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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여 년 전부터 민생의 토사곽란을 잠재우던 소화제가 ‘활명: 생명을 살리는 물’의 헤리티지를 담은 뷰티로 부활했다. 활명수에 들어가는 11가지 생약 중 피부에 좋은 5가지 성분을 넣은 화장품이다. 경복궁 건춘문 앞에 자리한 플래그십 스토어는 활명의 뉴 헤리티지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Brand Story
경복궁 동문으로 사용되는 건춘문이 보이는 자리, 아담한 자태로 다소곳이 서 있는 미색 건물 하나가 보인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지만 고요히 뜯어보면 어디 하나 예쁘지 않은 데가 없다. 건물 창에 조그만 노리개처럼 드러나는 황금 부채 심볼. 1897년부터 왕실 의약품으로 쓰여온 활명수의 익숙한 이미지다. 그렇다면 이곳은 약국일까?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는 뜻처럼 120여 년 전 생명을 위협하던 소화불량, 위장염 같은 증상을 완화하던 소화제 활명수. 이 국민 소화제를 이젠 피부에 바를 수 있게 됐다. 활명수의 11가지 생약 성분 중 몸과 피부에 좋은 5가지를 추출해 뷰티 제품으로 만든 것. 고대 동양 의학의 처방전과 조선 왕실의 궁중 비법으로 만들어진 화장품을 파는 곳이라니. 멋진 뷰티 스토어의 탄생이다. 그 옛날 동화약방의 헤리티지를 온전히 담아낸 ‘활명’ 뷰티는 오랜 경험과 지혜를 기반으로 새로운 역사를 구축해가고 있는 중이다.
Design Story
사간동 활명 플래그십 스토어는 최근 디자인 포 아시아 어워드(DFA)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스토어 디자인을 진두지휘한 김종완 종킴스튜디오 대표와의 인터뷰.
Vogue(이하 V) 처음 활명 프로젝트를 의뢰 받았을 때 제일 먼저 머릿 속에 떠올랐던 장면, 생각들이 궁금하다.
Jong-Kim(이하 K) 솔직히 말하면 머리 속이 하얬다(웃음). 브랜드 자체의 오랜 역사, 부채표라는 심볼만으로도 파워가 있어 이걸 코스메틱 브랜드로 어떻게 전환시켜야 할지, 대중들에게 기존의 브랜드를 넘어서는 인지와 인식를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많이 고민했다. 부담감이 컸다, 처음엔.
V 부담과 고민에 비해 결론은 성공적인 것 같다. 멋진 플래그십 스토어가 탄생했다.
K ‘직관적으로 다가가자’ 그 생각을 계속 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걸 최대한 보여주자. 그러던 중에 사이트에서 로열 레시피(Royal Recipe)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조선 왕실의 궁중 비법’을 찾은 순간부터 많은 부분이 퍼즐처럼 맞아 떨어졌다. 하루는 본사에 갔는데 그 당시 가스 활명수에 사용하던 우물이 있었다. 그 우물물로 소화제를 만들고 그 수익금으로 독립 운동가들을 돕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나라의 소중한 역사이자 동화 약품의 시작을 디자인에 담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스토어 1층에 바로 그 우물을 형상화해 놓은 곳이 있다.
V 어디를 말하는 지 알겠다. 의미를 알고 보니 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밖에도 활명 플래그십을 둘러볼 때 알고 보면 더 좋을 팁이 있을까?
K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고객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 산책하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설계했다. 부드러운 곡선 구조를 많이 쓴 것도 그런 이유다. 1층 천장은 자세히 보면 사선으로 되어 있다. 좁은 공간에 개방감을 주기 위해서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부채살에서 영감을 받았다. 발판의 모양도 부채꼴로 제작했으니 숨은그림찾기 하듯 찾아봐 달라. 제일 좋아하는 스팟은 2층 창가 풍경이다. 채광도 좋고, 창을 통해 경복궁 건춘문(建春門)이 보인다. 왕족과 상궁들만 드나들었던 문인데 아마 그 옛날 활명수도 이 문을 통해 전달되지 않았을까.
V 이곳을 찾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작업 과정에서 고충은 없었나.
K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공간이 좀더 크면 어땠을까, 층고가 좀 높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 밖의 소소한 문제들은 협업하는 분들과 현명하게 잘 풀어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외관에 너무 힘주지 않기로 한 거다. 이 동네만의 컬러와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깨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너무 욕심 내지 말고, 너무 튀지 말고, 동네와 친숙하게 어우러지는 작업물이 나오길 원했다. 결과적으로 이 건축물을 좋게 봐주시는데는 동네 분위기와 바깥 풍경이 훨씬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V 활명 플래그십 스토어로 2020 DFA 동상을 수상했다. 축하한다.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은 느낌이었겠다.
K 그동안 상 욕심이 크진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너무 갇혀있지 말고 소통을 해보는 것, 이를테면 내 작품을 평가 받거나 알리는 것도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상이 주어져서 기쁘다. 그래서인지 보상과 자축의 의미보다는 소통과 발전의 의미로 다가온다.
V 활명 프로젝트 종료 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K 이 프로젝트를 총괄한 윤현경 상무님이 기억에 남는다. 미국에서의 셰프 경력을 바탕으로 활명을 완전히 다르게 해석한 것. 그렇게 뷰티 브랜드로 부활시킨 것. 그것을 플래그십으로 승화시킨 것. 이런 든든한 바탕이 있었기에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있었다. 활명 프로젝트는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는 흥미로운 소스가 많았고, 디자이너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역사가 있는 브랜드에는 수없이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과정을 누가 진행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활명’ 뷰티는 총괄하는 한 사람의 컬러가 어떻게 브랜드 컬러를 바꿀 수 있는 지 보여준 좋은 예다.
V 종킴에게 활명 플래그십이란?
K 고객과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창구라고 생각한다. 이 공간에 대해 보다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으면 좋겠다. 우연히 이 공간에 들렀다가 활명의 헤리티지에 대해 알게 되고, 활명에서 뷰티 제품이 나오는구나 그래서 한번 구입해서 사용해봤다는 후기를 들었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
- 포토그래퍼
- 김보라, Studio SIM
- 브랜딩 에디터
- 나정원
- Architectural Design
- Jongkim design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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