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D BLUE

Fashion

COLD BLUE

2021-05-13T11:18:12+00:00 2021.01.25|

‘콜드(Colde)’는 새파란 시절을 다시 생각한다.

뿔 장식 캡과 볼드한 체인 네크리스, 마블 프린트의 반팔 셔츠, 이너로 레이어드한 메시 소재 톱, 레진 처리한 크랙 진, 크로커다일 패턴 첼시 부츠는 지방시(Givenchy).

새 앨범의 ‘미술관에서’를 들어봤어요. 어떤 미술관을 좋아해요? 미술관은 다 좋아해요. 해외에 가도 미술관에 가보고요. 제가 과천에서 쭉 자라서 국립현대미술관은 소풍 다니듯이 많이 갔어요. 디자인 전공이었으니까 학교 다닐 때는 늘 새로운 전시를 찾아다녔고요.

산책 가듯 했군요? 남자들끼리인데도 제가 미술관 가자고 꼬셔서 같이 갔어요. 무슨 놀이터처럼 가서 놀았죠, 어릴 때는. 그런데 나이 든 뒤에는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어떤 공간에 들어가 몰입해 보는 행위가 좋았고요.

보통은 무슨 전시를 하느냐에 따라 어떤 미술관에 갈지 결정하잖아요? 콜드에게는 그보다 먼저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있군요. 앨범 제목이 <이상주의>예요. 첫 곡인 ‘라이터’가 불 붙이는 소리와 함께 시작하는데, 다시 불을 지피는 게 이상을 꿈꾸는 제 여정의 시작이라고 본 거죠. 미술관이라고 장소를 특정한 건 여전히 저한테 낯설고 어울리지 않는 장소이기 때문이에요. 제가 꿈꾸던 것을 마주하는 장소랄까.

미술관은 콜드처럼 친숙한 사람에게도 끝내 부담스러운 무언가군요. 아무리 도시 복판에 있어도 공기와 온도가 확 달라지면서 분위기가 전환될 때 압도되는 게 있어요. 어릴 때 작품과 그걸 진지하게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서 위축됐던 기억이 나요. 특히 외국 미술관에 가서 교과서에 실린 작품을 보면 정말 비현실적인 느낌? 한 소년이 그곳에 들어가 꿈을 마주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이 노래를 썼어요.

“늘 생각해서 익숙하면서도 아직은 이루지 못해 낯선 나의 꿈, 이상”이라는 설명이 보도 자료에 있어요. 그게 곧 미술관이군요. 절대 만질 수 없죠. 하하. 가까이서 볼 수는 있는데 만질 수 없고, 쉽게 가질 수도 없어요.

음악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기록이라고 말한 적 있어요. 이번 앨범은 어떤 기록일까요?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실행에 옮겨왔어요. 나는 왜 이렇게 살까 생각해봤는데, 제 안에 내재된 저항 정신 때문이 아닐까 싶었어요. 나는 왜 지금까지 음악을 하는 걸까? 더불어 다른 많은 일을 하고 싶어 할까? 끝없이 고민하다 완전히 시작점으로 돌아갔죠. 처음의 마음과 태도를 이 앨범을 통해 그리고 다시 스스로에게 주입하고 싶었어요. 한 이상주의자가 시작부터 지금까지 진행 중인 모험의 기록이에요.

초심을 일깨운다는 의미로군요. 돌아보면 제가 시작할 때 원했던 것을 꽤 이뤘어요. 그럼에도 전진하는 건 그때에 비해 꿈꿀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졌기 때문이죠. 꿈은 커졌어도 그 에너지는 유지하면 좋겠더라고요. 그렇게 10년쯤 지난 뒤 또 어떤 것을 현실화시켰는지 한번 보고 싶고.

저항 정신이라고 했는데, 콜드의 음악에서 딱히 분노를 느낀 적은 없어요. 음악적으로 그걸 표현한 적은 없죠. 직접 레이블을 만든 게 시작이에요. 웨이비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게 3년 전인데, 그때까지 음악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었어요. 기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틀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고, 쭉 겪은바 제가 타협할 시스템도 없었어요.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시스템을 만들 때까지 가보고 싶었어요. 음악이든스타일이든 콘텐츠든 딱히 저항 정신이 보이지는 않았을 텐데, 늘 그걸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이 앨범에서 처음 제가 생각하는 캐릭터를 음악에 표현한 거죠.

‘미술관에서’는 기존 콜드 음악에 가까워요. 미니멀하죠. 이 미니멀이 어떻게 나오는지 묻고 싶군요. 뭔가를 덜어내는 쪽으로 작업하나요? 고심해서 최소한의 것만 올리는 식인가요? 이번 앨범을 통틀어 ‘미술관에서’가 구성적으로 가장 미니멀해요. 하지만 편곡은 가장 오래 걸렸어요.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많은 버전을 만들었어요. 중점적으로 고민한 건 미술관에서 경험한 공간의 이동이나 공기의 흐름도 음악에 담는 거예요. 마디마다 악기가 단일하게 나오는데, 집중해야 들릴 만큼 조금씩 쌓이고 합쳐지다 2절부터는 보편적인 쪽으로 가요. 늘 최대한의 아이디어를 채우고 그 안에서 덜어내는 식으로 작업해요. 가장 좋은 밸런스를 이룰 때까지. 특히 ‘미술관에서’는 이렇게까지 빼도 괜찮나 싶을 만큼 뺀 곡이에요. 사람들이 그렇게 남겨진 가사, 기승전결, 악기 멜로디 하나하나의 디테일을 충분히 맛보기를 원해요.

‘라이터’도 미니멀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지금까지 콜드에게서 전혀 보지 못한 트랙이죠. 지금의 짧은 머리처럼. 이건 콜드에게 일종의 일탈인가요? 아니면 어떤 변화의 예고인가요? 변화를 예고하는 쪽에 더 가까워요. 그동안 보여드린 음악이 있지만, 정말 다양한 음악을 놀듯 많이 만드는데 세상에는 정말 작은 부분만 내놓았어요. 그걸 제 색깔로 봐주고 저를 좋아하는 분들이 생겨 너무 좋고 감사하지만, 저는 아티스트로서 늘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싶어요. 일탈이라고 느끼든, 장르적 변화라고 느끼든 뭐가 될진 모르지만 계속 변화할 거예요.

‘라이터’는 새로운 앨범의 첫 곡이어서 더 놀랍죠. “누구든 변화의 목소리를 내야 해”라는 구절이 있던데, 이건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인가요? 그렇기도 하고, 제 음악을 듣고 자라는 어린 친구들에게 전하는 이야기기도 해요. 그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길 바라며 제가 지금까지 느낀 것을 얘기해주는 역할을 생각해요.

지금까지 콜드의 보컬은 1990년대 초 한국의 일부 발라드 가수에 비유됐어요. 담담한 매력이 있죠. 한때 그런 노래는 ‘가창력 미숙’이라는 이름으로 금지곡이 된 웃지 못할 과거도 있지만, 사람들은 지금도 가수라면 소리를 꽉 차게 울려주길 바라죠. 가수로서 콜드는 어떤 욕심이 있나요? 전문적으로 보컬 기술을 배운 적도 없고, 제가 원하는 방향은 전통적인 가수가 아니었어요. 제가 만드는 음악을 통해, 제 자신과 제 이야기를 드러내는 거였죠.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할지를 더 고민해요. 그래서 랩도 자주 하죠. 오래전부터 랩을 했지만, 랩을 한다, 노래를 한다 구분 짓지 않는 건 제가 만든 음악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믿어요.

자신이 프로듀서로서 만든 음악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악기가 보컬이군요. 그렇죠. 어릴 때 좋아했던 전람회처럼. 기승전결이 확실한, 폭발하는 구간이 있는 노래도 좋아하고 만들기도 했는데 아직은 그런 표현 방식을 저만의 색깔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좀 더 나이가 들면 그런 식으로 부를지도 모르죠. 노래방에서는 자주 그렇게 부르거든요. 하하.

‘라이터’의 과감한 시도, 또 새로운 앨범에 웨이비와 레이어드 아일랜드 두 개의 레이블 설립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줬을 것 같아요. 두 레이블은 콜드의 어떤 면을 대변하고, 독립 레이블이라는 안정적인 상황에서 모험도 가능했을 테니까요. 레이어드 아일랜드는 장르 뮤지션을 더 지원하는 쪽으로 여겼어요. 포크든 재즈든 보다 자연적인 느낌. 웨이비는 넘실대는 파도처럼 변화를 이끌어가는 브랜드고요. 맞아요, 레이블 브랜드를 나누고 나니 정리가 됐어요. 2019년 10월에 낸 싱글을 마지막으로 저는 이 두 레이블이 자리 잡는 동안 거기에 집중했죠.

아티스트였다가 레이블 CEO이자 아티스트가 된 지금, 제일 달라진 게 뭐죠? 시스템에서 자유롭고 싶어 만든 건데 제가 만들어도 그 안에 시스템이 생기더라고요. 하하. 그 과정에서 생각이 많아지고 더 신중해졌어요. 한 걸음 한 걸음이 저 혼자 움직이는 게 아니니까.

지금 콜드의 ‘이상’은 뭔가요? “늘 생각해서 익숙하면서도 아직은 이루지 못해 낯선 나의 꿈”은 뭔가요? 지난 한 해 레이블을 확장하고 발전시키는 것 외에 공간, 패션 등 다양한 사업적 시도를 했어요. 그걸 통해 원한 것은 여러 ‘감각적인 것’을 전달하는 거였어요. 교육이든 콘텐츠든 제가 어릴 때 겪은 한국은 감각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었어요.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음악이니까, 음악으로 계속 표현하고 메시지를 전하겠지만, 사업에서는 더 대중적인 접근을 고민해요. 패션 브랜드든 레이블이든 공간이든 충분히 다양해야 그 안에서 사람들이 취향을 만들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게 왜 좋은지에 대한 본인의 이유를 찾을 수 있길 원해요. 남들이 예쁘다고 하니 예쁜 거 말고. 예를 들어 이 옷은 이 색깔과 이 재질이어서 좋다는 식으로 구체화되었으면 하는 거죠. 제가 하는 모든 행위는 그 ‘감각’에 영향을 주고 싶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