을 시작했습니다. 온전하게 검증되거나 제대로 되고 있는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요. 어쨌든 트릴러는 음악 시장과 함께 가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틱톡 또한 음악 시장에서 순기능을 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죠.

    트릴러는 이 밖에도 장르 차트나 AI를 활용한 편집 기능을 담고, 한 곡을 모두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하나 틱톡과 다른 점은 서비스의 분위기겠죠. 트릴러는 힙합, EDM에 좀 더 집중하고 있어요. 기존 북미 유저들이 틱톡에서는 과거 바인(Vine)에서 놀듯 스스로를 밈(Meme)화하고 온갖 웃긴 짤을 생성하여 그들끼리 가지고 노는 그러한 환경을 이미 만들어놓았는데요. 이는 소셜 비디오 앱을 주로 쓰는 타깃, 그러니까 10~20대에게는 장점으로 통할 수도 있겠죠. 사실 트릴러와 틱톡의 대립은 단순히 비슷한 앱의 등장, 후발 주자의 거대한 힘 외에도 더 큰 무언가가 있습니다. 솔직히 트릴러의 성장이 혼자만의 힘은 아닙니다. 이 안에는 미중 관계가 담겨 있죠. 트럼프가 트릴러를 쓰는 것도, 틱톡이 미국에서 막힌 것도 미중 간 대립 때문입니다.

    실제로 틱톡은 사용자 정보 수집이나 중국과 미국에서 정치적인 이슈에 엮이는 부분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지나친 검열도 문제였지만, 정작 검열이 필요한 성적 컨텐츠는 그대로 두는 문제도 있죠. 그러던 와중에 트릴러가 등장했고,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두 서비스 사이에도 자연스럽게 갈등 아닌 갈등이 생긴 것이죠. 트릴러는 앱스토어 순위권에 올라서고 다운로드가 빠르게 늘어나며 몸소 성장을 증명하는 한편, 틱톡은 한때 디즈니 플러스의 일등 공신 케빈 메이어(Kevin A. Mayer)를 CEO로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케빈 메이어는 세 달 만에 사임했죠. 심지어 틱톡은 인도에서 크게 히트하며 큰 수입을 거두었으나, 중국과 국경 분쟁이 생기며 중국 불매운동, 반중 정서 등이 심각해지며 엄청난 손실을 떠안아야 했습니다.

    중국이 강대국으로서 지위를 발동하고 싶어 하고, 자국의 정신이 깃든 컨텐츠가 해외에서도 성공을 거두길 바랄수록 역설적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국 기업이 떠안게 됩니다. 비단 국가의 이미지 때문만이 아닙니다. 중국은 여전히 컨텐츠 제작에 자국의 관리, 감독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컨텐츠가 그런 것도 아니고, 그러한 와중에 중국에서도 좋은 컨텐츠가 나오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가볍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 이토록 정치적인 국제 분쟁의 도구가 된다는 것이 많은 유저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셜 서비스에 경쟁은 당연히 있을 수 있으나 좀 더 건강한, 유저가 선택의 고민에 즐겁게 빠질 수 있는 환경으로 얼른 개선되었으면 합니다. 그나저나 한국에서도 트릴러가 사랑받는 날이 올까요?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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