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산드로 미켈레와 구스 반 산트의 구찌 미니 시리즈 <끝나지 않은 무언가의 서막>
패션계에는 항상 수많은 협업이 이뤄집니다.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조우는 최근 가장 영감을 준 프로젝트라 할 수 있는데요. 반 산트 감독은 애매모호하고 우회적인 방식의 스토리텔링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미켈레가 구찌를 디자인하는 방법과도 유사한 접근 방식이라고 할 수 있죠.
반 산트와 미켈레는 구찌의 새 컬렉션을 위해 일곱 가지 이야기로 구성된 미니 시리즈 <끝나지 않은 무언가의 서막>을 공동 연출했습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이 시리즈가 팬데믹 상황에서 단순히 런웨이를 대체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반 산트 감독의 독창적인 작업은 암시적이며 다양한 감정으로 가득했고요.
“패션이 안전지대를 떠날 때 어떤 새로운 지평이 펼쳐질 것인가? 패션쇼가 멈췄을 때 옷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불길한 예감으로 가득한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런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죠.” 미켈레는 반 산트 감독과 협업한 이유에 대해 그가 “자신만의 관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둘은 로스앤젤레스 갈라에서 처음 만났고, 둘 다 사진가 페이지 파월(Paige Powell)의 친구였죠. 파월은 이번 미니 시리즈의 BTS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미켈레와 반 산트는 지난달 20여 일간 로마와 이탈리아의 몇몇 지역에서 퍼포먼스 아티스트 실비아 칼데로니(Silvia Calderoni)와 엑스트라로 섭외한 미켈레의 친구, 가족과 함께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모두 구찌를 입고 연기했죠. “다시 수습이 된 기분이었어요. 많은 것을 보고 배우는 기회였습니다.”
미니 시리즈는 칼데로니의 일상을 담고 있습니다. 일부는 진짜고, 일부는 연기죠. 반 산트의 카메라는 그녀를 따라 극장과 빈티지 숍, 카페로 향합니다. 로마이기 때문에 모든 장소는 일상적이면서 예쁘고 아름다워요. 사실 반 산트 감독은 30년 전 바로 이맘때 <아이다호>를 찍기 위해 로마에 있었답니다. “나는 로마를 잘 압니다. 알레산드로가 흥미를 느낀 부분이 내가 생각한 게 맞다면 말이죠.” 반 산트는 말을 이었습니다. “미켈레가 쓴 이야기는 매우 구체적이었어요. <제리>, <엘리펀트>, <라스트 데이즈>를 통해 내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와 닮은 부분이 있었죠. 세 작품 역시 단기간에 빠르게 촬영했고, 나 또한 그저 눈앞에 펼쳐지는 애매모호한 이야기를 가지고 작업하는 걸 즐기니까요.” 미켈레가 덧붙였습니다. “이를테면 어쩌다 그냥 심었는데 알아서 자라는 식이죠.”
의상 역시 반 산트의 스토리텔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리버 피닉스와 키아누 리브스의 가죽 재킷 없는 <아이다호>는 상상할 수 없죠. 최근 반 산트는 마이클 샤본(Michael Chabon)의 책 <패션의 왕자(Prince of Fashion)> 영화화를 위해 1년 반 동안 각본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파리 패션 위크에 참석한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건 말 그대로 패션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감독은 다시 미니 시리즈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건 알레산드로의 디자인이죠. 또한 그의 디자인과 그의 세계와도 이어지는, 그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고요. 물론 거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끝나지 않은 무언가의 서막>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요? “에피소드를 통해 로마에 사는 한 소녀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생각해요.” 반 산트가 말할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입니다. 미켈레의 코멘트는 더 모호하죠. “궁극적인 의미 같은 건 없어요. 왜냐하면 감각적인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니까요.” 그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모두가 늘 함께하는 놀랍고 끝없는 감각의 과잉을 저버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의미는) 삶의 황홀함이 머무는 곳에 있어요. 가능성의 끝없는 다양함 속에요.”
이 프로젝트가 최종적으로 시사하는 바는 전통적인 런웨이를 넘어선 수많은 가능성일 것입니다. 지난 5월 미켈레는 새로운 방식의 컬렉션 공개를 예고했습니다. “다른 것이 될 거라고 약속했어요. 우리는 좀 더 느려질 필요가 있고, 시적인 것, 다른 무언가에 대해 말해야 한다고 했죠. 그리고 나는 여행의 동반자를 발견했습니다. 구스에게서 큰 교훈을 얻었어요. 다른 사람들과 일하고, 다른 언어를 섞고, 실험이 가능하다는 거죠. 종합적인 방식으로 일하는 건 매우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이번 작업은 내게 필요한 실험이었죠.”
Episode 1: At Home
Episode 2: At The Café
Episode 3: At The Post Office
Episode 4: The Theatre
Episode 5: The Neighbours
- 에디터
- Nicole Phelps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G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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