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차를 따르는 시간

2020.12.11

차를 따르는 시간

숨 가쁘게 달려온 한 해를 보내며 마음의 정화가 필요하다면 ‘다도’를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홈티’에 푹 빠진 두 명의 인터뷰이가 커피 대신 차의 신세계로 안내해줄 거예요.

티더블유엘(@twl_shop)과 핸들 위드 케어(@twl_handlewithcare)를 운영 중인 김희선 대표는 마음이 여유로울 때나 숨을 고르고 싶을 때 티를 마십니다.

홈티에 입문한 계기. 뭐든 마시는 것이라면 좋아했지만, 차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건 제대로 만든 좋은 도구를 만나면서부터다. 찻잎을 잘 걸러주고 한껏 기울여 따르기 좋은 다관, 물의 온도를 맞추고 수색을 확인하기 적당한 숙우, 받침 위에 올린 반듯한 찻잔. 이 세 가지 도구를 정석대로 사용하는 습관이 가져다주는 차의 맛과 기분은 들이는 수고를 훌쩍 넘는 즐거움을 준다.

주로 어떤 시간에 차를 마시나. 마음이 바쁠 땐 커피, 여유로울 땐 차를 마신다. 커피가 내 등을 힘껏 밀어준다면 차는 손을 붙잡아 앉히고 숨을 고르게 하는 역할이다.

좋아하는 차 도구는? 아즈마야의 사이드 핸들 블랙 티포트. 처음 장만한 다관 중 하나로 클래식한 형태에 출수와 절수가 완벽해서 오랜 시간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차 거름망이 놀랄 정도로 정교한데, 몇 년 전부터 제작하지 않아 더 아끼게 되었다.

차가 흥미로운 이유. 마실수록 차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차’라는 한 단어 속에는 엄격한 다인의 세계부터 생활의 일부였던 보리차의 추억까지 무궁무진한 즐길 거리가 내포되어 있다. 동서 녹차 티백에서 한 걸음 나아가 차나무의 종류와 채취, 가공 방법, 블렌딩 여부와 다구의 이력 등을 따라가다 보면 ‘맛있는 한 모금’을 위한 인류의 노력과 집착에 새삼 놀라게 된다.

차 입문자를 위한 팁. 다관과 숙우를 마련해서 잎차 패키지에 적힌 물 온도와 시간을 맞추어 차를 마셔보자. 예상보다 훨씬 맛있을 것이다. 두 번째, 세 번째 잔을 기울이며 맛의 변화를 느껴보자. 모처럼 미각과 후각을 섬세하게 사용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다구는 세제를 사용하지 말고 뜨거운 물로 잘 씻은 다음 잘 말려 보관한다. 처음 차를 마시며 배운 원칙이고 여전히 가장 유용한 팁이다.

‘메종 드 유지’ 유지 대표는 자신을 온전하고 정직하게 들여다보기 위해 차를 마십니다.

요즘에는 주로 어떤 차를 마시나. 말차와 보이차, 무이암차에 빠져 있다. 그날의 날씨와 온도, 몸과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른 차를 마신다. 효능과 맛에 집착하기보다는 다양한 차를 구비해뒀다가 마음 가는 대로 마시는 편이다.

아끼는 차 도구. 말차를 마실 때는 조선시대에 만든 퇴수기와 탕기, 다완을 사용한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조선시대의 백자를 바라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투박해 보이지만 매우 유연하고 감촉이 부드럽다. 보이차를 마실 때는 아라카와 나오야 작가의 작품을 사용한다. 전통 방식을 고수해 작업을 하는데, 유리가 아주 투명하고 사용감이 편안하며 자극이 없어 온전히 차에 집중할 수 있다. 물이 채워지기 전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맑은 글라스에 투명하게 담긴 차를 보면 마음이 절로 여유로워진다.

차와 함께하며 달라진 점. 가장 큰 변화는 욕심과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음이 평온해지니 삶의 질이 높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입문자들을 위한 조언. 세상의 모든 차는 모두 특별하다. ‘어떤 차가 좋더라’라는 말에 혹하지 말고 자신과 가장 잘 맞는 차를 찾아보길 추천한다. 여러 가지 차를 시도해보면 몸과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차를 분명 찾게 될 거다. 단언컨대, 매일 식사하듯이 차를 가까이하면 온전함과 풍족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차를 마시기 전 좋아하는 향을 피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차와 향 모두 힐링을 돕기에 마음 수련에 배로 도움이 된다.

    에디터
    공인아
    포토그래퍼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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